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그럼 무얼 부르지 - 오늘의 작가 총서 34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34
박솔뫼 지음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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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혀

 

 

바의 주방에서 일을 하고 서빙을 하며 지내는 주인공은 사과와 오렌지와 자신을 하나의 점으로 이어서 만들어지는 삼각형에 안정을 느끼는 사람으로 꼭 과일이 아니더라도 주인공의 모든 관계는 3개의 선으로 연결되어져야 안정적인 공간과 관계가 되는 사람. 3개의 점이 완성이 되면 그 외의 것에는 어떤 희망도 욕망도 없이 지내는 하루가 길기만 하고 시간은 느리기만 한 남자의 이야기

 

누나는 사과 같고 오렌지 같고 사슴같고 토끼같다. 누나는 내가 평생 보는 것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사장이 존 것을 보지 못해 우는 누나가 보는 것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사장은,사장도 같아.이 것으로 우리 셋은 똑같다.우리는 누군가의 삼각형이 되지 못하지만 우리 셋은 같다.이것으로 우리 셋은 똑같다 ( p.33 )

 

 

안 해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인적이 드문 손님이 별로 없는 구름새 노래방 사장은 손님들중에 자신이 선택한 사람을 감금하고 노래방에서 노래하기를 강요한다. 그가 감금하는 사람은 열심히 노래하지 않는 사람을 감금해서 열심히 노래하기를 강요하고 열심히에 대해 상대가 수긍을 하던 수긍을 하지 않던 일장 연설을 하고 강요하고 협박한다. 좁은 공간에 갇힌 피해자와 또 다른 피해자와의 만남. 열심히 노래 부르기를 강요 당하며 수긍하지 않을 시 폭력을 당하는 장면을 그대로 바라보게 하는 데 날이 날카로운 시린 잔인함이 돋보이는 이야기이다. 이 두가지 이야기는 연작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읽게 되는데 각각의 다른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남자는 열심히에 대해서 말하지? 하지만 잘못 알고 있습니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해서 안되는게 있다면 아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하지 않지? 하는 비뚤어진 교정의식과 아 나는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지? 하는 피곤한 자학 이 둘뿐이었다. (p.52)

 

 

해만 / 해만의 지도

 

 

이 두편의 이야기도 이어진 느낌이 드는 이야기로 작가는 이 해만이라는 가상 도시를 상상할 때 인류가 멸망할 때 사람들이 다 죽고 한두명이 살아 남으면 어떻게 되나 라는 생각으로 이야기를 쓰게 되었다고 하는데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때로는 사람들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들이 주로 가는 마을인 해만에 가서 돈이 떨어 질때까지 지내다가 자기 자리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어하지 않는 이곳에 가게 되는 여주인공. 두어 달 다녀온 후 사촌 동생의 해만에 가겠다는 말에 도움이 되어 주겠다며 자신의 기억으로 해만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하는데 해만에서 같이 지내던 우석을 만나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버지를 죽인 살인자와 그 동생이라고 하는 여자의 이야기를 하던 중 자신이 본 것이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혼란스럽다.

 

여전히 나는 가볍고 바람이 통과하고 흔들거리고 텅 비어 있고, 질문들은 빈 공간을 빠져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가고 싶은 사람도 돌아가고 싶어지는 때도 없다. 언제나 그랬지만 다시 어딘가로 돌아가고 있었다 (중략) 사라지고 나면 무엇이 남나요? 사라진 곳에 대고 묻는다.결국 텅 비어버린 자신이 강렬해 질 뿐이지 .아 정말 그렇지? 질문들도 빠져나간 텅 빈 곳에 대고 대답했다 ..그렇네 하고. (p.94)

 

그럼 무얼 부르지

 

샌프란시스코에서 여행중에 나는 한 대학 근처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모임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고 거기에서 5월의 광주에 대해 토론중인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차후 여행에서 돌아와 모임에서 만난 혜나와 다시 광주를 찾게 되며 항쟁의 시와 노래들을 접하는 이야기로 시공간을 왕래하지만 그럼에도 그때의 그 시간에 도달할수 없는 그런 영역이 있다는 것을 다시 자각하게 되는 이야기.

 

7편의 단편집으로 되어 있는데 책을 읽는 동안 수많은 물음표를 머리에 띄우고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물음표가 사라지지 않았던 지금까지 읽었던 그 어느 책보다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던 책이었다.단편이 주는 강렬함 .장편의 주는 스토리나 흐름.읽다 보면 어느 정도 상상을 하게 되고 스토리를 구상하고 주인공에게 이입하게 되는데 ....한편을 읽고 나면 연작인가 싶은 몇편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뚝 끊어진 느낌이 드는 것이 고도의 집중을 요하는 책이었다고나 할까

 

 

특이한 점은 문체라고 볼수 있는데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해서 마음속의 말과 뱉어내는 말이 공존하는 느낌이 읽다 보면 자연스레 문장을 소리내어 읽게 되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들수 있다. 말하듯이 하나하나 따라 읽어 가다 보면 느낌이 더 잘 전달되는 그런 기분이 든다. 육하원칙 그런거 배제하고 의식의 흐름대로 줄줄 뱉어내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의식과 무의식이 같이 둥둥 글로 떠다니는 듯한 묘한 기분에 빠져들고 때로는 괴기스러운 공포가 스며들기도 하는 부분은 좋았는데 그럼에도 이해력 부족인가 내겐 살짝 어려웠다

 

민음사서포터즈 활동으로 지원 받은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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