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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역사에는 초야권이 없다 - 서양사에 관한 12가지 편견과 사실
김응종 지음 / 푸른역사 / 200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지금이야 전략핵병기급 고등학생들이 하렘건설에 매진하는 정신적 자위물로 전락해버린 것이 현실이지만, 한때만 해도 진지하게 중세 기사도문학의 흐름을 이으려 했던 때가 있었다. 그 황금시대의 주민으로서 이 책에는 눈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역사는 발전하고 있다-는 믿음은 그 깊이가 깊다. 그런 믿음 중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암흑시대라고 불리는 중세는 결국 프랑스 대혁명과 러시아 혁명 등을 통해 마무리되고 '더 발전한' 근대가 열렸다는 생각인데, 이 책은 그런 생각에 본질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과연 중세는 그렇게 열등한 시대였던 것인가? 제목부터가 중세의 악습 중 대표적이라 할 수 있을 '초야권'이란 것을 두고, 가톨릭 교회와 영주를 비난하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믿을 만한(핵심이다!) 근거를 들어 설명하는 내용은 그동안 내가 가진 고정관념을 처음부터 헤집어 주었다.
내가 판타지 1세대인지라 일단 그런 것부터 눈길이 가기는 하지만, 단순히 중세 뿐 아니라 서양사 전반을 통틀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을 깨트리는 이 책의 가치는 절대로 낮지 않다. 다만 이런 책들을 읽을 때마다 슬퍼지는 사실은 이런 식이라면 과연 역사라는 것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점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