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 - 내 문장이 그렇게 유치한가요?
임정섭 지음 / 다산초당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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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을 찾아 읽는다. 나 역시도 그렇다. 쓰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글쓰기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다. 국내외의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고 알게 된 글쓰기 비법은 단 하나다. 지금 바로 써라. 달리기를 잘 하려면 매일 아침 달려야 하고 다이어트를 하기 위해서는 지금 당장 숟가락을 놓아야 한다. 글을 잘 쓰려면 써야 한다. 알지만 그게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것이 또 사실이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에서도 역시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방법을 이야기한다. 어른들의 글쓰기. 아직 아이처럼 글을 쓰는 수많은 어른들에게 들려주는 글쓰기 방법은 쉽고 간단하지만 효과는 즉각 나타난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의 저자는 글쓰기 분야에게 이미 유명한 분이라 나 역시도 그의 책을 이미 읽어봤다. 다시 읽어 본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글을 전혀 쓰지 않았던 그때에 읽었던 것과 전혀 다른 책으로 다가왔다. 짧은 리뷰라도 꾸준하게 쓰는 지금, 조금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어하는 나에게 요점을 정확하게 알려주었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를 읽으며 즐거웠다. 빨리 책을 읽고 그가 알려주는 글쓰기 방법을 적용해 글을 쓰고 싶었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지지부진한 글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책은 4단계의 글쓰기 훈련 단계와 직장인을 위한 실전 기획서 사례에 대한 부록으로 구성되어 있다. 글은 간결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그의 글쓰기 훈련 역시 마치 족집게 과외처럼 정확하게 필요한 부분만 알려준다. 글을 쓸 때 '나'라고 시작해서는 안된다, 문장은 간결하게 써야 한다, 주어와 술어가 일치해야 한다, 수사가 많은 것보다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글이 좋다, 불필요한 치장은 하지 마라, 예술작품뿐만 아니라 실용 글쓰기에서도 중복 표현은 좋지 않다, 현대인들은 '있다'라는 표현을 너무 많이 쓴다, 글은 가능한 능동태로 써야 한다 등 저자가 들려주는 문제점은 나도 역시 고쳐야 할 부분이었다.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글을 잘 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본 책이지만 동시에 직장에서 써야 할 실용글쓰기에 대해 중점을 두고 설명한다. 아이처럼 쓰는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는 소설이나 에세이 등의 문학 작품보다 일상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면에 중점을 둔 책이다. 보고서를 쓸 때, 간단한 홍보문구를 작성해야 할 때, 중요한 이메일을 보낼 때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적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가 도움이 될 것이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글을 잘 쓰기 위한 8가지 습관'이었다. 요지를 중심으로 글을 재구성해 유익한 글을 쓰는 방법인 요약, 몸으로 경험한 것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에 손으로 쓰는 필사, 글을 쓰다 보면 당연히 여러 어휘가 떠오를 것이라는 생각이 틀렸음을 알려주는 어휘 공부하기, 설명문의 작성을 일상화하여 다작하기,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는 사고 훈련을 해야 한다, 꿈을 기록하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하루에 하나씩 기록하기 등 언제든 글을 쓸 수 있는 글의 근육을 만들기 위한 방법들은 앞으로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알려준다.

만약에 글쓰기가 고작 나 자신을 표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다면 나는 타자기를 내다 버렸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행위다. 작가는 마치 운동선수처럼 매일매일 '훈련'해야 한다.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던가? - 수전 손택

글을 쓰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묻는다. 왜 글을 쓰고 싶은가요. 다양한 이유도 있지만 아직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사람도 많다. 그래서 글이 필요하다. 나를 제대로 보기 위해,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 그럼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 우리는 써야 한다. 쓰고 싶지만 출발선을 찾지 못했다면 <임정섭의 글쓰기 훈련소>가 정확한 출발선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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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션 B -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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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물론,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는 죽음. 하지만 나의 죽음보다 더 슬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는 것이다. <옵션 B>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는다. 갑자기 닥친 남편의 죽음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옵션 B>는 그녀가 남편의 죽음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자,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이겨낼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옵션 B>는 단순한 심리학 이론이나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죽음이라는 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저자가 들려주는 <옵션 B>의 이야기는 이미 죽음을 느껴본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보듬어 주는 책이며, 한 번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예방 약과 같다.

삶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현재 걸어가는 길로 계속해서 갈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매 순간 선택해야 하고 매 순간 다른 길로 걸어가야만 하는 사건들이 생긴다. 이미 우리는 그런 상황을 플랜 B라고 부른다. 하지만 셰릴 샌드버그가 말하는 옵션 B는 단순한 플랜 A, B 가 아니다. <옵션 B>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예외는 없다. 이 책을 몇 년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옵션 B가 필요할 때 나는 문제를 마주할 힘뿐만 아니라, 내면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조차 몰랐다. 상처는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얼렁뚱땅 아물어 버렸다. 셰릴 샌드버그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옵션 B에 대해 늦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바위와 같은 남편 데이브가 헬스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아내인 셰릴 샌드버그였다. 어제와 같이 행복하고 평온한 일상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아침, 갑자기 남편이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이해 할 수는 있겠지만 공감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말처럼 상실도 슬픔도 실의도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오리지널스>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와 함께 어둠을 뚫고 나온 과정을 이야기하는 <옵션 B>는 죽음부터 시작해 삶을 살며 겪게 되는 수많은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인 회복탄력성을 함께 나누기 위해 쓰인 책이다.

<옵션 B>의 큰 줄기는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겪은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이다. 사이사이에는 가족의 죽음뿐만 아니라 질병, 부상, 사고 등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와 함께 부정적인 사건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공감하며 읽기 쉬운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엉성하게 아물었던 내 상처들이 쓰라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울 때 나도 눈물을 흘렸고 아픔을 통해 성장해 가는 저자와 함께 오래된 상처에 이제야 제대로 된 약을 바를 수 있었다.


고통이라는 코끼리는 자기 존재를 인정받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코끼리를 무시하면 슬픔을 겪는 사람은 자신을 고립시키고, 위로해줄 수 있었던 사람은 오히려 상대방과의 거리만 넓히고 만다. 두 사람 모두 손을 뻗어야 한다. 공감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다.

<옵션 B>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방법, 고통에 빠졌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버튼을 만드는 것,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자기 연민을 배워야 하는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글쓰기가 자기 연민을 배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한다. 나도 역시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옵션 B>가 글쓰기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방법 중 실제로 힘들었을 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글쓰기였기 때문에 글을 통한 회복 방법을 더 집중해서 읽었다.


자신이 어리석다고 느끼는 순간을 맞았을 때 '겉으로 보이는 장애물이나 막다른 길에 굴복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자신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고통은 지독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가족의 죽음을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경우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가족과 함께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 역시 개인의 회복과 함께 꼭 알아야 한다. <옵션 B>의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기'에서는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와 함께 스스로 슬픔을 이겨낸 사례들을 들려준다. 7장의 마지막에 '내가 아들에게 가르친 것을 이제 아들이 내게 가르치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상처는 서로 보듬어 가며 그렇게 회복되어 간다.

삶은 항상 아름답지 않고 늘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셀 수도 없는 많은 어려움 속에 놓여있다. 인간은 진화에 따라 상실과 정신적인 충격으로부터 회복할 도구를 타고난다고 한다. 다만 그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할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으로 시작한 <옵션 B>는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많은 충격에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옵션 B>는 그녀가 내면의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자, 함께 일어서자고 내미는 손이다.

누구에게나 옵션 B가 필요하다. 간혹 옵션 C가 필요할 수도 있다. 요점은 어느 길을 선택하든 빠르게 적응하고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옵션 B>는 자신만의 어둠 속에 갇혀있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좋다. 대신할순 없지만 함께 할 수는 있으니 <옵션 B>와 함께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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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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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류는 발전했고 항상 변화한다. 이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외치지만 항상 그 이상의 것이 나타난다. 역사는 그렇게 계속되어 왔다. 지난 200여 년은 인간이 불을 처음 발견한 긴 시간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빈곤에서 벗어났고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멀리서 보면 우리는 분명 꽤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풍요로움이 진짜일까. 단지 과거보다 굶주림에서 벗어났다고, 기술적으로 발전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현재가 과거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유토피아일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미래를 예측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제목처럼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보고서이다.


현실적으로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를 유토피아라고 한다. 유토피아 따위는 없다고, 허울좋은 말일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그 자체가 인류의 희망이다. 꿈꾸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들 덕분에 인류는 각성했고, 항상 변화하고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극한의 굶주림과 질병, 가난에서 벗어났다. 과거의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유토피아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우리는 지금을 유토피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대가 변화하고 유토피아 역시 함께 바뀌고 있다. 현재의 몽상가들이 바라는 유토피아는 중세 사람들이 바라던 그것과는 다르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서 저자는 앞으로의 유토피아를 위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앞으로 우리와 세상이 변화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준다. 이미 바뀌기 시작한 것도 있고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주장도 있다. 나에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책이었다.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요, 앞으로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등 사람들은 늘 변화할 미래에 대해 알길 원한다. 이 책은 개인을 위한 것인 동시에, 세계가 함께 유토피아로 걸어갈 수 있는 청사진을 보여준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는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무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이유부터 빈곤의 종말, 기본소득 법안, 주당 15시간 노동 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으며 변화할 수 있는 것들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 변화가 어떤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변화를 위한 방법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바뀌지 않고 있는 사회의 만연한 고정관념들에 대한 들려주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돈을 다룰 수 없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그들은 일을 하지 않고 가진 돈조차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빈곤층에게는 빈곤으로 인해 기회가 없었고 선택할 수 없었다. 기본생활이 가능한 소득이 주어진다면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역시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착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재정적인 문제가 인지능력을 저하 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빈곤은 하룻밤 잠을 설치거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진정한 유토피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에 앞서 사람들의 생각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했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 등의 오래된 편견들이 우리를 여전히 유토피아의 문 앞에서만 서성이게 만든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유토피아 플랜 중에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주당 15시간 노동에 관한 것이다. 요즘 일하는 시간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퇴근 후 집에서 쉬는 시간만큼 일을 한다면 인생이 참 풍요롭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주당 15시간이 바로 내가 원하는 그 시간이었다. 저자는 현대인은 죽을 만큼 무료한 것이 아니라 죽을 만큼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회사에 오래 남아있고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슬프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우리는 여가를 즐기고 삶을 누리자고 말하지만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사회에서 근무시간은 무너지지 않는 철벽 요새와 같다.

주당 근로 시간의 단축에 저항하는 주요 목소리는 그럴 형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가를 더욱 많이 누리는 것은 멋진 이상이지만 그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활수준은 무너지고 복지국가의 실현은 물 건너갈 것이다. 과연 그럴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서 저자는 많은 질문을 한다. 저자의 질문을 받으며 생각해 봤다. 나 역시 아직 유토피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견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비판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옳았음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유토피아를 바라는 당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변화는 늘 우리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그것을 잡아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사람이 바로 다음 세대의 유토피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출발선이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편견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로부터 먼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진보는 시작된다. 당신의 유토피아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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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김나랑 지음 / 상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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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다른 곳은 못 가더라도 꼭 4곳만은 가보자고 정해놓은 곳이 있다. 중국 서안, 이집트, 이탈리아 로마 그리고 페루의 마추픽추가 그곳이다. 2곳은 다녀왔지만 아직 2곳이 남았다. 제일 가까운 서안과 제일 먼 마추픽추. 왠지 서안은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는 곳인  것 같아 진시황릉을 보지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추픽추는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래서 남미 여행자는 내게 엄청난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 넓은 남미에 마추픽추라는 곳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남미에 다녀왔다는 사람을 만나면 항상 같은 질문만 해댄다. '마추픽추 보셨어요?'


내가 원했던 그것을 보기 위해 갔지만 정작 다른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것이 많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보고 싶었지만 정작 이집트에서 가장 황홀했던 장면은 사막에서 보는 별과 해였다. 로마의 옛길과 건물들을 보고 싶었는데 다녀와서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것은 입을 다물 수 없게 만드는 바티칸의 예술작품들이다. 나는 남미를 잘 모른다. 막연히 마추픽추가 있는 나라라고만 알고 있기 때문에 아마 언젠가 남미에 가게 된다면 늘 그렇듯 이미 유명한 관광지인 그곳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남미의 전혀 다른 곳에 마음을 빼앗겨 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아직 남미에 가보지 않았고 언제 갈지 기약도 없지만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를 통해 이미 페루의 마추픽추가 아닌 여러 모습의 남미를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6개월간 페루를 시작으로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브라질, 에콰도르, 쿠바를 거쳐 콜롬비아까지 다녀온 그녀의 이야기는 마구 써 내려간 일기 같기도 하고, 남미의 매력을 마음껏 느껴보라고 말하는 감성 에세이 같기도 했다. 짧은 호흡으로 툭툭 끊어치듯 이야기하는 작가의 글이 좋았다. 한국의 직장인에서 여행자로 변해가는 모습이 부러웠다. 하루의 마무리로 술을 마셔대고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며, 남미에서 사랑에 빠지는 특별하면서도 소소한 일상들을 솔직하게 들려줘서 좋았다.


여행 에세이를 좋아한다. 다녀오지 못한 곳을 그리워하고, 같은 곳을 봤지만 전혀 다른 시각으로 풀어내는 작가의 글을 부러워하며 읽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여행 에세이에는 마치 인생에 달관한 철학자와 같은 구절이 곳곳에 숨어있고 그것을 찾아내며 읽는 재미가 솔솔하다. 일상이 전쟁터지만 매일 똑같이 흘러가는 이곳에서는 느끼고 사유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행은 낯섬이 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인생에서 처음 경험해 보는 상황과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것보다 빠르게 인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회이다. 그래서 여행 에세이에는 무심한 듯 말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문장들이 많다.

밤공기에 볼이 싸늘해 뜨거운 입김을 차가운 대기로 내보냈다. 펼쳐질 날에 대한 설렘, 아직도 긴 시간이 남았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중학교 때 도서관을 나오면서 본 밤하늘도 생각났다. 그때도 별이 많아 설레었다. 긴 시간이 남았다는 안도감도, 그제야 시간이란 존재에 가슴이 메었다.

세상엔 안 해서 후회되는 게 더 많다.

곳곳에 숨어있는 많은 글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문장은 우유니 소금 사막에서 바라본 노을에 대해 적은 부분이다. '내 평생 이렇게 아름다운 노을은 마지막일 것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길 바랐다.' 혼자 보기엔 너무 아름다운 순간을 함께 바라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었던 적이 지금까지 두 번 있었지만 나는 그 두 번 모두 혼자 즐겼다. 그녀의 마음이 어떤 건지 공감이 되면서 마추픽추에 가게 된다면 우유니 사막 투어도 꼭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관광지 같은 느낌의 사진과 일상인듯한 사진이 잘 섞여있는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는 사진의 느낌처럼 작가의 글에서도 역시 묘하게 여러 가지 느낌이 난다. 술술 넘어가는 책장처럼 그동안 몰랐던 남미, 익숙하지 않았던 낯선 나라의 여러 지역들이 빠르게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작가의 말처럼 여행을 다녀온다고 인생이 갑자기 바뀌고 사람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여행이든 끝이 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예전과 같은 하루하루가 시작된다. 누군가 물었다. 여행을 갔다 온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는데 왜 굳이 시간과 돈을 들여가며 여행을 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10cm의 원 안에 살면 세상이 10cm인 줄 안다. 비록 10cm의 원 안에서 살고 죽어야 하지만, 그 원 밖의 세상을 알고 싶어 우리는 책을 읽고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보지 못한 것을 모르는 채 사는 것과 본 후의 삶은 분명 다를 것이다. 1밀리미터라도 다를 거라는 <불완전하게 완전해지다> 작가의 말처럼 우리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앞으로도 불완전하게 살겠지만 여행을 통해 또는 다른 여러 경험을 통해 스스로 완전해지기를 노력하며 사는 존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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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린다 작가정신 시그림책
함민복 지음, 한성옥 그림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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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내어 시를 읽었다. 늘 읽었던 시는 하얀 종이 위에 적힌 글자뿐이었는데 이번에 읽은 <흔들린다>는 한 편의 시를 그대로 표현한 그림이 함께 한다. 시는 시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생각했었는데 입으로 읽으며 눈으로 보는 것이 더해진 시그림책 <흔들린다>는 또 다른 시의 깊이를 느끼게 해주었다. 함민복 작가가  쓰고 한성옥 작가가 그린 <흔들린다>는 시가 어렵다, 어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손 내밀어 주는 책이다.

 

 

 

흔들리는 나무에 대해 읊조리는 <흔들리다>는 단숨에 읽을 수도,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생각을 담아 천천히 읽을 수도 있는 책이다. 시와는 또 다른 느낌의 시그림책은 시가 주는 사유에, 그림이 주는 깊이가 더해져 나는 아주 얇은 이 책을 한참을 들여다보며 읽고 읽고 또 읽었다. 이해의 정도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달라지는 것이 또 시의 매력이 아니겠는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는 처음엔 그냥 나무였고 두 번째는 부모님의 모습이었고 세 번째는 나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림과 함께 시가 적혀있는 앞장부터 먼저 읽어도 좋지만 나는 제일 뒷장에 한 편의 시로 나와있는 <흔들리다>를 먼저 읽고 그림과 함께 보길 권한다. 시는 읽고 느낀 그대로를 간직하면 된다.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필요도 없고, 다른 사람들의 해석을 따라갈 필요도 없다. 나무를 보고 바람을 보며 <흔들리다>를 읽은 느낌. 그것이 바로 그 시인 것이다.

새벽에 잠을 깼다. 다시 잠들기 위해 뒤척이다 책상 위에 놓인 <흔들리다>를 다시 읽었다. 새벽에 읽은 그 시는 그 전날 밤, 잠들기 전에 읽었던 시와는 또 다른 것이었다. 나는 그래서 시가 좋다. 분명 시와 그림은 하나인데 그것을 느끼는 나는 수십 가지이고 그 모든 느낌이 다르지 않다는 시가 좋다. 소리 내어 시를 읽길 권한다. 손가락으로 천천히 나뭇가지를 만져보길 권한다. 시그림책이라는 색다른 책인 <흔들린다>는 시를 읽는 새로운 방법이자, 시를 더 즐겁게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선물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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