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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의 드로잉
존 러스킨 지음, 전용희 옮김 / 오브제 / 2011년 8월
평점 :
존 러스킨....미술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낯선 인물인데 19세기 영국의 저명한 지식인인 그는 예술을 비롯하여 문학, 자연과학, 정치학, 경제학, 사회학 등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보였으며, 작가이자 화가로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고 후에 톨스토이, 간디, 버나드 쇼 등은 당대 최고의 사회개혁가라고 평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예술의 기초는 민족 및 개인의 성실성과 도의에 있다”고 주장한 그의 미술원리와 철학이 이 책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1857년 초판 서문에서...
p.9 나는 그림을 그리는 기술보다는 사물을 관찰하는 시각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학생들이 자연을 관찰하며 그것을 어떻게 그려야 하는지 가르쳐주기보다는 드로잉을 통해
어떻게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고 싶다.
미술에 문외한인 제가 그냥 드로잉 잠깐 구경하려다 앗 뜨거 이런 당혹함을 느끼기도 한 책입니다. 하지만 드로잉에서 기본의 중요성과 그의 책에 드러난 철학으로 인해 진지하게 드로잉을 접해본 시간이었습니다. 그 자신도 책에서 '가르침을 글로 일일이 표현하다 보면 지루하고 형식적인 원칙만 강요하는 게 아닌가 싶어 후회가 밀려들기도 한다.' 그러나 드로잉을 배우고자 하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만 노력과 연습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고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거라 말하는 그의
분명한 가르침에서 믿고 따르고자 하는 마음이 생깁니다.
1장 기본연습
얼마전 읽은 책 [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에서 최연소국가대표 김주희 선수의 에세이에서 그녀의 오늘이 있게한 삶의 굴곡과 땀과 열정으로 빛난 훈련을 읽었었는데 다른이들은 지겹다고 한 달만 해도 싫증내는 하나 둘을 8개월 내내 반복했었다고 합니다. 권투의 기본기는 '하나둘'이라는 말에, 하나둘만 할 줄 아면 다 된다는 말에 오로지 반복연습했다는 그녀처럼 존 러스킨도 기본의 중요성을 매번 강조합니다. 스케치를 함에 있어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저자는 관찰을 넘어서 자연을 어떻게 사랑해야하는지에 대한 시선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참 쉽지요~라는 입에 발린 말은 없습니다. 열심히 꾸준히 해야만 할 수 있다고 냉정하게 말합니다.
'나는 무엇보다 이 첫 번째 장에서 내내 지루하고 반복적인 연습을 지시하고 강조한 것을 사과하고 싶다. 하지만 어떤 예술이든 시작 단계에서는 이런 반복 숙달을 피할 수 없다. 비록 내가 힘들고 따분한 연습을 시킬지라도 나를 믿고 따라오길 바란다.'
2장 자연물 스케치
돌이나 천같은 무생물을 그리지 못하면 움직이는 생물은 더더욱 그릴 수 없음을 명심하라는 말과 함께 그릴 대상을 선택하는 방법부터 적당한 날씨까지 일러주며 나무, 나뭇잎, 돌, 물, 구름 그리기....자연의 구성물에 대한 스케치를 더없이 꼼꼼하게 들려줍니다. 더불어 있는 그대로 관찰하라!를 강조합니다.
3장 색과 구성
자연의 모든 색은 그러데이션으로 존재한다고 말하며 선 그리기에서도 채색에서도 구성에서도 존 러스킨은 자연을 가장 우선시합니다.
"옷 안쪽에 작은 수첩과 잘 깍아놓은 작은 연필을 항상 지니고 다니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기를 쓰듯 메모를 하듯 드로잉하는 습관을 들이자.....솜씨가 능숙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당신은 자연을 조금씩 이해하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인내심을 갖고 천천히 그리고 하나의 주제에 집중해 모든 단계를 밟아나간다면 당신의 예술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단기속성이 있을 수 없는 분야가 예술입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단기간에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것에 혹하지만 존 러스킨은 단호하게 그런 비법은 없다고 강조합니다.
존 러스킨이 누군지도 몰랐던 미술의 문외한인 내가 이 책의 설명을 다 이해하는 건 힘들지만....단순히 전문가적인 드로잉 기법 뿐 아니라 미술철학도 함께 읽을 수 있어 어렵지만 뭔가 깊은 철학이 전달되는 느낌이 있었어요. 드로잉이 미술초보인 저에게만 어려운게 아니라는 것도 느낄 수 있었구요. 이 책을 관통하는 드로잉의 중심은 인내와 진심이었습니다. 150여년의 세월을 건너온 미술 너머 위대한 사상가의 철학을 접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p.17 내가 제안하는 모든 과정과 지침들을 제대로 따라온 학생이라면 드로잉에 대한 모든 질문에 대한 해답은 단 하나, 즉 인내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그리고 최고의 드로잉 스승은 바로 문 밖의 나무와 언덕이라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