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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브리더스 8
이토 아키히로 지음 / 시공사(만화)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본인의 취향에 대해 5개 단어로 요약하라면, 미소녀, 무기, 액션, 나이스 미들, 밀리터리 되겠다. 5가지를 몽땅 확실하게 만족시키는 역작이다. 아카히로 이토! 이 쌈빡한 아저씨 같으니라구! 원래의 내용은 변신 고양이라는 몬스터를 사냥하는 '퇴마'물이었건만, 어찌된 일인지 중간에 이야기가 비틀리는가 싶더니 해상자위대와 교전, 육상자위대 고사특과(방공포병)대와 교전, 미해병대와 교전하더니 지금은 야쿠자와 전면총격전을 벌이고 있는 마당. 내용 따윈 상관없다. 액션물에서 액션만 있으면 되지 딴게 뭔 상관이냐! 유원지 대관람차가 수류탄에 무너지고, 해상자위대 호위함이 출동해 지상에 팰렁스를 퍼부어대고, 자주판단식 무인 대인/대전차 장갑차가 밤의 거리를 질주한다! 머리 위에선 아파치와 하운드가 격돌하는 가운데 오스프리가 강행돌파하고 점보기를 상대로 패트리어트 10발을 퍼붓는가 하면(그걸 다 요격하는 점보기도 괴물은 괴물이다), 교통사고를 일으켜 통행 중지된 해안도로를 활주로로 점보기가 강행착륙! 그리고 거기에 맨주먹으로 맞서는 우리의 주인공들. 그야말로 눈물이 흐르는 감동의 순간들.
그뿐인가? 80년대식 닛카츠 액션에 맛들인 이 아저씨는 8권쯤부터 완전히 내용을 오우삼식 총격전물로 만들어 버렸다. "자네들 그런 말 하면 부끄럽지 않나?" 라는 질문에 "전혀!" 라고 대답하는 우리의 마키 양은 데크레챠프부터 2차대전에 독일이 쓰던 유탄권총에 이어 남아공제 6연발 유탄발사기와 판쩌슈레케로도 모자라 20mm라티 대전차총까지 퍼부어대며 수십명의 프로 암살자들을 쓱싹해버리고 있다. 그것도 알몸으로. 킬링타임용이라고 부르면 할 말 없지만, 킬링타임을 위한 모든 것을 갖췄달까나. 아무튼 빵빵한 허벅지와 불꽃튀는 총염만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만화. 종이에 인쇄된 만화가 영화나 애니보다 몇 배는 역동적일 수 있다는 것을 내게 가르쳐준 수작이다. 실제로 본인은 이 만화 이후 어지간한 액션물은 느려서 못 보고 있다. 하나 재미있는 점이라면 1권만 해도 엄청나게 자르고 덧칠하느라 정신없던 책이 8권에 와서는 홀랑 벗겨놓고 별 부담없이 총질을 시키고 있다는 것. 시대가 변한 게야.(만세!)
근데 출판사가 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