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논쟁! 철학 배틀
하타케야마 소우 지음, 이와모토 다쓰로 그림, 김경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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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인가 했다. 일본 만화를 보는듯한 표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제목 <대논쟁!철학배틀>은 시작부터 흥미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철학이라는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분야와 만화의 접목이라는 신선한 시도는 철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거부감 없이 책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다. 저자는 철학은 음미와 대화의 행위이며 어떤 주제에 대한 근거를 생각하거나 가치를 판단하는 작업이라고 한다.

<대논쟁!철학배틀>은 인류 역사의 수많은 위대한 철학자 중 37명의 철학자들이 15개의 다양한 문제를 놓고 열띤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5가지의 질문은 현재에도 끊임없이 찬반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것부터 근본적인 철학 문제까지 다룬다. 각각의 문제에 관한 철학자들의 토론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고, 철학자들과 가상의 토론을 벌여보는 방식으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대논쟁!철학배틀>에는 기원전 5세기 소크라테스부터 20세기의 철학자까지 총 37명의 인류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지식인들이 함께한다. 우리가 잘 알거나 한 번쯤은 들어봤음직한 철학자들부터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학자들까지 다양한 철학자들의 이야기와 논쟁은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명장면이었다. 기원전 5세기에 살았던 소크라테스가 사회를 보고 역사를 넘나드는 여러 철학자들의 논쟁은 <대논쟁!철학배틀>이 아니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닐까. 특히 각 인물들의 특징을 잘 살려 생생하게 표현한 일러스트는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철학자들이 논쟁을 펼친 질문 중에서 나는 '살인은 절대악일까?','역사를 움직이는 것은 무엇일까?','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까?'라는 주제를 특히 더 열심히 읽었다. 살인은 절대악이라는 칸트와 루소의 입장과 어쩔 수 없는 경우도 있다는 벤담과 일본 소설가인 오가이의 대화를 통해서 살인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고민해 봤다. 그들은 살인이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안락사, 난파된 배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살인행위에 관해 이야기했지만 나는 살인이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정당방위로서의 살인을 생각하며 읽었다.

<대논쟁!철학배틀>은 문제에 대한 정답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고 조율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깔끔하게 떨어지는 정답이 있는 철학 책을 원하다면 이 책은 맞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여러 철학자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함께 생각하고 고민해 보길 원한다면 그들의 대화법이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철학자들의 생생한 대화와 함께 철학 이론과 단어에 대한 설명이 덧붙어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었다. 서술식의 책을 읽어왔다면 마치 연극 대본을 보는 듯한 <대논쟁!철학배틀>은 읽기에 조금은 어색할 수도 있다. 게다가 어려운 철학 이론과 함께 주장하는 것이니 조금 읽다가 덮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인내를 가지고 읽다 보면 그들의 대화 속으로 빠져드는 당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팁을 알려주자면 상상하면서 읽어보길 권한다. 철학자들의 논쟁을 마치 연극이나 영화인 것처럼, 눈앞에서 펼치는 끝장토론인 것처럼 생각한다면 그들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어려운 말의 향연인 철학이 왜 필요하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기원전부터 함께 발전해 온 철학은 인류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어렵지만 그만큼 깊은 매력이 있는 철학을 새롭게 접해보고 싶다면 <대논쟁!철학배틀>이 안성맞춤일 것이다. 마치 한 편의 긴 연극을 본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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