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영웅전설 외전 1 - 별을 부수는 자 은하영웅전설 11
다나카 요시키 지음, 윤덕주 옮김 / 서울문화사 / 2000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대책 없는 독설과 의미 없는 사회비판으로 유명한 다나카 요시키 씨의 고전명작이다. 한참 된 책이지만, 솔직히 그 후의 어떤 작품도 [은하영웅전설] 만큼의 매력과 흡입력을 살리지는 못했다. 요약하자면 시스터 컴플렉스 황제폐하와 무적최강 귀차니스트의 우주적 땅따먹기 게임이다(거짓말은 한 마디도 없다!). 전쟁을 중요한 요소로 도입한 전쟁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전술적, 군사적인 면에서는 한계가 커서 '설정상' 군사적 천재인 주인공을 띄워주기 위해 정규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수십 년의 전쟁 경험을 가진 장군들이 중앙돌파 후 양익전개 이중포위를 보고 경악하고 감탄하는 괴상한 세계관이 되어 버렸다(교본을 한번 보고 싶다).

그러나 다나카 요시키의 진짜 실력은 다른 곳에 있다. 아무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으면서 퍼붓는 사회 비판과 그것을 주도하는 캐릭터가 바로 그것으로, 은하제국은 그렇다 치고 이미 좀비즈 수준으로 썩어버린 자유행성동맹의 소위 '민주주의'는 구토할 만큼 리얼하면서도 역겹다. 다만, 사회 구조 전체의 모순과 부패를 제시하기보다는 '악의 축'을 하나 만들고 '이 놈만 없어지면 대강 깨끗해 질 수 있다'는 시각은 상당히 동의하기 힘들지만. 때문에 얀 웬리와 그 추종자들의 입을 빌어 민주주의의 우월성을 소리높여 외치면서도, 이야기의 전개는 어둠 속의 마왕을 해치우기 위해 손을 잡고서 서로의 뒤통수를 노리는 위대한 황제와 강력한 모험가의 구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영웅주의적인 시각이야말로 불편하면서도 매력적인 것이 특징이랄까. 멋있는 놈들은 지독하게 멋있고 악당은 총살시키자니 총알이 아깝고 패 죽이자니 주먹이 더러워질 듯한 놈들 뿐이며, 이러한 사회적 악적의 체현화는 '이 영웅만 따라다니면', '저 악당만 해치우면' 사회가 아름답게 돌아갈 듯 하다는 착각을 갖게 만든다. 실제로 자유행성동맹이 로이엔탈의 무력통치에 처해진 이후 공직자 윤리의 확립과 엄벌주의에 의해 일반인들의 생활은 오히려 더 편안해졌다는 묘사는, 미묘하게 드러내 온 영웅주의 사조를 더욱 가속시킨다.

그럴 만큼이나 다나카 요시키의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게을러터지고 키작고 못생기고 허약한 주제에 능력있는 마누라를 건진 (핵심) 얀 웬리라거나, 예쁘고 잘나고 착한데도 남편 때문에 인생망친 힐데가르트 폰 마린돌프 영애라거나, 하나같이 주옥같은 캐릭터들이다. 단, 애니판 라인하르트는 예외. 그 얼굴로 미남이라니 말이 되냐! 작화가 나와~~~!!!

대사 한 마디 한 마디는 정론이고, 올바르고, 멋있지만 그 대사를 말하는 캐릭터가 너무 강렬해 그 정론을 깎아내리는 캐릭터 소설. 과연 이건 칭찬일까, 비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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