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불안을 읽는다 - 일본 트라우마의 비밀을 푸는 사회심리 코드
권혁태 지음 / 교양인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2006년에 일본 농림수상선 장관이 해외 일본 음식점에 '인증제'를 도입하려 했다가 마구 두들겨 맞았다고 하더군요. 당시 장관은 미국 방문 길에 일본 음식점에 들렀다가 스시와 한국식 불고기가 나란히 메뉴에 올라 있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던가.
농수산성의 발표는 '본래의 일본 음식과는 다른 가짜 일본 음식이 늘어나 일본 음식을 훼손하며 일본 문화 자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만... 물론 대차게 까였죠. <워싱턴포스트>지는 국수주의의 부활이라고 했고, <VOA>지는 일본이 스시 폴리스(Sushi Police)를 파견하려 한다며 야유했댑니다.

당시 미국 전역에 일본식 식당이 9천곳인데 그 중 일본계가 경영하는 곳은 10%밖에 안 되며, 일본 농림수산성이 조사하기를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 음식점 경영자와 주방장의 국적은 일본계 25%, 아시아계 35%, 미국인 40%였고, LA는 일본인 40%, 한국계 40%(!!) 중국계 20%였다고 합니다. 밥과술님이 LA에서 활동하신다는 점을 감안하면 포스팅해주신 내용과 꽤 연관되는 자료이기도 하군요^^

이 책은 트라우마 추적 관련인지라 이 해프닝을 통해 일본 정부가 일본 음식을 일본 고유의 문화로 파악하고 있고, 그것의 변형(특히 일본인이 아닌 다른 나라 사람의)을 훼손으로 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책 안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일본의 고급 전통 요리인 가이세키 요리가 에도 시대(1603~167)에 기원을 두고 있고 일반적인 일본 스시의 기원은 에도 말기이며, 덴푸라는 18세기, 스키야키나 규동은 19세기, 가장 단순한 '고기를 굽는' 요리가 없었을 리 없으므로 호루몬은 한국 요리가 아니라 일본 요리라는 모 인사의 주장은 제껴놓더라도 당당한 일본 음식인 카레라이스와 돈까쓰에 이르면 이건 뭐;;

얼마 전에 먹어본 인도 음식도 심히 한국화 된 것이라고 하고, 실제 인도 요리는 무서워서 먹을 엄두를 못 내고 있지만 그래도 해외의 요리들에도 관심이 많은 점에서 한번 생각해 볼 만한 요소인 것 같습니다.

ps. [일본의 불안을 읽는다]는 여기서 한국의 신토불이 문화론에까지 이어지기에, 그 논리 전개가 한번 읽어볼 만 합니다. 이것과 국산품 애용 운동을 연계시켜 박정희 시대의 자원 편중 배분과 산업화 전략에 파생된 만성적인 국제 수지 불안을 '외제라면 똥도 좋아하는' 국민성을 '만들어내' 전가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지요. 한국 사회의 흐름이 일본을 많은 면에서 쫓아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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