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 - 2030년 대학생 마리가 들려주는 AI 100년사 아우름 20
고다마 아키히코 지음, 박재현 옮김 / 샘터사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00년, 밀레니엄이 시작되면 세계가 뒤바뀔 거라 생각했었다. 사람들은 컴퓨터가 다운되어 전 세계가 암흑 속으로 빠진다거나 큰 혼란이 올 거라고 말했다. 두려움 반, 흥분 반으로 기다렸던 2000년의 시작은 아무 일도 없이 너무나도 평온했다. 자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 '2020년 원더 키즈'라는 만화 때문인지 2000년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발전할 거라고 상상했다. 그때가 되면 사람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우주를 옆 동네처럼 여행 다닐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내가 상상했던 것만큼은 아니지만 2020년을 3년 앞둔 2017년, 지금도 몇 십 년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기술이 발달해 왔고 앞으로 그 몇 배 이상 더욱 업데이트 될 것이다.

인류의 긴 역사를 놓고 보면 우리가 스마트폰을 사용한 지는 정말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인류사의 어떤 물건보다 빠르고 절대적으로 인간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처음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버스나 길거리에서 작은 휴대폰 안에 코를 파묻고 있는 걸 보면서 한심하다고 생각했었다. 휴대폰으로 전화만 하면 되지 뭘 저렇게 애지중지하며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었지만 곧 나도 그런 한심한 사람들 중의 한 명이 되고 말았다. 기계에 관심 없는 내게도 스마트폰은 신세계였다. 누가 이렇게 대단한 걸 만들었는지 처음으로 제품의 제작자가 궁금했었다. 이랬던 때가 고작 몇 년 전인데 이제 스마트폰, 인터넷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버렸다.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는 나처럼 스마트폰의 기원과 앞으로 어떤 기술이 등장하고 발전될 것인지가 궁금한 사람들에게 안성맞춤인 책이다. IT 세계에 살고 있는 저자는 이 책에서 컴퓨터의 기원부터 현재에 개발되고 있는 인공지능, 앞으로 AI 의 전망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 2030년을 살고 있는 대학생 마리의 일상을 소설처럼 함께 덧붙이고 있어서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는 마치 소설과 역사, 미래학 책을 한꺼번에 읽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소 생소한 컴퓨터의 역사를 비전공자들도 지루하지 않고 읽을 수 있게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고 있어서 컴퓨터에 무지한 사람들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대학생 마리의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미래 소설이었다. 컴퓨터에 대한 설명 사이사이에 이어지는 마리 이야기를 따로 먼저 읽은 후 인공지능의 기원에 대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앨런 튜링이라는 수학자가 주인공인 이미테이션 게임이라는 영화를 흥미롭게 봤다. 제2차 세계대전의 혼란 속에서 암호를 해독하게 위해 만든 튜링의 컴퓨터가 바로 지금의 컴퓨터와 인공지능에 관한 기본적인 사고방식의 시작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 되는 컴퓨터가 등장했다. 반도체의 성능은 18개월에 2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 퍼스널 컴퓨터라는 말을 처음 만든 앨런 케이 등 컴퓨터 역사에 빼놓을 수 없는 수많은 과학자와 수학자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리고 인류 역사에 스마트폰이라는 엄청난 선물을 안겨준 스티브 잡스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 없다.

오늘날 컴퓨터에 최대 영향을 미친 사람 중에 모세의 인생과 이상하리만치 중첩되는 인물이 있다. 맞다, 스마트폰이라는 '신의 석판'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 남자, 스티브 잡스다. 모바일 컴퓨팅이라는 약속의 땅으로 우리를 이끈 잡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름 위 세계인 클라우드와 연결하는 석판인 스마트폰이 어떻게 탄생했는지를 말한다. 스마트폰은 몇몇 국가를 무너뜨리는 무기가 되기도 했다. 마치 모세의 석판이 담긴 성궤처럼 말이다.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는 컴퓨터의 역사과 함께 현재 인공지능의 개발과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품이라는 의미의 컴퓨터가 어떻게 개발되었는지 뿐만 아니라 인터넷의 등장, 모든 것을 검색한다는 구글 등 보이지 않지만 전 세계를 촘촘하게 뒤덮고 있는 신경회로망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인공지능이 발전할지에 대해서도 예측한다. 저자는 2030년은 사물인터넷과 인공지능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들이 곧 등장할 것만 같다. 아니, 내가 미처 알지 못 했을 뿐 우리 일상 속에서 그 씨앗은 이미 싹트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공지능이 실현되는 세계는 마냥 좋기만 할까? 38억 년 전부터 진화해 온 인간의 본성을 고작 백여 년의 기술이 완전히 바꿀 수 있을까?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의 저자는 다소 추상적이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지배하게 될 미래를 맞이하는 인간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한다. 인공지능과 컴퓨터에 대한 책이라 어렵고 지루할 것 같다는 선입견은 버리고 읽어보길 바란다. 인공지능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다면 <인공지능, 아직 쓰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서 당신이 모르고 있었던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세계로 들어가 볼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