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랜드 9
모리 코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6월
평점 :
품절


아이 세계와 어른 세계의 틈새, 거기에 홀리랜드는 존재한다.
허술한 법과 폭력이 지배하는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는 세계.
그 세계에ㅡ
그는 있었다.
카미시로 유우, 그는 분명히 거기에 있었다.
- 홀리랜드 지표 중에서.

주인공 유우는 내성적이고 존재감 없는, 그냥 왕따A인 아이다. 겁 많고 삥이나 뜯기고 가족이라는 이름의 타인에게마저 동정으로 포장된 비웃음을 사는, 그런 의미없는 존재다. 그러던 그가 발견한 것은 자신의 힘, 그리고 그 힘으로 얻어낸 있을 수 있는 장소. 그는 힘을 가졌기에 밤거리에 자신의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싸움이 의미없을 뿐 아니라 유해하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우는 싸울 수밖에 없다. 이겨야만 한다. 자신이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패배의식과 자괴감,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자신에게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싸움은 그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유우가 어느 순간 힘을 잃었을 때 내질렀던 그 처절한 절규와 고통은 '힘'을 잃었기 때문에 오는 것이 아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는 무생물에서 잠시동안 삶의 환희를 맛보는 인간으로 돌아왔던 유우는 자신을 인간으로 만들어 준 '힘'을 빼앗기고 자신이 인간으로 있을 수 있게 하는 자격을 빼앗긴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당연한 권리라고 생각하지만 그 권리를 가진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은, 생각하고 존재하는 권리를 아주 잠깐동안 만끽했던 유우였기에, 눈 앞에 다가왔던 오아시스를 빼앗긴 사막의 조난자처럼 그는 울부짖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우의 모습은 조금 과장되기는 했지만,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유우가 폭력과 왕따에 의해 자기 자신을 상실했었다면 사회인인 우리들은 순위경쟁과 금전에 의해 우리 자신을 상실한다. 차라리 유우는 나았다. 무엇 때문에 무엇을 상실했는지 확실하게 알고는 있었으니까. 그런 반면 우리들은 상실한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상실한 것이 있는 줄도 모르면서 무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찾으려 한다. 그러나 어떻게 찾아야 할 지 방법을 모르기에 우리는 '지위'와 '금전'으로 잃은 것을 찾으려 한다. 우리 자신을 잃어버리게 만든 것으로 자신을 되찾을 수 있을 리 없고, 그러기에 아무리 발버둥쳐도 삶은 채워지지 않는다. 유우는 싸움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찾았다. 주먹으로 인정받았다. 힘과 싸움과 승리가 없었더라면 유우는 존재감 없는 왕따로 평생 남았을 것이다. 힘을 가지고, 싸워서, 승리했기에 유우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인간'이 되었다. 우리가 상실한 것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되찾을 수 있는 것일까? 찾아내 보자. 내가 빼앗긴 것을, 되찾을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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