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요정 유키카제 1 - NT Novel
칸바야시 쵸헤이 지음, 하성호 옮김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4년 전부터 제발 내 달라고 애원하던 물건이, 한떄는 출판계약까지 갔다가 분책하지 말라는 저작권자와 그렇게 두꺼운 책이 팔릴 리 있냐는 출판사가 싸우다 판이 깨졌었다는 루머에 억장이 무너졌던 기억도 있는데, 그게 마침내 출판되었다!

사실 유키카제의 존재를 안 것은 자그마치 항공자위대의 협조를 받아 만들어진 OVA였었다.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육상자위대는 '육상방위대 마오'라는 괴작에 지갑을 털리고 피눈물을 흘렸다) 제작사 특유의 날카로운 그림체와 '미사일 서커스'라고 불리는 마크로스와는 달리 좀 더 현실에 가까우면서도 속도감을 살리고 있는 공중전, 무엇보다 극도로 절제된-심지어는 부족하기까지 한 감정표현에 홀딱 반해서 공각기동대 이후 한동안 일본 OVA에 거리를 두었던 나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기계와 인간 사이에소, 움직임도 대화도 아닌 다른 방식으로 - 파일럿이 다가오는 순간 반드시 작동하며 초점을 맞추는 카메라, 호흡기를 통한 가쁜 숨소리, 파일럿을 살리기 위해서 아군기는 물론이고 자기 자신까지 사용하는 잔혹함, 그리고 최후의 한 마디-

GOOD LUCK. Lt.

다만 문제라면 너무 표현이 절제되어서 내용을 쫓아가기가 어렵다는 것이었을까.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작품은 "원작 본 사람만 보러 와라!"라고 외치는, 최근에는 상당히 일반적인 경향이 되어버린 발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일본 하드 SF의 금자탑이라고까지 불리는 작품을 이렇게 애니화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리라.

그리고 원작이 내 손에 들어왔다.

이 날이 오기까지 광대한 네트를 뒤적이며 헤메인 게 얼마이고, 결국 일본어를 배워야 하나 피눈물을 흘렸던 게 얼마던가. 어언 4년, 마침내애애애애! 오로지 분위기로 승부하던 OVA에 비하면 상당한 개그까지 얹어놓은 게 즐겁다. 다만 그 4년간 필사적으로 찾아둔 번역본들이 많이 있다는 정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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