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능소설 1
후지이 미츠루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그동안 여러가지 의미로 사람 숨넘어가게 만들던 [관능소설]을 마침내 손에 넣었다. 하지만 간단히 감상을 말하자면 '기대가 너무 컷다' 정도일까.
내용적 측면에서는 스물 일곱살 먹은 깐깐하고 딱딱한 OL이 6년 연하 신입사원의 고백을 받고 여자가 되어가는 이야기... 라고 하면 딱 맞을 것 같은데, 1권까지는 큼직한 사건이나 문제도 없이 고백하고 고백받고 망설이다 받아들이고 서로를 연인으로 인정해가는, 현실적이고 정상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상의 여자와 연하의 남자가 서로에게 갖는 약간의 자격지심이나 망설임, 그러면서도 서로를 놓치고 싶지 않은 심정을 잘 들내고 있어서, [연애 디스토션]보다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하겠다. 전반적으로 완성도가 높고 현실적인지라 1권만으로 끊어도 별 문제 없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특히 남자가 관능소설(라고 썼지만 솔직히 말하면 에로물) 작가라는 묘한 설정을 텍스트와 그림의 조합으로 잘 살려내고 있다는 것이 특기할 만하다. 개인적으로 단순한 그림이나 영상보다는 상상의 여지를 주는 텍스트를 좋아하는데(그야말로 자폭이군... 마침내 공개해버렸다...)  단순한 '영상'보다 감정의 흐름을 중시하고 텍스트와 조화된 '장면'은 제법 가능성이 보인다.
다만 문제라면 그림체가 안 야하다는 점이다. 인체비례나 펜선 등에 별 무리없이 깔끔하게 그렸으며, 잘 벗기고 잘 보여주는데도 불구하고 전혀 에로틱하지가 않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최근 내가 [허니문 샐러드]와 [손끝의 밀크티]에 푹 빠져서 하아하아하고 있기 때문이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건 제법 잘 이끌어가는 내용전개에 비해 그림에서 '빠바박'이 부족하는 것이 심각한 감전 요소다. 하지만 이 감점요소는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그림체가 '야하지 않기에' 손도 댈 수 없을만큼 딱딱한 여자라는 느낌이 살아난다. 그리고 그런 여자라는 느낌 때문에 간혹 보이는 귀여운 행동이 가슴에 꽂히는 것처럼, 그런 그림체이기에 아주 간혹 보이는 어떤 장면의 타격력이 아예 가슴을 꿰뚫고 지나간다!
에로도 부족과 에로에로 폭발이라는 양대 산맥 사이에서 살까말까 고민하고 있자면, "혹시 나... 당한 건가?" 하는 질문이 절로 떠오른다니까, 이거. 1권 마지막 대사다^^.

요즘들어 내가 쓴 리뷰에 내가 낚여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걸 쓰고나서 사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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