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엔진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신을 채찍질할 때였다.” 라는 엄청난 흡입력으로 시작하는 작품이다. 노인의 전쟁을 비롯한 존 스칼지의 작풍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당황할 수밖에 없는 방향성이지만, 이런 충격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신을 가둬 우주선의 엔진으로 사용하는 시대. 인간들의 신인 ‘주님’의 이름으로 패배한 신들을 봉인하고 고문하고 협박하여 배를 인간이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도록 하는 그 모습은 실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깊은 설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언듯언듯 많은 것이 숨어있음을 조금씩 드러내보이는 것도 재미있어서, 승리한 ‘주님’이 ‘패배한 신’들을 악마로 전락시키지 않았다는 점, 주교의 성소라 불리는 인류의 유일한 거주 행성, 인간의 무기는 여전히 창과 칼이며, 묘사가 없어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우주선이 밀폐된 원통형 금속덩어리가 아닌, 신의 힘으로 공기와 동력을 지탱받는다는 것마저도 찾아 보면 안에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겨우 180페이지밖에 안 되는 짧은 책이라 처음 손에 넣었을 때 깜짝 놀랐지만, 그 안에 충격적인 서두부터 기-승-전-결이 멋지게 아우러지고 있다. 스포일러를 하자면 데우스 엑스 마키나였음에도 납득이 간달까.

할 수 있다면 이런 글을 쓰고 싶다.

 

전혀 관계없는 추신: 작중 등장한 드레드노트급 전함에 대해 역자가 각주를 붙이면서 ‘20세기에 등장한 전함의 형태’라고만 기계적으로 설명하여 “서브컬쳐에서 일반적으로 ‘드레드노트급’은 혁신적이고 강력한 전투함 또는 혁신적이고 강력하기에 곧 진부해질 존재를 의미한다”라는 사실을 빼먹은 것이 좀 안타깝기는 하지만, ‘진짜’ 드레드노트급을 띄운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개인 무기는 창과 검과 달란트지만 배에는 단번에 도시를 날려버리고 전함과 싸울 수 있는 미사일이 탑재되어 있다는 점도 바실리스크 스테이션에 두근두근했던 마음을 다시 긴장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바실리스크 스테이션 외에 ‘가지 않은 길’이라던가 혼블로워 시리즈 등 온갖 작품들과 뒤섞는 것이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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