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실한 마음 델핀 드 비강의 마음시리즈 1
델핀 드 비강 지음, 윤석헌 옮김 / 레모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 작고 연약한 몸으로 테오는 그 많은 말들을 견뎌내지만  엄마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한다.말들은 그를 갉아먹는다.참기 힘든 초음파 그에게만 들리는 하울링.그의 뇌를 찢는.들리지 않지만 반복되는 진동이다. (p.31)

📎 그 시절 엄마는 이렇다 할 전조도 없이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잼뚜껑을 열지 못해서,잃어버린 물건을 다시 찾지 못해서 텔레비전이 고장나서.피곤해서.그럴때 마다 테오는 온몸으로 엄마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기분이었다.어떤 때는 전기충격 같았고 어떤때는  깊이 베인 상처 같았고 또 어떤때는 주먹으로 한방 얻어 맞는 느낌이었다.그것이 무엇이든 매번 육체는 고통의 연장에 놓여 자기 몫을 빨아들였다 (p.60)

📎 가끔 그런 생각이 든다.어른이 된다는게 고작 이런 거구나 잃어버린 것들과 잘못 끼운 첫단추를 손보는것.그리고 우리가 어렸을때 했던 약속들을 지키는것.(p.168)


▪그리 길지 않은 책속에 많은 사회적인 문제들이 잘 함축되어 버무러져 있는 그런책이다.더할것도 뺄것도 없이.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너무도 담백하고 군더더기 없다.프랑스 소설도.이 작가의 책도 처음 접하는지라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얼마 못가서 난 단번에 알아챘다.이 책은 내 맘을 또 후벼파겠구나.살이 베이고 베인 듯한 느낌으로 가슴이 조여드는 느낌이 들겠구나.가슴 한구석 찌릿한 저림에 먹먹해 지겠구나.사람 많은 출퇴근 길에는 읽지 말아야겠구나...

▪전체적인 흐름은 폭력을 얘기한다.그 중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에 집중한다.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의해서 벌어지는 가정안에서의 소리없는 폭력.학교에서의 방치에 해당하는 폭력.익명성의 인터넷의 얼굴없는 폭력을 얘기한다.이혼한 부모의 사이에서 엄마와 아빠 모두에게 충실하고자 고민하는 테오.한없이 성실하고 젠틀한 이상적인 남편이자 아이 아버지로 믿고 있는 남편의 이중적인 모습을 알아채는 순간 스스로에게 충실해지고자 변하는 세실. 친구가 없던 자신과 비슷한 외로움을 가진 테오를 알아보고 단짝이 되어 지내는 세실의 아들이자 테오의 친구 마티스.어릴적 본인의 아픔을 극복하고 교사가 되어 자신에게 충실한 삶을 살다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과 닮은 아이를 지나치지 않고 도와주게 되는 엘렌의 이야기가 서로 교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테오와 마티스는 이야기의 화자가 제 3자의 입장에서 서술되고 어른인 엘렌과 세실은 1인칭으로 서술되는 점은 좀 특이하다
아마도 자신에게 충실할수 있는 두어른과 아직은 어느것도 선택할수 없는 아이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니 이것도 작가의 큰그림인가 싶다.

아이들에게 부모는 어쩌면 절대적인  존재일수밖에 없을진대 부모라는 이름아래.사랑이라는 명목으로 난 폭력을 행사하고 있지는 않는지 곰곰히 돌아보게 한다.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혹은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라면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70년대의 북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내용이라고 하는데 .그렇다고 정치적인 그나라의 배경을 알아야만 읽을수 있는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읽다 보면 종교적인 분쟁으로 상시 전쟁 같은 불안이 생활화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시기임을 알수 있는 내용들이 전체적인 분위기로 흐르니 자연스레 알게 되고  나 말고는 모두가 의심 스러운 사회,말한마디도 나를 지키기 위해 조심해야 하는시기.그곳에서 여성이기에 더더욱 움츠러 드는 사회분위기 속에 스스로 살아 남기 위한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길에서 책을 들고 읽으며 걷는걸 좋아 하는 소녀가  어찌해서  정치적 포식자의 먹잇감이 되야 하는지 그 과정이 너무 서글프고 한기가 느껴진다.

 

종교적으로 사회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건 시기.개인보다는 집단이 중요했던 시대를 지나는 역사속에 약자의 모습일수 밖에 없는 여성의 모습들은 단지 우리나라 만의 모습은 아니었음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난후에도 난 이 이야기의 화자의 이름을 모른다.

그녀의 남자친구는 어쩌면 -남자친구이며 아무개의 아들 아무개.알약소녀.알약소녀의 동생등으로 이름 지어진 등장 인물들이 처음엔 낯설다가  일가 보니 어쩌면 이건 작가의 큰 그림 이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누구누구의 고유명사의 이름을 그대로 드러낼수 없는 그런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이야기 니까 .한소녀의 시선과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그녀의 독백 처럼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결코 우리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야 라고 털어내 버릴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일반 가정집에 총을 묻어두고 군인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는 도시 폭발과 살인.종교적인.정치적인 의견대립으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이들과 집단은 살인과 즉결 심판을 일상으로 벌어지는 시대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말을 아끼는 주인공이지만 오히려  그 무언이 어느새  무성한 소문은 자신을 위협하는 상황이 되고 만다.실체가 보이지 않는 말이 만들어낸 허상이 구체화가 되어가며 사실이 되어 가는 과정속에  단순히 여성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을 생각하게 한다.이건 인간의 추악한 이면을 마주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맞다는 생각을 했던 책이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나무가 우는 섬
송시우 지음 / 시공사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옛적에 아버지는 멀리 귀양을 떠나고 계모와 단둘이 사는 소년이 있었습니다.

시작 하는 첫 페이지 첫 문구는 아마도 늦은 밤 군고구마를 두고 둘러 앉아 들어야 할 것 같은 민담으로 시작한다. 민담에 나오는 섬과 유사한 배경을 지닌 호죽도라는 섬에는 눈알이 아닌 로 변형되어 전해지고 있다.이 민담을 모티브로 태풍과 폭우로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

풍랑 주의보가 내려진 바람이 세차게 부는 통영의 선착장.제각각 초대장을 받고 새로 신축한 연수원 건물에서 34일간 시범 운영 모니터링을 하기 위해 직업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 호죽도로  출발 한다.낙후된 섬에 어울리지 않게 우주정거장이 생각나게 하는 돔형 건물과 세련된 연수원 건물.건물 앞 바늘상자에 들어 있던 핏발선 눈알 모형.이튿날 설명 할수 없는 기이한 모습으로 시체로 발견된 일행 중 한 명..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문득 생각나는 명탐정 코난.탐정학원 Q의 밀실 살인 사건.추리만화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한번쯤을 봤을 법한 태풍에 고립된 섬에서 벌어지는 사건.어찌보면 식상 할수도 있을 장치일수도 있다.흔할수 있는 장치에 민담을 엮어 이 섬에서 일어났던 40년전의 살인 사건과 그에 따른 복수를 연관시키는 순간 이리도 잘 맞는 톱니바퀴가 있을까 싶다 .물리학을 전공한 여주인공 하랑은 매력 덩어리.모니터링에 참가한 그 어느 참석자도 빠질 캐릭터는 없다.히가시노를 좋아하는 나는 우리나라에도 그에 버금 가는 작가가 있구나 라고 뿌듯해 하며 책을 덮는다.

가장 최근에 읽었던 달리는 조사관은 밝은 분위기 였다면 이책은 전체적으로 가라 앉은 어두운 느낌의 분위인데 이런 여러 모습으로 책을 쓰는 작가의 차기작이 기대되고 전작도 궁금해졌다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러바치는 심장 문득 시리즈 3
에드거 앨런 포 지음, 박미영 옮김 / 스피리투스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애드거 앨런포 하면 유명한 작가이고 그를 따라다니는 수식어 또한 많다

근대 환상 문학,추리소설의 창시자,공포소설의 완성자,풍자소설의 대가 등등 많은 수식어가 붙는 이 작가의 책을 난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는 걸 알았다.책이 얇고 작아서 가방에 쏘옥 들어 가는데다 단편이라고 하니 부담 없이 읽을수 있겠네 라고 생각했다가 큰코 다친 격이 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음울하고 기괴한 데다가 섬뜩하다.비현실적인 어떤 미신적인 환영들과 현실 세계를 넘나드는 묘사는 어느순간 어느것이 현실인지 어느것이 미신에 의한 혹은 광기가 가득한 환영이 만들어낸 세상인지 분간이 어려웠다.길지 않은 짧고 강한 문장속에 훅 던지는 그의 말은 독자를 이해시키기 위한 그 어떤 장치도 없다.

이건 이런거야 하는 선후 설명도 없이 직구로 훅 던지는 그는어쩌면 너무도 불친절한 작가라는 생각도 들었다.그래서였을까. 반전이나 생각치 못한 결말에서   순간 순간 소름이 끼쳤던 것은 ...

한편이 끝날때마다 어? 이렇게? 이건 또 ? 하는 생각을 하며 읽었는데 한편 한편이 각각 너무도 다른 느낌이라 같은 작가가 썼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고전적인 문체와 문장들로 가끔 길을 잃어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는 걸 몇번 반복 했지만 읽는 내내 온몸이 싸늘해 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셔가의 몰락,일주일에 일요일 세번.붉은 가면의 죽음

구덩이와 추,검은 고양이,일러바치는 심장.도둑맞은 편지,긴상자

타트박사와 페더교수의 치료법.아몬틸라도 술통,절름발이 개구리

 

 어둠과 우울,불안과 신경증으로 죽음을 항상 자기 곁에 가까이 있는것으로 여기며 살았다는 이 작가는 그래서인지 모든 단편에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한다.그 시대 작가들에게 천재성을 인정 받았으나 정작 스스로는 행복하지 않았을 삶을 살다간 작가.에드거앨런포.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체적 사랑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이가 들면서 보게 되고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나이가 가 든다고 성숙이 따라 오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이고 나이듦을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선에 대한 깨달음이다.나역시 그와 같은 시선의 보유자였고 여전히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을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음을 부정할수 없다  (p.43)

 

사춘기를 지나가는 두딸을 앞에 두고서야 그 때는 몰랐던 엄마의 심정을 이해 한다 .엄마가 되는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왜 때로는 사무치도록  허무한지,이제는 안다.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고단히 엄마가 된다 (p.50)

 

엄마가 된다는 건,한생명을 낳아서 키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더 이상 자유롭게 유혹의 대상을 찾아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규정짓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물론 남자에게 아빠가 된다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을 향해 가겠지만,그 의미심장함에 있어 엄마처럼 육체로 각인되고 즉각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p.53)

 

며칠전에는 가까운 친구로부터 가슴 아픈 호소를 들었다.그가 힘든 시기를 수년에 걸쳐 지켜준 친구가 언젠가부터 적대감을 표시한다는 것이었다.고통의 순간에는 최고의 친구 였지만 고통이 잦아들고 그에게 일시적 평안이 찾아오자  친구는 역학을 잊은듯 혼란을  겪는모양이었다.주어진 행복에 감사하고 그것을 최선의 노력으로 유지하려는 그를 어색해하고 때로는 불편해했다.그의 행복을 가장 낯설어 하는  이는 다름 아닌 고난속 투철한 동지였던 바로 그 친구였다.(p.135)

 

삼삽대는 온통 아이를 키우며 사는 기간이었다.행복 했지만 이를 두고 며칠전 딸아이에게 말했다." 행복한 노예 생활이었어 .다시는 반복 하고 싶지 않지만 후회하지 않고 ,어쩌면 모르는채 시작 해서 감사하는 ." (p.146)

 

한때는 묻고 또 물었다.과연 인생에 선의라는 것이 있을까요. (p.188)

 

남들처럼 살지 못했다고 내가 어리석었던 걸까?  도주였든 회피였든 방황이었든,그모든 과정이 내 삶이고  그때의 나 덕분에 지금의 나 자신이 누리고 있었다.또 다른 준비 과정이나 자격증이 필요 하지 않았다.부딪쳐서 배워 나가면 된다는 걸 지난삶이 가르쳐 줬으니까. (p.272)

 

사람과 사람 사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참 어렵다 .부모와의 관계,형제.자매 와의 관계.친구.결혼.취직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관계속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부모와의 관계에서는 보통의 호흡으로는 읽기가 어려웠다.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는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일수도 있는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 내고 있으나 그 담담함이 내 살에 칼날이 닿는 느낌이 들어서 잠시 책을 놓았다가 다시 읽기도 했다.지금껏 살아 오는동안, 내가 가졌을 많은 관계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맺을 관계를 한번 돌아볼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됐다.나의 인간관계는 과연 건강한가 .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