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41
카와 산반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야구 만화, 아니 스포츠 만화라면 노력, 눈물, 땀, 우정과 청춘으로 점철되어 있어야 하며, 그것이 야구 등의 단체스포츠라면 여기에 거의 무한한 협력과 신뢰가 덧붙여진다. 주인공이 천재고 자시고 결국은 자신보다 강한 라이벌을 만나 그 라이벌을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기본적인 상식, 혹은 규칙이었다. 열혈 노선을 전면적으로(?) 포기한 아다치 미츠루의 [H2]에서마저도 그놈의 사랑과 우정 타령은 절대로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드림]은 이런 기본 상식을 뿌리부터 뒤집는다. 다케시는 '천재'이며, 동료의 도움 따위는 애저녁에 기대하지도 않는다. 혼자 치고 혼자 잡는 1인 야구라는 전대미문의 개념 하며, '그런 게 있었으면 진작에 쓰란 말야!'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각종 '말도 안 되는' 마구들, 초반에만 해도 불량배이지만 자기 마음을 잘 전달하지 못해 그랬던 것 뿐 누구보다도 야구를 사랑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남몰래 노력하던 순진한 소년은 어느 사이엔가 외계인이 아닌가 싶은 괴물이 되어 있었다. 상대팀의 면면도 만만치 않아서, 마구 엔젤과 마구 1.4가 등장한 시점부터 이건 야구가 아니라 최근 소년만화의 트렌드인 '능력자 결투', 뭔가 초인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서로 최고 혹은 마지막 하나가 되겠다고 대판 싸워대는 전형적이면서도 상식을 뛰어넘은 스토리가 되어간다. 니들이 인간이냐, 최첨단 야구 사이보그지…
그림체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다. 5세 소년부터 50대 신문기자에 이르기까지 몽땅 똑같이 생겨먹은 순진무구한 눈동자하며, 좌라락 쏟아지는 눈물콧물로 대표되는 감정의 표현법이나 특히 소실점 스크린톤의 과다한 사용에 절제가 부족하다. 그림체 역시 깔끔하게 그리기는 하지만 다양하지는 못한 그림체인데, 이게 아카히로 이토와는 달리 상당히 타격이 크다. 캐릭터는 지나치게 평면적인데다 단순화되어 있어 더더욱 사이보그 군단의 분위기를 강화하며, 큼직큼직한 그림칸의 크기는 섬세하고 꼼꼼한 그림체(가득가득 채워진 관중석 하며 배경을 보면 잘 알 수 있다)에도 불구하고 시원시원하다거나 박력 있다는 분위기보다는 내용이 없다는 느낌만을 가져다준다.
이런 것들보다 최악으로 치명적인 것은 역시 동료들의 실력을 아예 포기해 버린 원맨 플레이이다. 팀 동료들 이름도 얼굴도 기억 안 날 정도면 볼장 다 본 것 아닌가. 전통적인 야구만화라면 온갖 발버둥으로 동료들의 실력을 끌어올려 비록 개인적인 실력에서는 뒤지더라도 단합이 잘 안 되는 상대팀을 꺾는 게 기본이었건만… 과연 인간이 할 수 있을까 싶은 마구들에 대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정은 재미있지만, 내가 야구만화에서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바람의 마운드]나 다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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