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묵시록 카이지 30
후쿠모토 노부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안다면 이미 정상에서는 벗어나 있다고 보면 된다. 모른다면… 아직 인생을 모르는군, 당신. 일반적으로 만화나 영화, 즉 눈으로 외모를 볼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에는 '이렇게 생기면 악당'이라는 공식이 있게 마련이다. 이 만화에는 그딴 거 없다. 악당틱하게 생긴 놈들은 확실히 악당이고, 너무나 평범하게 생긴 평범한 군상들이 악당에게 사기당한 직후에 그대로 주인공에게 사기를 치는, 너무나 현실적인 만화다. 결국 눈감으면 코베어가고 지갑 털고 장기까지 뽑아가다가 돌아와서 집에 갈 차비까지 털어가는 세상이란 말이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털리고 뺏기고 굴러떨어지고 무너진다. 바닥의 바닥까지 떨어져 피투성이가 되며, 간신히 기어올라와도 지옥 밑바닥에서 한 층 올라선 것뿐, 아무것도 변한 것 없는 그런 밑바닥 인생으로 발에 채일 뿐이다. 일단 굴러떨어지면 아무리 발버둥쳐도 밑바닥, 일단 가라앉으면 아무리 떠올라도 망망대해 한가운데일 뿐. 그러니까 처음부터 미끄러지지 마라, 하고 절규하는 듯한 만화다. 이런 교육적(?)인 해설은 그만두고 내용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심장에 상당히 안 좋은 만화라고 하겠다. 포커 같은 익숙한 도박이 아니라 한정 가위바위보라던가 E카드 등의 자신이 만들어낸 묘한 게임을 이용하는데, 어쨌거나 읽고 있으면 심장이 긴장하여 맥박이 불규칙해지는 게 느껴진다. 이 만화를 보면서 심장에 이상이 없다면 당신은 슈퍼로봇, 이라는 감상도 있더군. 이 만화가, 심리학자라는 소문이 있던데 거짓말은 아닌 듯하다. 전작 『은과 금』에서 보면 단 한 컷, 말의 모습이 상당히 정밀하게 그려진 컷이 있는데, 이런 걸 그릴 수 있음에도 사람들 얼굴은 네모네모 대작전인 건, 긴장감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가 아닐까. 일본에서는 '도박묵시록', '도박말세록', '도박파계록' 등 어마어마한 제목으로 계속 나오고 있는 듯한 작품. 매번 카이지는 상대방을 찍어누르고 기어오른다. 프라이팬에서 튀어나와 불 속으로 뛰어드는 팝콘처럼. 추신. 『은과 금』 2부는 어떻게 된거냐! 그 시점에서 끊어버리고 완결? 누가 그걸 믿겠어!? 내놔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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