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도난담 삼국지 죽이기
이형근 지음 / 미토스북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당신, 관우의 청룡언월도가 최초로 역사에 등장한 게 삼국지보다 100년 뒤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장비의 장팔사모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은? 중국에서 한족이라면 90%이상 황실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사실은 아는가? 유비가 황숙인 건 전혀 신기한 게 아니다. 한족이고 유씨였다는 게 신기한 거지. 제갈공명의 부인인 황월영 여사가 당시 기준으로 추녀였다면 지금 기준으로는 초미녀일 수 있다는 사실은? 삼국지 정사에 조자룡이 거의 안 나온다는 사실은? 나관중이 조자룡과 동향이라는 사실은!?(중요! 매우 수상하다!)
그리고 이런 것들을 읽고 흥미를 느꼈더라면, 이 [쾌도난담 삼국지 죽이기]를 볼 자격이 있다. 갖가지 미사여구와 돌려말하기와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 미화되거나 격하된 사실들을 행간에서 찾아내 현대적인 개념으로 재구성해 내놓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지금까지 영웅호걸로만 보아오고 난세의 간웅이라거나 악당이라거나 바보(…어이)로만 보아왔던 역사상의 인물들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이점이다. 비슷한 용도로 조조를 주인공으로 한 [비본 삼국지]가 있기는 하지만, 너무 양이 많아서 손대기가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르게 보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이 인간이 독립적인 인간으로 남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때, 이 책은 무척이나 어울리는 연습교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너무 두껍고 양만 많은 삼국지는 손댈 엄두가 안 나지만 읽어보고는 싶은 당신, 당신에게도 이 책은 어울린다. 세계고전걸작전집 60권짜리를 읽는 대신 한시간만에 논술대비 핵심요약본으로 끝내는 꼴이지만 뭐 어떠랴, 안 읽는 것보다 낫지. 아니, 한정된 시간에 많은 양을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더욱 가치가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사 속의 인물들을 현대의 기준으로 재단하는 것이 옳은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 책은 삼국지를 '다르게' 보았다. 그렇다면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 책을 '다르게' 읽는 것이야말로 이 책을 '바르게' 읽는 방법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재미없는 책 따윈 불쏘시개나 돼 버리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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