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문쿨루스 5
야마모토 히데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미간에 구멍을 뚫어 강제로 제3의 눈을 개안시킨다니, 참 과격한 방법이다. 하지만 미간에 구멍을 뚫건 귀신을 불러내 빙의시키건 2072년형 영안 Mk2를 장착하건 별 차이는 없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했건 간에 '보인다'는 것 그 자체. 따라서 앞으로 트리퍼네이션(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수술)은 등장하지도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사이코닥터 카이 쿄오스케]와 비슷한 심리치료관련 이야기로 보이건만, 어딜 봐도 악당으로 보이는 의사와 어딜 봐도 오컬트로 보이는 트리퍼네이션 때문에 상당히 수상스럽달까, 차라리 [키마이라]와 유사한 느낌이다. 비록 '개인'과 '집단'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상당히 오컬트스러운 수단까지 동원해 과학적이고 논리적인 방법으로 사람 혹은 사람들의 정신에 파고들어 지배하여 한다는 것이 비슷하다는 의미다.
무의식에 새겨진 마음의 상처가 보인다.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인생에 도움이 될까, 혹은 해가 될까? 혹자는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사실에 큰 매력을 느끼고 어딘가 효과적인 사용법을 찾으려 할 지 모르지만, 나는 그런 생각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이 옷을 입는 것이 몸을 감출 필요가 있기 때문이듯 사람의 무의식이 보이지 않는 것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천에 하나 있을법한 완벽한 미녀가 아니라면,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진 999명의 추한 알몸뚱이따위 보고 싶지 않다. 여기에 더해 주인공 니코시의 눈에 보이는 그의 왼팔은 더더욱 큰 위험을 경고한다. 어째서 팔이 로봇으로 변한 것일까. '눈'을 사용함에 따라 힘이 강해져 보이지 않았던 자기 자신의 무의식이 보이기 시작한 것일까, 그것이 아니면 설마 타인의 정신적인 상처에 직접 접촉함으로써 상처가 '전염되어' 오는 것일까?
어쨌거나 진짜 악당은 이 미친 의사라는 데 한표. 실험의 위험도, 현실의 일그러짐도 접촉하지 않은 채 니코시를 추켜세워 '눈'으로 이용하는 것은 역대 악당들의 화려한 업적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과연 그가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설탕의 틀을 부숴 무너트린 뒤, '물을 부어' 자기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겠다는 그의 계획은 바로 그 '물'로 이뤄진 그의 호문쿨루스와 함께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마치 '물처럼'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녹아들려는 생각인 것일까? 분명히 물은 어디에도 쉽게 스며들 수 있다. 그러나 독과 닿으면 물은 자기 자신이 독으로 변해 버린다는 것을 그는, 그리고 작가는 알고 있을까? 감정의 변화에 따라 부글거리는 물, 사회의 매뉴얼에 따라 고정되는 모래, 점차 초합금의 갑옷으로 자신을 감싸가는 인간, 그런 것들을 중요한 등장인물로 내세워버린 정신이 이상해 질 것만 같은 만화, [호문쿨루스]. 이 만화는 많은 것을 자세히 설명해 준 듯하지만 어떤 것도 드러내지 않았다. 부디 흐지부지 끝나지 않기를 기원한다. 내가 지켜보고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