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숲의 아카리 7
이소야 유키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1년 1월
평점 :
품절


리뷰를 쓴 지도 참 오래간만입니다.  

저는 책을 좋아합니다.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토록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 쓴 이야기를 읽을 때면 그것이 위선인 것만 같아 부끄러워지곤 합니다.  

책을 먹는 요괴에게 붙잡혀 강제노동을 당하는 (전) 소녀작가의 이야기, <문학소녀> 시리즈를 읽으면서도 느꼈던 것이지만 정녕 책을 좋아하고 책 속의 문구를 마법처럼 뽑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면 가볍고 내용 없는 책만을 찾아다니는 제가 속물처럼 느껴지는 것입니다. 그런 저라도 보다 책의 깊은 곳에 안내해 주기에 저는 이렇게 책을 사랑하는 이야기들을 미워하면서도 존경합니다.  

<서점 숲의 아카리>는 대형서점의 지방 체인에서 일하던 책 좋아하는 아가씨가 본점으로 올라와 직장 생활을 하는 이야기입니다. 너무나 책이 좋아 들어온 서점에는 너무너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책을 단순히 상품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고, 오로지 책만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더 많은 책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정작 자신은 책을 보지 못하고 책이 팔리는 숫자에만 신경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이라고는 읽어본 적 없지만 책을 파는 사람도 있고, 직원도 아니면서 책을 파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온갖 책들 속에서 뽑아낸 글귀로 장식한 이야기- 또는 온갖 책들 속에서 뽑아낸 이야기를 일상생활로 장식한 이야기. 그것이 <서점 숲의 아카리>입니다.  

이야기 속에서 나온 질문.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입니까?” 

그러고보니 저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 본 적이 없습니다.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은 영 취향이 안 맞았었죠. <전쟁과 평화>는 <서부전선 이상없다>에 밀려 창고 안쪽으로 밀려넣어졌습니다. 그러니 입사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면 제 답은 <로빈슨 크루소>였었겠지요. 199원짜리, 1976년 출판본의 작은 <로빈슨 표류기>는 겉표지 속표지가 떨어져나가고 누렇게 변한 책장이 나달거릴만큼 읽었습니다. 위편삼절이 종이책에도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가 될 만큼 읽었는지라, 이쯤 되면 뭔가 버리기도 아까워져서 아직까지 책장 한켠에 자리잡고 있지요.  

하지만 바로 지금 제가 영향받은 책은 <서점 숲의 아카리>입니다.  

리뷰를 쓴 지도 참 오래간만입니다. 그런 제가 오래간만에 리뷰를 쓴 것은 너무나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을 만났기 때문일 겁니다.  

자, “당신에게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입니까?” 

<서점 숲의 아카리>는 당신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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