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펫 12
오가와 야요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지인 한 분은 이 만화를 두고 20, 30대 여성들의 로망이라는 평가를 남겼다. 그리고 내가 다 읽지도 못한 다음 권을 강탈해 갔다. 잊지 않겠다.--+ 하기야 그럴 법 하다. 그 누구도 감히 범접치 못하는 엘리트 캐리어우먼, 그녀 안에 담긴 공감대 형성되는 보통 여자의 내면, 그녀를 시기하고 질투하고 경외하는 동료들(사람 마음이란 게 묘해서, 시기와 질투는 인정과 동경보다도 달콤한 법이다. 특히 음험하게 표현되지만 않는다면). 거기다 곁에 있는 남자는 결혼 재촉하지 않고, 귀찮게 굴지 않고, 필요할 때는 곁에 있어주고, 주는 것은 오로지 신뢰뿐, 믿음 외엔 그 무엇도 요구하지 않는… 여자들이 원하는 게 그런 거였나?

남자와 여자가 나온다면 처음엔 어떻게 만나더라도 미묘한 감정의 흐름이 없을 수 없긴 하다. [너는 펫]에서도 모모와 스미레 사이가 조금씩 흔들리기는 하지만, 다른 작품들과 달리 모모와 스미레 사이는 발전한다고 보기가 쉽지 않다. 케이이치와 베르단디가 10년 넘게 손끝만 닿아도 서로 얼굴 붉히며 염장지르는 것처럼. YWCA가 보면 발작할만한 제목이지만(뭐 죠리퐁이 음란하다고 하는 아줌마들이니) '펫'이란 단어는 적당히 구속하고 적당히 즐겁게 해 주는 이상적인 남자(다시 말하자면 현실에는 없는)를 확실히 표현해주는 단어다.

전반적으로 현실에 있을 법한 여성과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수컷의 접촉을 잘 그려낸 제법 괜찮은 작품이지만, 이제 와서는 한 마디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너무 길어. 3권, 잘 해서 5권 정도로 끝냈으면 더 괜찮은 결말이 나왔을법도 한데, 어떻게든 길이를 늘리려고 발버둥치다 보니까 꼬인 상황에 꼬인 상황을 겹치고 공중 3회전을 한 뒤 엉뚱한 방향을 향해 지그재그로 뻗어나가는 전위적인 오브제 같은 스토리라인이 되어 버렸달까. 서로 마주친 다음 한번 아수라장 만들고 한 명은 동경 한 명은 홍콩 주말부부에 펫 두마리 기르는 가족으로 만들고 빨리 끝내라니까. YWCA는 또 발작하겠지만, 사실 최고의 결말이긴 하다.

그러고보니 요즘은 YWCA가 좀 조용하다. 정신 차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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