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사나이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A.J. 퀸넬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존 펜들턴의 [킬러]와 상당히 비슷한 분위기의 마카로니 웨스턴 액션(어디가?). 실제 서부극과는 크게 다르지만 나에게는 그런 이미지로 다가왔다. 중요한 것은 순진한 소녀의 웃음에 미소를 되찾는(전형적이다!) 터미네이터급 전쟁영웅, 그리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복수의 권리를 '법적으로는 신경끄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서' 있는 힘껏 휘두르는 장면들이다. 그야말로 마카로니, 굳이 말하자면 "양키스러운 정통파 무협지"랄까… 역시 양키는 총질을 해야 한다. 법정 스릴러로 끌고 갈 생각 따위는 하지 말고 일단 쏴갈겨야 한다. 문자건 그림이건 영상이건 총질을 해야 제맛이다. 앞뒤 가리지 말고 긁어야 한다. 권총이면 더욱 좋다.


사실, 영화로 [맨 온 파이어]를 보고 나서야 국내에 번역본이 들어와 있다는 말에 [불타는 사나이]를 찾아본 것인데, 역시 가치가 있었다. 상당히 분위기가 어둑어둑한 영화 [맨 온 파이어]에 비해 그 영화가 밝고 경쾌하다고 느낄 정도로 음울하고 차가우면서도 진득하게 가라앉은 소설은 상당히 자극적이다. 뜨겁게 폭발하는 화산이 아니라 손을 대면 피부를 뜯어먹을만큼 꽝꽝 얼어붙은 금속 같다는 묘한 느낌이다.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 알 수 없지만 끓어오르는 쇳물보다도 위험한 어떤 것이라는 느낌이랄까… 영화에서도 단순한 액션 뿐 아니라 미묘한 감정의 변화를 나름대로 잘 표현해 왔었지만 그것을 위한 절묘한 구성에 비해 배우의 이미지 때문인지 뭔가가 안 맞았었는데(이것 때문에 배우에 대해서 알면 영화 보기가 힘들다), 딱딱한 텍스트는 그럴 걱정이 없다는 것만도 큰 이점이다. 영화보다 자유롭고 만화보다 섬세한 감정의 표현, 총알 난무하고 피 튀는 작품 속에서 이런 것을 느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아울러, 이 작품에 대해 가장 중요한 감상 한 마디. 그 아까운 애를 진짜 죽이냐 이 역적같은 놈아. 그런 의미로 영화판에 1점 추가(헐리우드의 신성율: 아이와 개는 죽이지 못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