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비상구 - 안락사를 말하다
데릭 험프리 지음, 김종연.김종연 옮김 / 지상사 / 2007년 12월
평점 :
절판


함부로 말하기 힘들고, 또한 함부로 평가하기 힘든 대상이다. 그러한 대상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가 시작되었다는 점 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히 그 값을 한다고 판단된다.

단순히 나 개인의 입장으로서는 내 목숨 내가 내 맘대로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라고 하고 싶지만, 일단 모든 인간은 사악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는 현대 법 체계 하에서 안락사를 허가한다는 것은 절대로 쉬운 것이 아니다. 법의 구조 안에서 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은 수많은 권리의 소멸과 의무의 소멸, 그리고 그 계승으로 이어진다. 때문에 이것은 간단히 말할 수 없는 복잡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세상에 자살죄나 자살미수죄라는 죄목은 없다. 그러나 자살 방조죄는 있을 수 있다. 그리고 의사로서 스스로 죽고자 하는 사람에게 극약을 제공하는 것 역시, 사람을 살려낸다는 의학의 기본 사상에 배치되는 것으로서 결코 쉽사리 입에 올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것이 또 한 가지의 문제가 된다. 대량의 진통제를 사용하여 고통 없이 최후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호스피스마저도 논란의 여지가 되는 시점에 안락사를 논하는 것은 이른 일일지도 모른다.

독일의 경우, 안락사 '따위'는 아예 입밖에도 내지 못한다. 히틀러의 원죄를 짊어지고 그것을 연상시킬 수 있는 모든 것을 스스로 거부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렇게 굳건하게 결정한다면 차라리 나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아직도 안락사라는 것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되어 있지 않으며, 사회적 합의의 노력조차 없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노력의 시작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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