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쿠루쿠 Lucu Lucu 4
요시토 아사리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5년 3월
평점 :
품절


사실 역할 바꾸기는 개그를 위해서건 뭔가 진지한 것을 논하기 위해서건 결코 드문 것이 아니다. 그러나 [루쿠루쿠] 만큼 과격한 작품은 드물었다. 지옥이 만원이라 어쩔 수 없이 세상을 정화시키러 온 악마라… '알려진 바와는 달리 원래 이랬다'가 아니라 '그게 맞지만 어쩔 수 없이' 라는 설정은 악마들이 냉혹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한 마디 한 마디를 던지기에 적합한 배경을 만들어 준다. 가족이란 가장 가까운 타인, 서로 원하지 않는다면 피가 이어져 봤자 별 볼일 없다는 악마들의 첫 마디는 가족 해체가 일반화된 현대에 있어 결코 흘려들을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라고 말해봐야 결국은 개그물. 그런데 바로 그 개그가 만만치 않다. 폭발적이지는 않지만 충분히 보아둘만한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개그의 주축을 이루는 천사들(전격계 중시!)이 주로 광신적 일원주의 사상에 의해 웃음거리가 된다면 인간들은 번뇌에 가득하다 못해 번뇌를 초월해버린 너무나 '평범한' 사고방식(보면 안다)에 의해, 그리고 악마들은 입바른 소리 하다가 공주님에게 박살나는 순간에 의해 웃음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마계의 공주님 루쿠하가 있다. 강대한 마력과 끝없는 권력과 화학실험 수준의 요리 실력(먼산)을 자랑하는 루쿠하는 정말이지 놓치기 아까운 캐릭터다. 3등신 정도로 그려진 그림체는 다른 캐릭터들에 있어서는 '대강대강' 이지만 루쿠하에 한해서만 '깔끔한' 것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 참으로 신기한데, 이 만화가 아저씨도 만만찮게 그 쪽 계열인 듯.
피바다를 걸레질해 닦아내고, 실패한 달걀부침을 증거인멸하고, 끓어넘치는 냄비를 들고 우왕좌왕하며, 슈크림에 푹 빠져 양산해버리는 행동 하나하나가 끝도 없이 귀엽지만, 그 중에서도 굉장한 것은 (가칭) '춤추는 루쿠하'랄까…
더이상 말하지 않겠다. 직접 보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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