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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 사랑
이서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8월
평점 :
나이가 들면서 보게 되고 발견하게 되는 것이 있다.나이가 가 든다고 성숙이 따라 오지 않는다는 것은 물론이고 나이듦을 바라보는 폭력적인 시선에 대한 깨달음이다.나역시 그와 같은 시선의 보유자였고 여전히 나보다 나이 많은 이들을 돌아올수 없는 다리를 건넌 사람처럼 바라보고 있음을 부정할수 없다 (p.43)
사춘기를 지나가는 두딸을 앞에 두고서야 그 때는 몰랐던 엄마의 심정을 이해 한다 .엄마가 되는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왜 때로는 사무치도록 허무한지,이제는 안다.엄마는 엄마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고단히 엄마가 된다 (p.50)
엄마가 된다는 건,한생명을 낳아서 키우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더 이상 자유롭게 유혹의 대상을 찾아 나서지 못한다는 것을 ,강력하게 규정짓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물론 남자에게 아빠가 된다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을 향해 가겠지만,그 의미심장함에 있어 엄마처럼 육체로 각인되고 즉각적인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p.53)
며칠전에는 가까운 친구로부터 가슴 아픈 호소를 들었다.그가 힘든 시기를 수년에 걸쳐 지켜준 친구가 언젠가부터 적대감을 표시한다는 것이었다.고통의 순간에는 최고의 친구 였지만 고통이 잦아들고 그에게 일시적 평안이 찾아오자 친구는 역학을 잊은듯 혼란을 겪는모양이었다.주어진 행복에 감사하고 그것을 최선의 노력으로 유지하려는 그를 어색해하고 때로는 불편해했다.그의 행복을 가장 낯설어 하는 이는 다름 아닌 고난속 투철한 동지였던 바로 그 친구였다.(p.135)
삼삽대는 온통 아이를 키우며 사는 기간이었다.행복 했지만 이를 두고 며칠전 딸아이에게 말했다." 행복한 노예 생활이었어 .다시는 반복 하고 싶지 않지만 후회하지 않고 ,어쩌면 모르는채 시작 해서 감사하는 ." (p.146)
한때는 묻고 또 물었다.과연 인생에 선의라는 것이 있을까요. (p.188)
남들처럼 살지 못했다고 내가 어리석었던 걸까? 도주였든 회피였든 방황이었든,그모든 과정이 내 삶이고 그때의 나 덕분에 지금의 나 자신이 누리고 있었다.또 다른 준비 과정이나 자격증이 필요 하지 않았다.부딪쳐서 배워 나가면 된다는 걸 지난삶이 가르쳐 줬으니까. (p.272)
사람과 사람 사이란 그것이 무엇이든 참 어렵다 .부모와의 관계,형제.자매 와의 관계.친구.결혼.취직으로 인해 생기는 많은 관계속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게 한다.부모와의 관계에서는 보통의 호흡으로는 읽기가 어려웠다.자신의 상처를 그대로 드러내는 ,어쩌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치부일수도 있는 문제를 담담하게 풀어 내고 있으나 그 담담함이 내 살에 칼날이 닿는 느낌이 들어서 잠시 책을 놓았다가 다시 읽기도 했다.지금껏 살아 오는동안, 내가 가졌을 많은 관계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맺을 관계를 한번 돌아볼 필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됐다.나의 인간관계는 과연 건강한가 .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