-
-
천상천하 13
Oh! Great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어차피 번역의 의미가 없어서] 삭제가 없는 원판으로 본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작품, 오! 그레이트... 아니 오구 레이토의 저주받은 괴작 [천상천하]. 하지만 천상천하는 의외로 깊은 내용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그림체가 너무 잘나버리는 바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깎어먹는 어이없는 결과인 것이다.
저 제목은 그 대표적인 것으로, 극중에 나온 활에 대한 분석이다. 방어를 할 수 없는 순수하게 공격적인 병기로서 자신의 정신을 가다듬고 가다듬고 가다듬어 단 일격에 적을 저지하지 못하면 자신이 죽는, 자신의 의지를 한 발의 화살로 삼아 세계와 맞서는 무기. 원래 일본에서는 궁술을 궁도라 하여 전투기술이 아닌, 철학에 가까운 무언가로 보는 경향이 짙다. 오죠사마라고 나왔다 하면, 그리고 뭔가 있어보이고 싶은 진지한 캐릭터라면 꼭 궁도부인 것도 그런 영향일지도. 하지만 그런 궁술의 핵심을 이렇게 짚어낸 한 마디는 정말 처음이다. 그런 것이다.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꼼꼼히 살펴볼 때면 [천상천하]는 단편적이면서도 진지한 이야기를 많은 곳에서 남기고 있다. 단순히 싸움박질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고 자신을 드높일 수 있는 어떤 것. 그리고 그 과정.
어떤 사람은 [천상천하]를 두고 번역이 되지 않아도 - 즉 ‘글’이 없어도 볼 수 있는 만화라고 한다. 옳은 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천상천하]를 이렇게 평가한다.
그림이 없더라도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