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와 굶주리고 목마른 유령 - Extreme Novel
노무라 미즈키 지음, 최고은 옮김, 타케오카 미호 그림 / 학산문화사(라이트노벨)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책먹는 요괴 토오코 스타일로 말하자면,

지난번에 먹었던 책이 달콤한 첫 맛에 이어 혀가 몸부림칠 정도로 떫은 맛으로 세상을 뒤집었다가 그 떫은 맛 덕분에 상쾌하게 느껴지지만 떫은 맛 없이 먹었다가는 지독하게 끔찍한 쓴맛으로 마무리했다지만,
이번 권은 상큼한 맛에 이어 다가온 진득한 질감에 진저리치면서도 다음 맛을 기대하던 독자에게 살아있는 뱀장어를 삼킨 듯한 지독한 미각적 테러를 감행했다.

전권이 '이런 책이 재미있어! 다자이 오사무는 지독하게 염세적이고 구제불능이었을지 모르지만 그것만이 아냐, 이렇게 재미있는 글도 썼는걸!' 이라고 외치는 분위기였기에 그 뒤로도 그와 같은 만학평론회의 폭우를 기대했건만 2권에서 쏟아진 것은 '19세기 영국의 벽촌에 사는 고독한 염세주의적 소녀가, 자료도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그 탁월한 상상력만으로 일생에 단 한 권 세상에 내보낸'- '이 기적 같은 굶주림과 복수와 애등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딴 "부도덕하고 거칠고 기본적인 문장력이 없고 구성이 엉망진창이라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겠고 저속하고 파멸적인" 최악의 음식이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첫 장을 물어뜯어버린 이상, 그 정체가 안에 새빨간 탄탄면을 넣고 시나몬 파우더 대신 고춧가루를 뿌린 애플파이일지라도, 가장 무서운 유령이 나오는 이야기더라도 다 먹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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