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포트리스 1
댄 브라운 지음, 이창식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일단 '댄 브라운' 이라는 이름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작품. 댄 브라운의 처녀작이라는데, 도리어 [다빈치 코드] 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점은 기뻐해야 할까 아니면 아쉬워해야 할까? 확실히 작품의 완성도는 높으며, 배신과 음모가 뒤섞인 전개구조는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머리좋은 놈 둘이서 승부를 겨루다보면 어느 사이엔가 바보가 골인해 있다는 전개라는 점이 조금 당황스럽지도 않달 정도지만. 스릴러에 익숙하지 못하니 깊이 평가할 재주는 없지만 일단 읽었을 때 어색함이나 진부함 없이 이어진다는 점 만으로도 높은 점수를 받을 자격은 충분하다.
다만 공학도로서 조금 아쉬운 점이 있으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암호를 풀 수 있는' 위대한 컴퓨터 트랜슬러의 정체가 결국 병렬처리에 의한 단순한(?) 극초고속 연산장치일 뿐이라는 점이 조금 슬프달까. 하기사 카이사르 박스보다 더 파고들어가 '암호해독구조론에 대한 진지한 고찰'을 중심으로 했다가는 대중소설이 아니라 코드연산학 입문서 내지는 대학 졸업논문이 되어버리니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만, 아무리 그래도 지금은 21세기걸랑요. 차라리 배경 1940년에 최강의 암호작성기 에니그마의 해독을 위한 '에니악'의 개발과 그 파괴공작에 대한 재해석 소설이었다면 내 영혼에 직격했을지 모른다(당신... 2차대전/군사과학/전쟁사 오타쿠도(度)가 너무 높아...).
그런 부분을 제외하면 전체 전개구조에서 이렇다 할 모순점도 찾아내지 못했고, 흘러넘치는 테크놀로지 스릴러의 기계적이고 차가운 빛에 더해 적당히 섞인 애증의 얽힘이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작품에 충분한 생동감을 부여하고 있다. 단 두 시간만에 두 권을 정신없이 읽어버린 작품, 그 속도감과 긴장감의 연속은 지나치게 빡빡하기는 하지만 2중 구성으로 두 장소에서 이어지는 긴박한 사건이 끝나자마자 '조국의 운명이 걸린' 대사건으로 이어지는, 강약 조절 없이 끝도 없이 질주해가는 사건의 연속이야말로 읽는 속도가 머리 회전과 호흡을 따라가지 못해 숨가빠지는 느낌을 끌어낸다. 그 정신적인 속도감을 만끽해보고 싶다면 절대로 추천한다!
...근데 번역이 상당히... 1권에서만 번역 오류가 5군데였던가. 개정판 내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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