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청소부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문지원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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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에 접어드니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지난 해 후배가 암 투병으로 고생하다가 세상을 떠난 후 더 생각이 많아졌다. 내 삶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긴하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려한다. 이 책을 읽고나니 책에서 만나는 죽음은 아니길, 떠나는 길에 누군가는 옆에서 지켜주기를 바라게 된다. 고독사한 사람들의 방을 청소하는 사람들, 특수 청소부들이 등장했다. 사람이 떠난 장소를 깨끗하게 원상태로 복구하고 유품 정리까지 하는 사람들이었다. 특수청소업체 '엔드 클리너'는 대표 이오키베, 가스미, 시라이 총 3명이 꾸려나가고 있다. 뇌경색으로 갑자기 떠난 삼십대 여성, 욕조에서 죽은 채 발견된 사십 대 벤처 대표, 전기가 끊긴 집에서 열사병으로 죽은 이십 대 남성, 지병인 협심증 발작으로 죽은 80대 자산가. 경찰 조사상으로는 사건성이 없는 사고사, 병사였다. 이오키베는 청소만으로 끝나지 않고, 고독사 한 이들의 마지막 메세지에 귀를 기울였다. 청소를 의뢰한 사람들은 빨리 깨끗하게 마무리해 달라고 했지만 이오키베는 한 사람이 살다 떠나간 흔적은 그리 쉽게 지울 수 없는 법이라고 말했다.너무 쉽게 지워진다면 너무 서글프지 않은가?

특수 청소란 사는 곳에 배어 있는 한까지 닦아내는 일이야. 스님처럼 성불시키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집에 서린 고인의 넋을 위로할 수 있지 않을까  -p 156

집에는 거주자의 성격과 취향이 드러나지. 정리한 상태를 보면 정신상태를, 쓰레기를 보면 생활 수준을 알 수 있어 .-p173


눈에 보이는 것이 다는 아니었다. 이오키베도 말했듯이 죽은 자는 말이 없고, 산 자들의 말로만 규정되어버리니까. 자신의 존재 이유를 부정당하는 것이 얼마나 견디기 힘든 것인지, 꿈을 이루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두 사람의 삶은 안타까웠다. 특수청소부에 의해 그들의 아픔을 알 수 있어서,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만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나카야마 시치리는 피아니스트 탐정 미사키 요스케 시리즈, 미코시바 레이지 변호사 시리즈로  만났다. 이 책에서도 전직 경찰이었던 이오키베를 주인공으로 하여 추리소설의 묘미를 보여주었다. 이오키베는 아주 합리적이고 냉철하고 인간적인 캐릭터였다. 추리 영역이 큰 분량을 차지한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아무래도 죽은 자는 말이 없으니 추리는 필수불가결한 요소. 억울한 죽음이었음이 밝혀지기도 했고, 죽었지만 자신의 의견을 전할 수 있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면서  고독사의 비중은 조금씩 늘어나지 않을까? 이런 소설의 등장도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싶다. 소설 속 인물들을 보면 다른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혼자서 고민하고,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경우들이 많았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 한 사람만 있어도 비극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말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주변 사람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이 갈수록 필요해지는 것같다. 고독사 조금은 줄어들지 않을까?

그렇다면 적어도 고인이 미련이 남지 않도록 일해야겠군. 타인의 불행으로 밥 벌어먹고 산다면 적어도 몇 명은 불행에서 구해줘야 도리에 맞지.-p 45

모든 특수청소부가 이런 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미련이 남지 않도록 살아 있을 때 목소리를 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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