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슬링거 걸 Gunslinger Girl 1~6 세트
아이다 유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4년 11월
평점 :
품절


무대는 이탈리아. 사회복지공사(통칭 공사)라는 국가기관에서는 사고나 선천적 문제로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은 소녀들을 모아 암살자로 훈련시키고, 그런 그녀들을 이용해 밖으로 드러낼 수 없는 국가의 적들을 하나하나 제거해간다. 소녀에게 주어진 것은 커다란 총과 자그마한 행복. 인공 근육과 강화 골격으로 만들어진 그 누구보다도 강인한 육체가 그녀들의 잃어버린 육신을 대신한다. 약과 세뇌로 만들어진 그 무엇보다도 따뜻한 애정이 그녀들의 상처받은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안는다. 그저 귀여운 미소녀가 멋있는 총기를 자유자재로 휘두르며 악당들을 해치우는 액션물이라는 첫인상과는 달리, 사람의 마음과 애정이 어떻게 상처를 치료하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가를 진지하게 파고든 수작이라 하겠다.

소녀의 손에 들린 지나치게 커다란 총과 그녀의 미각을 좀먹어가는 약과 그녀의 기억을 부식시키는 세뇌를 너무나 안타깝게 바라보는 남자가 있다. 부모의 시체 옆에서 수십 번이나 강간당하고 마음을 닫은 소녀를 향해 그런 기억은 필요 없다고, 그저 자신을 맹목적으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라고 말하는 남자가 있다. 자신의 얼마 남지 않은 인생동안 무언가를 남기기 위해 안달하는 소녀를 향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의 즐거움을 말하는 남자가 있다. 그리고 그런 남자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소녀들이 있다. 그가 자신을 사랑해주는 것보다 자신이 그를 사랑하는 것이 너무나, 너무나 기뻐서 그 사랑이 약으로 세뇌로 만들어진 것임에는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소녀들이 있다. 이것은 그런 소녀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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