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리
모리 카오루 지음 / 북박스(랜덤하우스중앙)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어디로 가는지는 물어보지 마. 슬퍼지니까...

셜리 메디슨이라는 이름의 고아 소녀가 메이드가 되어 행복해지는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는 [셜리]는 모리 카오루의 초기작이다. 초기작답게 그림은 많이 서투르지만 그 서투른 그림체를 뛰어넘는 율동감과 사랑스러움이 담겨 있다. 얌전한 아이가 혼자서 좋아한다거나 춤을 춘다던가 하는 이야기를 그려보고 싶어서 시작했다는데, 그야말로 강아지처럼 사람을 따르는 고양이라고나 할까. 외전격으로 더해진 넬리와 메어리 뱅크스도 나름대로 흐믓한 이야기. 안 그래도 대책없는 콩가루 가문내 미스터리 음모물 [언더 더 로즈] 때문에 마음이 괴로웠는데, 역시 모리 카오루의 작품은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것은 모리 카오루만큼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혹은 그것을 숨기지 않는 사람)도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라던가 뭐라던가 따위는 전부 제껴버리고 오로지 메이드와 빅토리아 시대 영국 상류층을 그리고 싶어서 메이드와 빅토리아 시대 영국 상류층을 그린다는 대범한 자세는 감히 따라갈 수 없을 만큼 장대하기까지 하다. 심지어는 엠마와 윌리엄이 본격적으로 고생하게 될(그 당시에 신분을 뛰어넘어 신대륙으로 도망친 것도 아니라 평민 하녀를 상류사회에 끌어들여 놨으니 얼마나 이지메를 당할지 안 봐도 비디오다;;) 7권 이후에 내놓은 8권에서는 엑스트라들까지 모조리 등장시켜 해피엔딩을 만들어버린다. 하나하나, 너무나 사랑스러워 견딜 수 없다는 듯이.

그런 점에서 바이크를 그리기 위해 여자를 그리는 후지시마 쿄스케(오 나의 여신님)나 총과 자동차를 그리기 위해 여자를 그리는 켄이치 소노다(건 스미스 캣), 또는 여자아이 이외의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는 아이다 유(건 슬링거 걸) 등등은 비교할 수조차 없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삶은 훌륭한 것이지요." - 모리 카오루 어록 중에서.

그런데... 한 화가 없다? 분명 원판에서는 비가 오는데 창문을 못 닫아서 허둥거리던 장면이 있었는데!? 아니, 그것 말고도 어쩌다 축음기를 발견해서 음악 틀어놓고 밤새도록 둘이서 춤 추는 장면도 있었고. 혹시 한 권 더 나와 주려나?(그러고보니 10월엔 엠마 9권이 나온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