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 - 우리가 바라는 세상을 현실에서 만드는 법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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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발전했고 항상 변화한다. 이제 더 이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외치지만 항상 그 이상의 것이 나타난다. 역사는 그렇게 계속되어 왔다. 지난 200여 년은 인간이 불을 처음 발견한 긴 시간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빈곤에서 벗어났고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고 있으며 많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멀리서 보면 우리는 분명 꽤 좋은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풍요로움이 진짜일까. 단지 과거보다 굶주림에서 벗어났다고, 기술적으로 발전된 세상에 살고 있다고 현재가 과거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유토피아일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그런 질문에서 시작한다. 현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제시한다. 작가는 이 책에서 미래를 예측하려고 시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제목처럼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하는 사람들을 위한 완벽한 보고서이다.


현실적으로 아무데도 존재하지 않는 이상의 나라를 유토피아라고 한다. 유토피아 따위는 없다고, 허울좋은 말일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토피아는 그 자체가 인류의 희망이다. 꿈꾸지 않으면 발전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다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몽상가들 덕분에 인류는 각성했고, 항상 변화하고 꿈꾸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극한의 굶주림과 질병, 가난에서 벗어났다. 과거의 사람들이 그토록 바라던 유토피아가 되었는데,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우리는 지금을 유토피아라고 말할 수 있을까. 세대가 변화하고 유토피아 역시 함께 바뀌고 있다. 현재의 몽상가들이 바라는 유토피아는 중세 사람들이 바라던 그것과는 다르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서 저자는 앞으로의 유토피아를 위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앞으로 우리와 세상이 변화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준다. 이미 바뀌기 시작한 것도 있고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주장도 있다. 나에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게 문을 열어주는 책이었다. '앞으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들이 많다. 앞으로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요, 앞으로 사회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등 사람들은 늘 변화할 미래에 대해 알길 원한다. 이 책은 개인을 위한 것인 동시에, 세계가 함께 유토피아로 걸어갈 수 있는 청사진을 보여준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는 모든 국민에게 현금을 무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이유부터 빈곤의 종말, 기본소득 법안, 주당 15시간 노동 등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으며 변화할 수 있는 것들이 왜 받아들여지지 않는지, 그 변화가 어떤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인지에 대해 다양한 실험을 통해 증명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변화를 위한 방법뿐만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바뀌지 않고 있는 사회의 만연한 고정관념들에 대한 들려주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돈을 다룰 수 없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그들은 일을 하지 않고 가진 돈조차 제대로 관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빈곤층에게는 빈곤으로 인해 기회가 없었고 선택할 수 없었다. 기본생활이 가능한 소득이 주어진다면 일을 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 역시 인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착각에서 비롯된 말이다. 재정적인 문제가 인지능력을 저하 시킨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빈곤은 하룻밤 잠을 설치거나 알코올을 섭취했을 때와 비슷하다고 한다. 진정한 유토피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완벽한 계획에 앞서 사람들의 생각부터 변화해야 한다는 생각했다. 가난한 사람은 게으르다 등의 오래된 편견들이 우리를 여전히 유토피아의 문 앞에서만 서성이게 만든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유토피아 플랜 중에 꼭 실현되었으면 하는 것이 있는데, 바로 주당 15시간 노동에 관한 것이다. 요즘 일하는 시간만큼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퇴근 후 집에서 쉬는 시간만큼 일을 한다면 인생이 참 풍요롭고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자가 말하는 주당 15시간이 바로 내가 원하는 그 시간이었다. 저자는 현대인은 죽을 만큼 무료한 것이 아니라 죽을 만큼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일에 대해 이야기하면 빠질 수 없는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회사에 오래 남아있고 많은 일을 하는 것이 미덕인 시대가 있었다고 말하고 싶지만, 슬프게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물론 예전에 비해 우리는 여가를 즐기고 삶을 누리자고 말하지만 시간이 곧 돈이 되는 사회에서 근무시간은 무너지지 않는 철벽 요새와 같다.

주당 근로 시간의 단축에 저항하는 주요 목소리는 그럴 형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여가를 더욱 많이 누리는 것은 멋진 이상이지만 그 때문에 치러야 하는 대가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이다. 너나없이 근로시간을 줄이면 생활수준은 무너지고 복지국가의 실현은 물 건너갈 것이다. 과연 그럴까?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에서 저자는 많은 질문을 한다. 저자의 질문을 받으며 생각해 봤다. 나 역시 아직 유토피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편견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이 아닐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새로운 변화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비판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이 옳았음을 우리는 이미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유토피아를 바라는 당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리얼리스트를 위한 유토피아 플랜>은 그런 사람들을 위한 책이기도 하다. 변화는 늘 우리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그것을 잡아 지상으로 끌어내리는 사람이 바로 다음 세대의 유토피아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출발선이 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편견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들로부터 먼저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진보는 시작된다. 당신의 유토피아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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