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B - 역경에 맞서고, 회복탄력성을 키우며, 삶의 기쁨을 찾는 법
셰릴 샌드버그.애덤 그랜트 지음, 안기순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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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도 물론, 당신도 예외일 수 없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누구나 겪는 죽음. 하지만 나의 죽음보다 더 슬픈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는 것이다. <옵션 B>는 그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인 셰릴 샌드버그는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는다. 갑자기 닥친 남편의 죽음은 그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았다. <옵션 B>는 그녀가 남편의 죽음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자, 힘든 일이 닥쳤을 때 이겨낼 수 있도록 내면의 힘을 키우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다.

<옵션 B>는 단순한 심리학 이론이나 자기 계발서가 아니다. 죽음이라는 극한의 고통을 이겨낸 저자가 들려주는 <옵션 B>의 이야기는 이미 죽음을 느껴본 사람들에게는 제대로 치유되지 않은 상처를 보듬어 주는 책이며, 한 번도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겪어보지 않은 이들에게는 예방 약과 같다.

삶에는 수많은 길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현재 걸어가는 길로 계속해서 갈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매 순간 선택해야 하고 매 순간 다른 길로 걸어가야만 하는 사건들이 생긴다. 이미 우리는 그런 상황을 플랜 B라고 부른다. 하지만 셰릴 샌드버그가 말하는 옵션 B는 단순한 플랜 A, B 가 아니다. <옵션 B>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예외는 없다. 이 책을 몇 년만 더 일찍 만났더라면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 옵션 B가 필요할 때 나는 문제를 마주할 힘뿐만 아니라, 내면을 견고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조차 몰랐다. 상처는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얼렁뚱땅 아물어 버렸다. 셰릴 샌드버그의 이야기와 함께 나의 옵션 B에 대해 늦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바위와 같은 남편 데이브가 헬스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사람은 아내인 셰릴 샌드버그였다. 어제와 같이 행복하고 평온한 일상이 계속될 것만 같았던 아침, 갑자기 남편이 없는 삶이 시작되었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을 이해 할 수는 있겠지만 공감하지는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말처럼 상실도 슬픔도 실의도 철저히 개인적인 감정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오리지널스>의 저자인 애덤 그랜트와 함께 어둠을 뚫고 나온 과정을 이야기하는 <옵션 B>는 죽음부터 시작해 삶을 살며 겪게 되는 수많은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인 회복탄력성을 함께 나누기 위해 쓰인 책이다.

<옵션 B>의 큰 줄기는 저자인 셰릴 샌드버그가 겪은 남편의 죽음으로부터 회복되는 과정이다. 사이사이에는 가족의 죽음뿐만 아니라 질병, 부상, 사고 등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다양한 사람들의 실제 사례와 함께 부정적인 사건을 이겨낼 수 있는 회복탄력성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공감하며 읽기 쉬운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엉성하게 아물었던 내 상처들이 쓰라리기 시작했다. 그녀가 울 때 나도 눈물을 흘렸고 아픔을 통해 성장해 가는 저자와 함께 오래된 상처에 이제야 제대로 된 약을 바를 수 있었다.


고통이라는 코끼리는 자기 존재를 인정받을 때까지 사라지지 않는다. 코끼리를 무시하면 슬픔을 겪는 사람은 자신을 고립시키고, 위로해줄 수 있었던 사람은 오히려 상대방과의 거리만 넓히고 만다. 두 사람 모두 손을 뻗어야 한다. 공감하면서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다.

<옵션 B>는 회복탄력성에 대한 다양한 방법을 알려준다. 최악의 상황을 생각하는 방법, 고통에 빠졌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버튼을 만드는 것, 자신에게 친절을 베푸는 자기 연민을 배워야 하는 등이 있는데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글쓰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저자는 글쓰기가 자기 연민을 배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한다. 나도 역시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마주하고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옵션 B>가 글쓰기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방법 중 실제로 힘들었을 때 도움이 되었던 방법이 글쓰기였기 때문에 글을 통한 회복 방법을 더 집중해서 읽었다.


자신이 어리석다고 느끼는 순간을 맞았을 때 '겉으로 보이는 장애물이나 막다른 길에 굴복하지 않고 해결책을 찾으면서 자신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고통은 지독히 개인적인 것이지만 가족의 죽음을 혼자만 느끼는 것은 아니다. 저자의 경우 어린아이들이 있었다. 가족과 함께 상실감을 극복하는 과정 역시 개인의 회복과 함께 꼭 알아야 한다. <옵션 B>의 '회복탄력성을 갖춘 아이로 키우기'에서는 힘든 상황에 놓인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와 함께 스스로 슬픔을 이겨낸 사례들을 들려준다. 7장의 마지막에 '내가 아들에게 가르친 것을 이제 아들이 내게 가르치고 있었다'라는 구절이 있다. 상처는 서로 보듬어 가며 그렇게 회복되어 간다.

삶은 항상 아름답지 않고 늘 완벽하지 않다. 우리는 셀 수도 없는 많은 어려움 속에 놓여있다. 인간은 진화에 따라 상실과 정신적인 충격으로부터 회복할 도구를 타고난다고 한다. 다만 그 방법을 제대로 알지 못할 뿐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고통으로 시작한 <옵션 B>는 죽음의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개인이 겪을 수 있는 많은 충격에서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보여준다. <옵션 B>는 그녀가 내면의 고통을 이겨내는 과정이자, 함께 일어서자고 내미는 손이다.

누구에게나 옵션 B가 필요하다. 간혹 옵션 C가 필요할 수도 있다. 요점은 어느 길을 선택하든 빠르게 적응하고 넘어지지 않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옵션 B>는 자신만의 어둠 속에 갇혀있는 사람이 있다면 선물해 주고 싶은 책이다. 혼자 가는 것보다 함께 가는 것이 좋다. 대신할순 없지만 함께 할 수는 있으니 <옵션 B>와 함께 고통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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