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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 -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의 청춘노트
김주희 지음 / 다산책방 / 2011년 6월
평점 :
피 흘리고 얼굴이 만신창이 되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해서, 그리고 링 위에서 죽음을 맞는 선수들도 있기에 잔인한 경기라고.... TV에서조차 외면했던 경기가 바로 권투였습니다.
이 책을 만나기 전 그녀에 대한 생각은 거친 복싱에 어울리지 않는 여린 외모. 그런데 왜 이런 힘든 운동을 할까? 하는 안타까움이 다였습니다. 하지만 청춘일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아픈 그녀의 에세이를 읽으며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러웠습니다.

생활능력은 커녕 당뇨에 치매증상으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아빠, 집 나간 엄마, 겨우 5살 많은 언니가 집안의 가장이 된 막막한 현실, 너무 배가 고파 300원자리 빵을 훔쳐먹고 빵 부피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았던....열두 살 때 이미 간절히 원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버린 아이, 언니 심부름으로 우연히 체육관에 들렀다 운명보다 더 강한 힘으로 다가온 권투를 만났지만 세상에 대한 미움과 원망으로 시작했던 권투. 끊임없는 부상과 좌절과 시련,.... 방어전을 한 번 치를 때마다 발톱이 6~8개씩 빠져나가고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해 발가락의 일부가 썩어들어가 절반도 남아있지 않은 엄지발가락, 인대, 각막, 코뼈, 손가락뼈 성한데가 없는 스물 여섯,...상처투성이 선수의 이야기가 너무나 아프게 사람들의 마음을 헤집습니다.
그녀가 삭제키로 누르고 싶다는 힘들고 아팠던 시간들, 그녀의 고통스런 속살을 다 보여주는 건 또다른 김주희를 응원하는 거라고, 아직도 짊어진 짐이 너무 많아보이는데도 그녀는 후배들을 위해 또 자기와 같은 처지의 어려운 이들을 위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고 합니다.
p.225'나의 후반전 작전은 권투 가르치기다! '밥도 못 먹는 처지에 대학은 무슨 대학! 분수껏 살아라'라고 한 사람들에게, 분수껏 살라는 말을 듣고 눈물 흘렸을 나 같은 아이들에게, 나는 증거가 될지도 모른다.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노력하는 동안 꿈은 서서히 완성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희망의 증거!'
18살 세계 최연소 챔피언, 5대 기구 통합챔피언,18전 16승 1무 1패 6KO 그 화려한 전적 뒤에 흘린 그녀의 땀과 고통이....아프지만 빛나는 그녀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마음을 울립니다.
그래서 8월1일 입대를 한, 지금 한창 훈련받고 있을 조카에게 면회가는 길에 이 책 함께 선물했습니다. 힘내라는 그 어떤 말보다도 용기를 주는 책이기에.......이보다 더한 시련이 있을 수 없을 것 같은 김주희 선수의 도전과 열정을 만난다면 누구라도 희망을 만날테니까요. '그게 뭐가 힘들어, 주희 선수를 봐!'라는 꾸지람도 함께 담겨있을지도....편하게 너무나 편하게 살면서도 불평스럽게 투덜거린, 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이 내게 가장 힘들다고, 더 이상 힘들 수는 없다고 아파하는 사람에게 분명 처방전이 되는 책입니다.
저같이 편하게 살아온 아니, 게으르게 살아온 중년을 부끄럽게 하는 책이기도 하구요.

얼마전 완도에서 열린 세계5대기구 세계타이틀 지명방어전에서 승리를 거둔 김주희 선수, 역시나 얼굴이 엉망이지만.....젊음이 부끄럽지 않은 그녀의 몸에 든 멍이, 비틀린 발가락이 더없이 예뻐보입니다. 등산로의 표지판 북서방향을 복서방향으로 읽는 권투 하나만 보고 달려온 김주희 선수,
boxing 이라는 단어안에 있는 ~ing처럼 오늘도 그녀는 달리고 있습니다. 6라운드 후반전을 시작한 그녀를 힘차게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