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1 - 쥘 베른 컬렉션 02 쥘 베른 걸작선 (쥘 베른 컬렉션) 2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다른 말 필요없다.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잠수함을 실전배치한 발명가 홀랜드가 가장 먼저 "꿈은 이루어졌습니다"는 편지를 날려 그 소식을 전한 대상은 홀랜드 스스로가 평생의 스승이라 부른 쥘 베른이었다고 한다. 그럴 정도로 [해저 2만리]는 현대 잠수함의 역사에 무시할 수 없는 큰 영향을 끼쳤다.
아울러 본인의 인생사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쳤다. 이 [해저 2만리] 때문에 이과계열로 진로를 정했으니 말이다. 그러고보니 지금 내가 이 생고생을 하고 있는게 다 이 인간 때문이었던 거야!? (잠시 폭주) 그런 작품인 만큼 옛 친구를 다시 만난 듯한 느낌인데, 어린이용 버전에서는 삭제된 장면들이 복간되어 옛 친구가 알고보니 운동권(…)이었다는 사실로 약간 당황한 기분이랄까… 삭제 버전은 그야말로 모범적인 소년 모험물이었는데 말이지.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뜻인 네모 선장의 뒷이야기는 전혀 밝혀지지 않았다.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고, 지상을 버리려 하면서도 독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검소하고 검약하며, 돈은 썩어날만큼 있고, 공학과 예술에 조예가 풍부한, 살짝(…심하게) 맛이 간 듯한 사람. 세계 최초의 순수 전기식 잠수함인 '노틸러스'에 대해서는 정말 갖가지 설정과 설명과 묘사와 사건을 통해 그 개념과 구성과 능력을 표현하는 반면, 네모 선장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무협지 주인공이 내공 얻은 것처럼 "이런 사람이 있어서 노틸러스호가 탄생했다. 끝." 정도로밖에는 표현이 부족하다. 이러한 점에서부터 [해저 2만리]는 캐릭터보다는 '노틸러스'를 주인공으로 하여 19세기의 과학 그리고 과학의 발전이 어떤 것을 만들어 낼 수 있는가를 예언한 작품이라고 추론하면 틀린 말일까?
쥘 베른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장황하기까지 한 설명 방식은 과학에 대해서는 영 모르는 19세기의 평범한 대중들은 물론 오늘날의 어린이들에게도 쉽사리 받아들여질만큼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다. 그 중에서도 [해저 2만리]는 자세하고 상세한 설명이 엄청나게 강력한 편이다. 수압이 무엇인가, 바다 밑에는 무엇이 있는가, 어떻게 바다 밑으로 나갈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런 사실들을 설명 좋아하는 박사님과 행동파 조수, 딱 평범한 대중만큼의 과학적 지식을 가진(그러니까 별로 아는 거 없는) 고래잡이를 통해 실을 자아 천을 짜는 것처럼 설명해가는 방식이다. 그 중에는 당시의 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실을 추론과 가정을 통해 내놓은 것도 있고, 작중의 재미를 위해 과장하고 우연으로 감싼 부분도 있다. 그러나 쥘 베른이 가장 중시해서 말했던 것, "과학은 어떤 것을 만들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위대한 것을 만들어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답변해온다. 그리고 과학도들은 그의 예언을 하나하나 실현해 왔다. 강철로 만든 배가 물 속으로 항해했고, 전기로 스크류를 회전시켰으며, 북극해의 얼음바다 밑을 가로지르고, 바다에서 식량과 에너지를 얻고, 바다 표면에 비친 얼굴만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조금씩 깊은 곳으로 발을 들이밀었다. 이런 것을 할 수 있다고 외친 것만으로도 [해저 2만리]는 가치가 있다.
쥘 베른, 과학계의 노스트라다무스. 실제로 그의 과학적 예지의 적중율은 노스트라다무스의 그것을 훨씬 능가하며, 세부 사항의 정밀도에 있어서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만큼 압도적이다. 뭐, 과학도라는 사람들이 쥘 베른의 예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발버둥쳤으니 그런 것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예언이라는 것의 적중은 사람들이 얼마나 예언에 심취하여 그것을 현실화시키는가에 달려 있으니만큼 별 문제는 아니다. 그는 위대한 선지자였다.

근데 원제는 [바다 밑 2만 마일]이었을텐데... 항행거리를 1/4로 줄여버리다니 이런 무시무시한 짓거리를 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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