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라군 Black Lagoon 3
히로이 레이 지음 / 삼양출판사(만화)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발랄한 이름에 어울리지 않는 경력과 면상의 발라이카 여사(러시아 기관총 별명이지 아마), 우산속의 산탄총 가방속에 기관총 그아래는 로켓포 치마밑의 수류탄으로 빛나는 터미네이터 메이드 로베르타(메이드, 존댓말, 안경, 무적, 거기에 폭주), 로리로리와 에로에로함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헨델과 그레텔(소아성애에 근친상간에 고어에 고스로리에 도끼와 중기관총, 대체 코드가 몇개냐), 부족했던 관능미를 채워주기 시작한 쉔호아(누니이임!)까지의 화려하다못해 폭발해버리는 조연 라인업. ("챤은?" "남자는 필요없어.") 섹시함도 고아함도 없이 광기로만 가득한 레비나 그 나이까지 현실에 적응 못하고 이런 데까지 굴러떨어진 로쿠로, 컴퓨터폐인 베니 등등은 주연급인 것 같기는 한데 지구에서 가장 과격한 여자들이 만들어낸 그라운드 제로를 헤메는 것밖에 하는 일이 없는 묘한 만화다. 어느 쪽이 조연인지 궁금할 정도. 제목은 [블랙 라군] 인데?
그리고 그 조연들이 폭주하다시피 해 버리는 단편들이야말로 필견. 너무나 어울리는 배역의 (폭력) 고교편, 마법소녀 라디컬 레비, (아들딸내미 때문에) 우울한 발라이커, 어느 하나 놓칠 수 없다. 특히 헨델과 그레텔에게 '참을 수 없는' 애정을 느끼는 본인으로서는 3권의 단편 [우울한 발라이커]가 무지막지하게 매력적이다. 발라이커의 주눅든 얼굴이 그렇게 귀여울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유행에 편승하는 정도가 아닌, 유행 그 자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사람들은 바로 그것에 열광한다. '재미'와 '박진감'에 '캐릭터'와 '코드'라는 캐릭터중시 폭력-액션물의 오의에 근접해있다 하겠다.
그런 면에서는 (남자는 필요없다고 쏘아붙이긴 했지만) 아카히로 이토와 마찬가지로 B급 액션영화에 참을 수 없는 애정을 가진 히로에 레이가 내놓은 챤 역시 매력적인 캐릭터다. 저 쪽 세계에 빠진 사람한테만 그렇지만, 이 만화를 찾아볼 정도면 이미 심각하게 저 쪽 세계에 빠져 있을 터니 별 문제는 없다. 약간 유행에 뒤처진 선글라스, 조금 후줄근하면서도 럭셔리한 분위기의 정장, 목에 걸어서 늘어트린 머플러, 관록있는 남자의 상징 올백머리, "남자의 무기" 콜트45 쌍권총에 입가에는 질겅거리는 담배, 날아오는 수류탄을 걷어차 되돌려주며 느긋하게 걸어나가는 그 모습은 이것이야말로 남자! 비록 작중에서는 큰 역할이 없지만(중요성은 높지만 별로 눈에 뜨이질 않는다. 남자는 자동 필터링하는 눈 때문일까나) 눈에 씌워진 필터를 억지로 걷어내고라도 봐야 한다. 이 만화는 그런 만화다.
아카히로 이토에 비하면 영화적 동시상황전개가 훨씬 적어 이해하기 쉽지만 몇 가지 궁금한 것이 남아있다. 하나, 이토에 레이와 아카히로 이토의 관계. 대체 무슨 관계야!? 왜이리 그림체도 스타일도 취향도 비슷해? 그리고 무엇보다도, 헨델의 치마 밑이 대체 어땠기에 로쿠로가 그렇게 기겁을 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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