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티 시스터 3
다케우치 사쿠라 지음, 자파 고 원작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4월
평점 :
절판


가장 놀랐던 것은 이 만화가의 전작이 [나의 마리]였다는 사실이다. 그러고보면 좀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림체가 일취월장했다. 하지만 여동생패치는 전혀 진전이 없는 듯… 하기야 이 쪽 정신병은 죽기 전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비슷한 질병인 메이드 패치 환자로서 하는 말이니 확실하다).
이런 착하고 예쁘고 순진하고 귀여운 여동생이야말로 모든 남자의 꿈이 아닐까. 그러나 현실의 여동생은 오빠의 고혈을 빨아먹는 흡혈귀에다, 매니아적 측면에서 아무 의미 없는 존재라고 한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어울리는 제목을 가진 부조리 만화 [남자는 불끈불끈]에서 지나치게 잘 묘사해 준 바 있지만, 어쨌거나 남자들이 꿈꾸는 여동생은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다. 존재할 수 없는 것이기에 이토록 손이 가는 것 아닐까. 아울러 어릴 적 소원대로 산타가 만들어 배달했다는 설정은 "신이 용납해도 소프트 윤리위원회가 용서하지 않는" 어떤 상황에 대해 면죄부가 되어주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초코는 그런 남자의 멍청한 욕망(어두운 욕망이라고 부르기도 아깝다--;)을 채워주기 위한 캐릭터가 아니다. [큐티 시스터]가 추구하는 여동생은 착하고 예쁘고 순진하고 귀여운 '완벽한' 여동생으로, 이미 주인공 하루마에게 좋아하는 여자와 좋아해주는 여자가 다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은 "어떤 상황"을 애초부터 봉쇄해 버린다. 결국 본 작품은 산타가 가져다 준, 피가 이어지지 않은, 그동안 함께 살지 않은 여동생으로서 하루마가 느끼는 부자연스러운 거리감과 그런 거리감을 느끼지 않으며 세상물정 모르고 오빠를 순수하게 좋아하는 초코의 사이에서 생겨나는 풋풋한 가족애(그냥 가족애가 아니다)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오빠가 자기를 떼어놓고 나갔다는 이유로 '규정대로' 폭식을 하면서도 "우리 오빠 흉보지 마." 라고 화내는 장면은 그런 초코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초코는 현실과 비현실의 중간, 가족과 타인의 중간, 일상과 비일상의 중간에 존재하며 어느 쪽으로도 속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묘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천박한 준 근친상간 포르노로 전락하지 않으면서도 '가깝지는 않지만 멀지도 않은' 그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 뛰어난 캐릭터다. '피가 통하지 않은 여동생'이라는 코드가 가진 중첩적인 느낌은 그 쪽 계열에 심각하게 빠진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지만, 그 코드 중에서도 가장 풋풋하고 깔끔한 부분만을 잘 살려내 일반화시켰다는 점에서 이 만화는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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