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김애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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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제부터 글쓰기가 좋았는지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작문 시간에 짧은 글을 발표한 후 선생님께 칭찬받는 게 좋았고 반일기를 쓸 때 가끔 조금 더 슬프게, 조금의 픽션을 더해서 적은 일기에 나를 위로해주는 친구들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꼈었다. 작가가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글쓰기 연습을 하지도 않았지만 글쓰기는 나의 그림자 끝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미련으로 내 인생에 질질 끌려오고 있다. 글쓰기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아마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잘 할 수 있을까? 내게 재능이 있을까?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등등 수만 가지 두려움에 발목 잡혀서 그 핑계로 아직까지 노트 앞장만 끊임없이 쓰고 버리기만 되풀이하고 있다. 원하는 답을 주는 책이 있을까 하는 희망에 글쓰기 관련 책을 계속 찾아서 읽었다. 그리고 드디어 내가 원하는 책을 발견했다. 읽고 또 읽고 가까이에 두고 계속 읽고 싶은 책을 찾았다.

 

 

나는 이 책이 참 좋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좋다'라는 단어 외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답과 희망과 응원이 가득한 책이었다. 나는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읽으며 슬펐고 위로받았으며 용기를 얻었다. 한 글자, 한 문장이 마치 친구처럼, 때로는 선배처럼 따뜻한 조언과 호된 질책 같았다.

김애리 작가는 블로그를 통해서 먼저 알게 되었고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다. 우연히 읽어 본 그녀의 글은 차분하고 담백해서 마음에 들었다. 글쓰기에 대한 인문도서인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역시 그녀의 자분자분한 문장이 가득한 책이었다. '글쓰기 테라피'라는 말 그대로 이 책은 글을 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쓰기가 가진 가장 강력한 기능인 치유와 성장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저자의 말처럼 글을 쓰면서 힐링하고 성장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성장, 치유, 실천의 글쓰기에 대한 설명과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글쓰기를 통해서 발전하고 있는지 실제 사례들을 들려준다.

글을 써야 하는 이유, 어떤 방법으로 글쓰기를 시작해야 하는지 뿐만 아니라 손으로 하는 명상인 필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글을 써보고 싶지만 아직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마음을 차분하게 하는 습관을 가지고 싶을 때 좋은 필사는 해본 사람만이 그 매력을 안다. 어떤 책부터 필사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그녀가 직접 써본 책 중 필사하기 좋은 책 서른 권을 추천하고 있으니 그중에서 한 권을 골라 필사를 시작해 봐도 좋을 것이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의 모든 부분이 좋았지만 특히 글쓰기 프로그램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준 부분이 인상깊었다. 글쓰기 요령을 알려주지는 않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글쓰기 플랜을 알려준다. 자아탐색, 행복설계등에 대해 이야기하는 4주간의 쓰기 프로그램, 어디까지 해봤어?라는 질문 목록 등 나처럼 첫 글자를 적기 힘들어 방황하고 있는 글쓰기 초보들에게 저자는 숙제 아닌 숙제를 던져준다. 노트만 사놓고 혹은 모니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던 사람이라면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에서 저자가 친절하게 짜준 프로그램을 이용해 보기를 추천한다. 이뿐만 아니라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SNS 사용방법과 글쓰기에 힘을 주는 책 추천 등 저자는 글쓰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와 함께 끊임없이 유용한 팁을 제공한다.

오롯이 나와 내 인생만 들여다보기. 이것이 낮은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솔루션이었다. 이를 위해 나는 나의 가치와 잠재력에만 집중해보기로 했다. 학력, 능력, 인맥, 연봉 다 집어치우고 그냥 나라는 사람 알맹이만 분석해보기로 한 것이다. 나의 정체성을 다시 바로잡고, 삶의 방향키를 내 손에 쥐여 줄 필요가 있었다. 쇼펜아우어도 말하지 않았던가? 인간은 다른 사람처럼 되고자 하기 때문에 잠재력의 4분의 3을 상실한다고. 돌아보니 정말 그랬다. 숱한 날들을 '저기 저 사람'같은 능력을 갖추기 위해, '저기 저 사람'이 가진 것을 나도 가져보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

모든 글쓰기 책의 결론은 '지금 당장 쓰라'는 것이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 역시 일단 쓰라고 말한다. 그게 바로 시작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왜 평범한 우리들이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 수없이 많은 이유를 알려준다.

나는 버티기 위해 책을 읽는다. 책을 읽음으로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책을 읽고 씀으로써 더 많은 힘을 얻고 있다.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하지만 그들은 책을 통한 치유를 경험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말을 책 많이 읽는다고 자랑하는 잘난척쟁이의 으시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저자가 이야기하는 글쓰기가 주는 치유와 성장의 힘을 믿는다. 책에 나오는 글쓰기 주제에 제대로 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생각해 보니 나를 제대로 진지하게 살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 자신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글쓰기가 그렇게 어렵고 무서웠나보다. <글쓰기가 필요하지 않은 인생은 없다>를 다시 한번 더 읽어볼 것이다. 외면하기만 했던 글쓰기에 대한 나의 욕망을 제대로 마주해 볼 것이다. 이제 글쓰기가 주는 강력한 치유의 힘을 경험해 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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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있습니다 - 때론 솔직하게 때론 삐딱하게 사노 요코의 일상탐구
사노 요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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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현재 이곳에 없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우리에게 사는 건 별거 없는 것이라고 시크하게 이야기한다. <문제가 있습니다>는 전쟁을 겪고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일본인 사노 요코의 에세이이다.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를 통해서 인생의 진리를 솔직하고 삐딱하게 들려준 사노 요코 할머니는 -저자보다 할머니라고 부르고 싶다- <문제가 있습니다>에서도 역시나 그녀의 이야기를 진솔하지만 시크하게 담아내고 있다.

모든 책이 작가의 생각을 담아내지만 특히 에세이는 작가의 숨겨둔 마음까지도 고스란히 드러나는 분야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나이와 성별, 직업에 따라 에세이는 읽는 느낌이 판이하게 다르다. 나는 많은 작가들의 이야기 중에서도 <문제가 있습니다>처럼 초로를 살고 있는 작가들의 이야기가 좋다. 사노 요코 할머니의 책은 그녀를 저자 대신에 할머니라고 부르고 싶을 만큼 편안하다. 물론 그녀가 살아온 시대의 이야기나 삶은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다. 전쟁에 패한 민족의 삶, 변화하는 국가에서 살아온 사람, 두 번의 이혼을 하고 신경증에 걸린 사노 요코 할머니의 이야기는 언뜻 읽어보면 꺼끌꺼끌해서 피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아마 무척 시크하게 툭툭 던지듯이 이야기하는 그녀의 말투가 그런 느낌을 배가 시키고 있는 것이리라. 그럼에도 <문제가 있습니다>가 편한 책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그런 모든 것이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하는 게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인생은 별게 없다.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에서 보면 누구나 비극인 것이 인생인 것처럼 의도치 않게 태어난 후 우리 모두는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만약에 그녀가 '저는 전쟁에 패한 일본인으로 타국에서 살아서 힘들었어요, 너무 가난한 국가에서 살아가느라 괴로웠어요, 애정을 주지 않은 어머니와 두 번의 이혼, 아들과의 관계 때문에 내 인생은 정말 힘들었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살아왔답니다.' 이렇게 말했다면 나는 당장 책을 덮었을 것이다. 나는 그녀의 삶에 대한 태도가 좋았다. 세월이 켜켜이 묻어있는, 인생에서는 무슨 일이든 생길 수도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좋았다.

 

 

수십 년이나 지난 후에 사촌 언니가 말했다. "저기서 꾀죄죄한 여자가 걸어오는데 가까이서 보니 요코잖아. 불쌍해서 그냥 갈 수 있어야지." 그 화사한 스웨터는 아마 수입품이었을 것이다. 나는 내가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 했다. 지금 생각하니 정말 불쌍했다. 아, 불쌍해.

곳곳에서 뿜어대는 요코 할머니의 시크함에 킥킥거리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한창 꾸미고 싶은 나이에 허름한 옷 따위는 그녀에게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녀는 계속 취미가 없어서 책을 읽어댔고 많을 책을 읽었지만 아는 것이 없다, 기억력이 없어서 잘 모른다고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누구보다 더 많이 알려고 노력하고 알고 있는 그녀는 단지 아는 척하지 않을 뿐이었다. 그리고 무심히 한마디 던지겠지. 몰라요, 잊었어요.

한참을 먼저 살았던 그녀의 이야기는 마치 일본 근현대사의 작은 부분을 읽는 것 같아서 이런 아날로그적인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가 있습니다>는 변혁의 시대를 견디며 살아온 작가가 견디며 살아보니 알게 된 삶에 대한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다. 그녀의 인생 곳곳에 숨겨놓은 조언을 찾아서 자신의 인생으로 옮기는 건 독자의 몫이다.

성질은 평생 변하지 않으므로, 누구든 자기 성질이 불러들인 인생을 살게 된다.

나도 언젠가 죽겠지. 암으로 죽어도 사고로 죽어도 좋아. 하지만 치매만은 싫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아가는 길을 선택할 수 있지만 죽어가는 여정은 선택할 수 없다. 엄마도 치매가 되겠다고 선택한 게 아니니까.

누군가의 일생을 들여다보는 건 존경심과 안도감을 함께 느끼게 한다. 더욱이 <문제가 있습니다>처럼 삶의 속도보다 국가의 발전 속도가 더 빠른 시대를 통과해 온 사람의 이야기는 경외감까지 든다. 그렇지만 그녀는 말한다. '그게 뭐 어떻다고?' 별거 아니라고 시큰둥하게 말하지만 그녀의 이야기에는 유쾌한 삶의 지혜가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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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뭐 먹지?
다카기 나오코 지음, 고현진 옮김 / artePOP(아르테팝)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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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저녁식사 약속이 생겼다. 퇴근 후 헐레벌떡 지하철로 뛰어들었다. 지하철은 책 읽기에 최고의 공간이라 출근하면서 <오늘 뭐 먹지?>를 챙겼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에 부담 없이 읽기 좋고 가방 안에 넣고 다니기 가벼워서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오늘 뭐 먹지?>를 선택했다. 그런데 아뿔싸, 내 실수다. 이 책은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린 후 주린 배를 움켜쥔 채 퇴근하면서 읽어서는 안될 책이었다. 앙증맞고 귀여운 책 표지에 속았다. 이토록 귀여운 음식 그림이 억누르고 싶은 내 식욕 본능을 마구마구 일깨울 줄이야.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내내 침을 삼켰다. 저녁을 뭘 먹어야 할지 고민했다. 늘 그렇듯 무난하게 스파게티를 먹으려던 계획은 이미 없었던 일이 되었고 나는 <오늘 뭐 먹지?>를 읽은 날, 초밥과 우동을 먹고 일본식 선술집에 갔다. 포만감에 누워 있는 나오코의 모습이 그날 나의 모습이 되었다.

오랜만에 만화로 된 책을 읽었다. <오늘 뭐 먹지?>는 일본 일러스트레이터인 다카기 나오코가 2011년 건강잡지 '몸의 책'에 연재한 '다카기 나오코의 오늘 뭐 먹지?'를 계절별로 나눠 묶어 낸 책이다. 책을 읽기 전에는 음식 레시피에 관한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늘 뭐 먹지?>는 요리 레시피가 아니라 일본에서 홀로 살고 있는 미혼 여성의 혼밥과 혼술에 관한 이야기였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책이었지만 달라서 다행이었다. 그녀가 들려주는 음식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는 왠지 모르게 나를 위로해 주는 것만 같았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로 나눠 각 계절별로 먹기 좋은 음식을 소개한다. 책에 나오는 모든 음식은 그녀가 직접 만든 것으로 그 중에는 요리무식자인 나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는 쉽고 간단한 음식도 있었다. 일본 작가라 그녀가 소개하는 음식 중에는 처음 알게 된 것도 있고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음식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뭐 먹지?>가 단순히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서 그런지 그녀가 알려주는 음식을 먹어보기 위해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단순히 만화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귀엽고 깔끔한 만화 형식으로 일본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나는 <오늘 뭐 먹지?>를 음식을 통해서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독특한 힐링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나처럼 미혼에 직장을 다니는 여자들은 더욱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혼자 사는 사람이라면 배가 되겠지. 나는 혼자 살진 않지만 혼밥과 혼술을 좋아해서 그림 속 그녀가 느끼는 감정들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물과 함께 마시는 술이 덜 취한다는 방법을 일본 도쿄에 살고 있는 저자도 자신만의 규칙으로 세운 걸 보면서 풉~웃음이 터져 나왔다. 토필이라는 생소한 나물을 가족들과 함께 채취하는 장면에서는 고사리를 꺾기 위해 허리 굽혀 열심히 산을 헤매고 다닌 우리 가족의 모습이 보였다. 다른 공간에 살고 있지만 음식을 매개로 많은 사람들은 서로 같은 시간과 추억을 공유하고 있다. 하나하나 설명할 수 없을 만큼 그녀의 이야기는 나의 추억이었고 지금의 내 모습 중의 하나였다.

분명 <오늘 뭐 먹지?>는 요리책이 아닌데 책을 읽고 나니 요리가 하고 싶어졌다. 힘들고 지칠 때도 직접 요리를 해서 식사를 하는 나오코를 보며 그동안 내가 먹는 것을 너무 소홀히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음식은 단순히 먹는다는 행위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이다. 홀로 먹는 즐거움을 알고 있는 저자는 책을 통해 그 행복함을 알려주고 있다. 나를 위한 소박한 음식과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주는 즐거움을 무엇에 비할 수 있으랴. 주말 저녁에 마시는 맥주에 가장 잘 어울릴만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 나오코의 <오늘 뭐 먹지?>를 다시 집어 들었다. 배고플 때 읽으면 안 될 책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더 행복하게 먹기 위해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다.

그녀가 묻는다.
' 여러분이 좋아하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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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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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인가 했다. 일본 만화를 보는듯한 표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 <대논쟁!철학배틀>은 시작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철학이라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분야와 만화의 접목이라는 신선한 시도는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책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철학은 음미와 대화의 행위이며 어떤 주제에 대한 근거를 생각하거나 가치를 판단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대논쟁!철학배틀>은 인류 역사의 수많은 위대한 철학자 중 37명의 철학자들이 15개의 다양한 문제를 놓고 열띤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5가지의 질문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부터 근본적인 철학 문제까지 다룬다. 각각의 문제에 관한 철학자들의 토론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고, 철학자들과 가상의 토론을 벌여보는 방식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대논쟁!철학배틀>에는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부터 20세기의 철학자까지 총 37명의 인류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지식인들이 함께한다. 우리가 잘 알거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철학자들부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학자들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논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소크라테스가 사회를 보고 역사를 넘나드는 여러 철학자들의 논쟁은 <대논쟁!철학배틀>이 아니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특히 각 인물들의 특징을 잘 살려 생생하게 표현한 일러스트는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철학자들이 논쟁을 펼친 질문 중에서 나는 '살인은 절대악일까?','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라는 주제를 특히 더 열심히 읽었다. 살인은 절대악이라는 칸트와 루소의 입장과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벤담과 일본 소설가인 오가이의 대화를 통해서 살인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봤다. 그들은 살인이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안락사, 난파된 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살인행위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살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정당방위로서의 살인을 생각하며 읽었다.

<대논쟁!철학배틀>은 문제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조율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철학 책을 원하다면 이 책은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여러 철학자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보길 원한다면 그들의 대화법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철학자들의 생생한 대화와 함께 철학 이론과 단어에 대한 설명이 덧붙어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서술식의 책을 읽어왔다면 마치 연극 대본을 보는 듯한 <대논쟁!철학배틀>은 읽기에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어려운 철학 이론과 함께 주장하는 것이니 조금 읽다가 덮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를 가지고 읽다 보면 그들의 대화 속으로 빠져드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팁을 알려주자면 상상하면서 읽어보길 권한다. 철학자들의 논쟁을 마치 연극이나 영화인 것처럼, 눈앞에서 펼치는 끝장토론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어려운 말의 향연인 철학이 왜 필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원전부터 함께 발전해 온 철학은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렵지만 그만큼 깊은 매력이 있는 철학을 새롭게 접해보고 싶다면 <대논쟁!철학배틀>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마치 한 편의 긴 연극을 본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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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 - 2030년 대학생 마리가 들려주는 AI 100년사 아우름 20
고다마 아키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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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밀레니엄이 시작되면 세계가 뒤바뀔 거라 생각했었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다운되어 전 세계가 암흑 속으로 빠진다거나 큰 혼란이 올 거라고 말했다. 두려움 반, 흥분 반으로 기다렸던 2000년의 시작은 아무 일도 없이 너무나도 평온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2020년 원더 키즈'라는 만화 때문인지 2000년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발전할 거라고 상상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우주를 옆 동네처럼 여행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2020년을 3년 앞둔 2017년, 지금도 몇 십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발달해 왔고 앞으로 그 몇 배 이상 더욱 업데이트 될 것이다.

인류의 긴 역사를 놓고 보면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는 정말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인류사의 어떤 물건보다 빠르고 절대적으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버스나 길거리에서 작은 휴대폰 안에 코를 파묻고 있는 걸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다. 휴대폰으로 전화만 하면 되지 뭘 저렇게 애지중지하며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었지만 곧 나도 그런 한심한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되고 말았다. 기계에 관심 없는 내게도 스마트폰은 신세계였다. 누가 이렇게 대단한 걸 만들었는지 처음으로 제품의 제작자가 궁금했었다. 이랬던 때가 고작 몇 년 전인데 이제 스마트폰, 인터넷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는 나처럼 스마트폰의 기원과 앞으로 어떤 기술이 등장하고 발전될 것인지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IT 세계에 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컴퓨터의 기원부터 현재에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 앞으로 AI 의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2030년을 살고 있는 대학생 마리의 일상을 소설처럼 함께 덧붙이고 있어서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는 마치 소설과 역사, 미래학 책을 한꺼번에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소 생소한 컴퓨터의 역사를 비전공자들도 지루하지 않고 읽을 수 있게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컴퓨터에 무지한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 마리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미래 소설이었다. 컴퓨터에 대한 설명 사이사이에 이어지는 마리 이야기를 따로 먼저 읽은 후 인공지능의 기원에 대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앨런 튜링이라는 수학자가 주인공인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를 흥미롭게 봤다.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암호를 해독하게 위해 만든 튜링의 컴퓨터가 바로 지금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시작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되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반도체의 성능은 18개월에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 퍼스널 컴퓨터라는 말을 처음 만든 앨런 케이 등 컴퓨터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과학자와 수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인류 역사에 스마트폰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안겨준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 컴퓨터에 최대 영향을 미친 사람 중에 모세의 인생과 이상하리만치 중첩되는 인물이 있다. 맞다, 스마트폰이라는 '신의 석판'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남자, 스티브 잡스다. 모바일 컴퓨팅이라는 약속의 땅으로 우리를 이끈 잡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름 위 세계인 클라우드와 연결하는 석판인 스마트폰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말한다. 스마트폰은 몇몇 국가를 무너뜨리는 무기가 되기도 했다. 마치 모세의 석판이 담긴 성궤처럼 말이다.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는 컴퓨터의 역사과 함께 현재 인공지능의 개발과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품이라는 의미의 컴퓨터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등장, 모든 것을 검색한다는 구글 등 보이지 않지만 전 세계를 촘촘하게 뒤덮고 있는 신경회로망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인공지능이 발전할지에 대해서도 예측한다. 저자는 2030년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곧 등장할 것만 같다. 아니, 내가 미처 알지 못 했을 뿐 우리 일상 속에서 그 씨앗은 이미 싹트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공지능이 실현되는 세계는 마냥 좋기만 할까? 38억 년 전부터 진화해 온 인간의 본성을 고작 백여 년의 기술이 완전히 바꿀 수 있을까?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의 저자는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지배하게 될 미래를 맞이하는 인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한다. 인공지능과 컴퓨터에 대한 책이라 어렵고 지루할 것 같다는 선입견은 버리고 읽어보길 바란다. 인공지능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서 당신이 모르고 있었던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세계로 들어가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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