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0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아직 [팬텀 오브 오페라] 오페라를 보지 못했다. 수많은 감상문들을 읽으며 침을 줄줄 흘리면서도 무대 귀퉁이만 쬐끔 보이는 D석이 몇십만원씩 하는 티켓에 손을 대기까지는 아직 상식이 좀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화국가를 만들어줘! 서민도 오페라 정도는 볼 수 있게 해 달라고!
피눈물을 흘리며 그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 [팬텀 오브 오페라] 소설판이다. 영화판도 오프닝의 그 장면 - 샹들리에에 불이 밝혀지는 순간 흑백화면에 색채가 퍼져나가며 쇠락한 회관에도 '영광의 시대'가 퍼져나가는 그 오프닝 장면을 비롯하여 영화에서만 가능한 특수효과로 가득하다지만, 무미건조한 텍스트로 이루어진 소설판 역시 만만하지 않다. 그리하여 이불 뒤집어쓰고 [팬텀 오브 오페라] OST를 틀어놓고 달라붙은 지 2시간, 결국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죽을 만큼 번민했던 기억이 있다(다행히 군복무중이라 보러 갈 수는 없었다).
영화가 영화에서만 가능한 특수효과로 가득하고 오페라가 오페라에서만 가능한 박력과 예술성으로 가득하다면 소설은 문자와 문맥으로만 가득한 상상의 여지가 가득하다. 기대하고 있었던 박진감과 미스테리 대신 문화재급의 옛 가구를 만지작거리는 듯한 고풍스러운 감동으로 채워져 있었지만, 충분히 기대 이상이었다. 일반적으로 어떤 작품의 감동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서는 "대머리 까진 놈이 범인이다!" 라거나 "절름발이는 귀신이래!" 같은 내용누설을 필사적으로 피해야만 하지만 이런 원칙론은 보통 작품에 한하는 이야기였던 모양이다. 여기저기에서 누가 이렇게 되고 뭐가 저렇게 된다는 사전정보를 무수히 많이 주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고풍스런 문체 속에 담긴 감동은 조금도 퇴색하지 않았다. 너무나 고풍스럽고 고급스러워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감동이지만, 마음을 굳게 다지고 손대볼만한 가치가 있었다. 이제 손대볼 것은 오페라... 는 좀 어려울지도. 너무 비싸. 오페라 녹화 DVD같은 것 없을라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