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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 - 하루미에게 배우는 일본 가정식의 정수
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송소영 옮김 / 시드페이퍼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
구리하라 하루미 지음/ 송소영 옮김/ 출판사 SEEDPAPER / 312p
일본과 우리나라는 같은 아시아권에 속해 있고 기후 또한 비슷하여 음식문화에 있어서 식재료나 조리방법에 비슷한 면이 많다. 특히 밥을 주식으로 하고 국을 곁들여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일본 가정식을 떠올리자면 그리 낮설거나 이질적이지 않다. 우리 음식도 그러하지만 일본 가정식의 대체적인 조리법은 튀기거나 굽는 방식이 아닌 데치고 삶고 조리는 즉 주재료의 원맛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고유의 맛을 살려주면서 양념을 첨가할땐 주재료의 맛을 돋궈주는 정도만 첨가하는 방식이 주를 이룬다. 이런 담백하고 소박한 일본 가정식을 잘 담아낸 책이 있다. 바로 일본 요리연구가 구리하라 하루미의 <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이다.
<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은 일본 요리연구가 구리하라 하루미의 작품으로써 일본 가정식 요리 책의 정수라 할만 하다. 2004년에는 요리책의 아카데미상으로 알려진 구어만드 세계 요리책 경연대회 대상작이기도 한 이 책은 누계 발행 부수 2000만 부라는 기록을 세웠다. '구어만드 요리책 경연대회'는 스페인의 '구어만드 출판사'(Gourmand books)가 지난 95년부터 매년 개최국을 달리해 여는 세계 최대 요리책 경연대회 중 하나다. 세계 최대 요리책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그 명성에 빛나는 멋진 요리책이 내 손 안에 있다는 사실에 책을 읽는 내내 설레임과 기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구리하라 하루미는 1947년생으로 시즈오카 출신의 요리연구가. 가족을 위한 일상의 요리가 폭넓은 연령층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얻으면서 일본에서 주목 받는 요리연구가가 되었다. 현재 하루미 스타일의 아이템을 판매하는 숍과 레스토랑의 복합형인 '유토리노 쿠칸'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중 하나는 단순한 요리 레서피의 나열이 아닌 구리하라 하루미의 인생 전반에 걸친 자신의 요리와 삶에 대한 철학을 총 망랑해 그의 요리와 삶의 모습을 차분히 담아냈다는 것이다. 본문은 총 7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장 계절이 느껴지는 맛
제2장 흰쌀밥과 미소시루
제3장 일본의 맛으로 자리잡은 요리
제4장 친근한 일본의 조림 요리
제5장 가족을 위해 만든 맛
제6장 덮밥과 영양밥
제7장 요리가 즐거워지는 그릇
* 지켜가고 싶은 일본의 도구
목차만 읽어보아도 알 수 있듯이 어렵고 부담스러운 테크닉을 요구하는 어려운 요리가 아닌 온 냉장고 안에 남아있는 재료로 후다닥 만들어 온 가족이 식탁에 둘러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먹을 수 있는 평범한 가정식이 주를 이룬다. 책장을 덮고 난후 이 책만의 매력을 몇가지로 요약해 보았다.
첫째, 각 요리별 레서피가 매우 상세히 나와 있다.(조리과정 컷포함) 그리고 각 식재료의 특성과 손질방법, 요리시
주의할 점, 각 식재료간의 궁합 등이 잘 설명 되어 있다.
둘째, 밥류, 반찬류, 간식류, 안주류 등 메뉴 구성이 다양하다.(152가지 메뉴)
셋째, 각 계절별로 메뉴를 구성해 놓아 독자들로 하여금 계절별 식재료 선택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왔다.
넷째, 각 메뉴별 사진과 그녀의 일상이 너무 아름답게 담겨져 있다. 책을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아니 너무 즐겁다.
완성된 음식을 담은 사진에서는 정말 젓가락을 들고 손을 뻗어 먹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만큼 잘 표현되어 있어서
사진을 보는 내내 먹어보고 싶고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휩싸여 있었다.
다섯째, 가족들의 역사속에 녹아있는 메뉴를 선정함으로써 가정식에 관심을 갖는 이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다.
여섯째, 요리를 만들때 편리를 도울 수 있는 각 도구와 그릇의 쓰임새에 대한 설명도 좋았다.
요리 만큼 중요한 것이 그 요리를 담아내는 그릇이다. 같은 요리라도 어느 그릇에 담았느냐에 따라 느낌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저자가 가지고 있는 도구와 그릇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테이블셋팅의 센스와 활용방법에 대한 tip을 제시했다는 점이 눈여겨볼만 한다. 또 각 조리도구에
대한 쓰임과 관리방법 등도 자세히 나와있어 마치 친정엄마가 설명해주는듯 섬세하고 자상하다.
일곱째, 본문에 일본어로 나와 있는 식재료명과 메뉴명에 대한 '일본 요리 단어장'을 책 뒷부분에 수록하여 독자의 이해가
쉽도록 도왔다.
여덟째, 요리뿐 아니라 그녀의 삶 전반에 걸친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자신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을 잘 담아내 그녀의
삶을 닮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홉째, 전체적으로 번역 또한 맛깔스럽고 자연스러워 번역서 특유의 깔끄러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
'가족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번거로움을 마다치 않고 우리 집만의 맛을 만들어 왔습니다. 제철 요리에서부터 일본식과 서양식을 섞어 새롭게 만든 요리까지, 가정 요리 특유의 유연함이 깃들어 있습니다.'라는 그녀의 말처럼 사랑하는 가족에게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고 그로써 행복을 느끼고 싶은 독자라면 <전하고 싶은 일본의 맛>을 강추한다. 우리의 식재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재료로 부담없이 시도 할 수 있는 다양한 메뉴로 구성되어 있고 화보 또한 멋스러워 소장가치가 높다. 주말이 시작될 때 이책을 펼쳐놓 고 '오늘은 무슨 요리로 우리 가족을 행복하게 만들어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져보길 권한다. 하지만 남편이나 아이들에겐 이 책을 보여주지 말것을 당부한다. 아마도 책에 나와 있는 맛있는 음식을 매일 만들어달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
* 본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한 평을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