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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평점 :
미주는 안에서 치밀어 오르는 온갖 말들을 간신히 삼켰다. 당신은 틀렸어
우리는 정이야. 학생이 ,갑이고 당신이 을이고 바로 옆에서
의기 양양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책임강사들이 병이고 나와 같은 평강사들은 정이야(p.121)
E 대에서 일할 때는 전임도 아니면서 전임보다 늦게 퇴근한다고 놀림받고는
했다. “결혼했는데 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해?” 여자가
열심히 일하는 것은 돈을 잘 못 버는 못난 남편을 두었다는 증거라는 듯이, 남편이 돈을 잘 번다면 여자는
일을 할 필요가 없다는 듯이. (P.206)
H 대 한국어 학당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4명의 여자 강사들의 이야기가 학기별로 나눠서
각각의 강사들의 에피소드와 함께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오랜 쥐준생 끝에 처음 강사로 취직하게 되어 정규직으로
전환 되는 날을 기대하지만 수업시간을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린 학생에 대해 학교에 얘기하면서 그로 인해 생각지 못한 일이 발생해서 결국 재계약이
안된 선이, 확실한 자기 주관을 가지고 수업은 누가 따라올 자 없이 잘 진행 하지만 똑부러진 성격이
오히려 독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는 미주.학생들에게 인기가 좋고 강의 평가에서도 상위권이지만 학생하고의
연애가 문제가 되어 결국 도망치듯 그만두는 가은,외국인 남편과 결혼하여 책임 강사로 부단히 노력하며
일을 하지만 임신을 함으로 인해서 모든 것이 바뀌기 시작 하는 한희까지
술술 읽히는 책이고 그리 어렵지 않은 책인데 읽다 보면 속도를 낼 수가 없고 내 손목을 잡아 끄는 그 무엇인가가
있다. 언젠가 이런 느낌의 책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라며 곰곰이 생각해본다 .장강명의 <산자들>이
떠올랐고 .윤이형의 <붕대감기>가 생각났고 김혜진의 <9번의 일>이 생각이 났다. 어디선가 익숙한 느낌, 한 편이 끝날 때마다 선이가, 미주가, 가은이, 한희가 너무나 내 눈 앞에 서서 내 손을 부여 잡고 있는듯
놓치고 싶지 않는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그런 책이다.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로 규정을 하기엔 그 범위는 너무 좁다 .이것은
단순하게 여성들의 일하는 이야기라고만 볼수는 없고 모든 직장인들의 공통적인 이야기에 여성의 서사가 추가 된 우리사회의 민낯을 그래도 보는 느낌이다
<코리안 티처> 이
책으로 외국인들이 어학당에서 어떻게 한글을 접하고 배우는지.그들이 한국에 오기위해 무엇을 감수하는지,오고 난 후에 정작 그들의 삶은 과연 생각대로 살게 되었는지,대학의
돈벌이 수단으로만 외국인들을 대한 건 아닌지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겠지만) 그들은 한국을 좋아 하지만 한국은 그들을 어떻게 궁지로 내몰고 있는지, 시대가
흐름에 따라 그 말의 뜻도 달라질 수 밖에 없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단일 민족이라는 말이 긍지 인 것으로 교육 받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났다.우리는 그렇게 세뇌되었던 건 아닌가 .그렇게 가진 편협한 생각들이
어쩌면 지금의 시대에 오히려 우리에게 독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책이다
고학력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여성들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을 고운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 하는 의문도 해 봤는데
그것 역시 아직은 아니오 라는 결론에 이른다. 그럴 날이 오기는 할까 라는 희망 없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 좀 우울해진다. 결혼을 한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한희의 에피소드에서는 가슴속에 불덩이가 올라오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은 참 아무렇지 않게 폭력의 언어를 사용한다. 남편이 버는데 살림하지
왜 일을 다녀? 일 다니면 남편이 능력이 없어서 일다니는 거라는 그런 무자비한 생각들을 아무렇지도 뱉어내는
사람들을 난 안다. 그들이 하는 말에 아직도 상처 받고 있는 중이므로.
누구든 일하는 보람만으로 직장을 다니고 일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보람과
성취.노동에 대한 그에 합당한 보상.해고 되지 않는 내일도
일할 수 있다는 믿음.날마다 마주하는 사람들과의 그들과 함께하는 일상의 언어들.내가 일한만큼 열심히 하고 있다고 정당하게 인정해주는 평가등이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물려야 삐그덕 대지
않고 잘 작동이 될것이다
미래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그 어떤 상처에도 다독임을 주지 않으면서 ‘고객님’을 위해 피투성이가 된 나의 너덜 너덜한
감정의 상처에도 웃음이라는 가면으로 친절을 팔아야 하는 나의 삶과 너무나 닮아 상처가 덧나는 듯 햇던 이야기였다
난 오늘도 이런 삐그덕 거림에서 자유롭지 못한 하루를 보내고 퇴근했다. 내일은 삐그덕 거림 없이 잘 작동하는 금요일이 되길 바라면서
서평단 활동으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