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주식회사 - 케이티, 뉴욕을 구하다
샤나 스웬드슨 지음, 변용란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뉴욕은 정말 이상한 도시다]

는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소설은, 말 그대로 록그룹이 지하철 안에서 연주회를 열고 TV에서나 볼 수 있는 스타들이 영화를 촬영하며 날개달린 여자들이 날아다니고 가고일(이무깃돌이라고 번역되어 있지만 가고일일 듯. 중세 유럽에서 성벽이나 교회 외벽 같은 데 세워둔 악마 같은 모습의 조각상 말이다)이 사랑을 고백하는 진짜 이상한 도시 뉴욕을 멋지게 표현해내고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처음 몇 권이 현실은 뛰어넘은 마법세계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눈 앞에 그려냈다면 이 책은 신대륙으로 중심을 옮겨 기업을 차린 양복 말쑥한 마법사들이 컴퓨터와 수정구를 나란히 놓고 계약서를 검토하는, 현대에 당연스레 존재하는 마법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사악한 보스 밑에서 시달리던 재투성이 아가씨(...)가 마법기업의 왕자님을 만나 스카웃되는 장면은 모든 남자가(오타아님) 꿈꾸는 긍정적인 의미의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채워넣고 있으며, 그 뒤에도 이야기가 완전한 판타지로 뻗어나가지 않고 주인공 케이티로 하여금 마법이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세계와 TV광고 및 변호사 파워(빌딩에서 돌을 던지면 맞는 것은 변호사, 이곳은 진정한 변호사 월드!)가 마법보다도 신비한 힘을 지닌 세계를 연결하는 필력은 주목할 만 하다.

지금 느끼고 있는 이미지가 깨어질까 저어되어 일부러 저자 약력같은 것은 찾아보지 않고 있지만, 이 책은 사회생활을 하며 고생해온 전문직 여성이 자신의 꿈과 환상을 녹여낸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시골에서 처음 상경해 세계 경제의 중심지 뉴욕에 뛰어들었지만 결국 메모를 타자치는 말단 일밖에 못 하는 처녀와, 그녀를 사사건건 학대하는 상사와, 그래도 뭔가 해 보고 싶다는 오기 혹은 희망이 뒤범벅된 감정의 소용돌이를 멋지게 그려내고 있는 초반부와 꿈☆이 이루어지는 중반부는 특정 연령층의 독자들에게 강력한 흡입력을 선사학 때문이다. 경험이 아닌 상상만으로 이런 것을 그려낼 수 있을까.

그러나 그와 동시에 본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비록 마법이 존재한다고는 해도) 너무나 현실적인 사회생활 파트에 비해 인간계의 법에 의존하지 않고 결투로 문제를 해결하는 기-승-전-결의 절정 부분이 너무 짧고 단순하다. 도입부와 전개부의 실제 경험을 녹여넣은 듯한 강렬한 이미지에 비해 너무 단순하다보니 서로 대비되어 그러한 점이 더욱 부각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재투성이 소녀가 공주님이 되어 마침내 무도회가 시작되는데 다음 컷에서는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라니, 이거 흥행을 하겠나.

그러나 생명력 넘치는 문체와 지겨운 일상 속에 비현실적인 마법이란 요소를 설득력있게 혼합하는 필력은 아깝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 대한 평가는 후속작이 ‘간절하게’ 아쉬운 작품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야기 흐름으로 보면 충분히 대하 장편 기업드라마(...)를 추구할 만 한데, 과연 어떻게 될지 기대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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