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 1 - 노희경 대본집 노희경 드라마 대본집 7
노희경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떤 순간에도 사람이 목적이길' 노희경 작가의 데뷔 20주년에 처음이자 마지막 대사집

<겨울가면 봄이 오듯 사랑은 또 온다>을 내놓으며 한 말이었다.
작가의 사람을 향한 따뜻함을 고스란히 담은 또 하나의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

전원이 꺼지면 잊혀지는 드라마가 아닌 긴 울림과 여운을 남기는 작가의 작품이기에 대사 하나,

지문 하나까지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는 대본집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즐거웠고 읽는내내

작품 속 인물들을 더 가까이 만날 수 있었다.


'어른과 노인의 차이가 뭘까?'이 질문에서 드라마는 출발했다고 작가는 말한다. 삼십대 후반의 프리랜서 작가 완과 그녀의 엄마, 엄마의 나이든 친구들의 이야기, 예전 작은아버지를 먼저 떠나보내신 예순 넘으신(아직도 고우신)작은엄마께 남자친구라도 만드시지 그러시냐고 했더니 친구하고 돈만 있음 된다시며 활짝 웃으셨는데 이 책의 중노년의 여자친구들의 속깊은 우정을 보니 그 말이 십분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물론 작품 속 남자들도 등장하지만 작가이자 난희의 딸인 완의 시선에서 만나는 엄마와 그 주변 이모들의 굴곡지고 다채로운 삶의 이야기는 오롯이 여성, 그것도 사회 속에서 누구도 관심두지 않는 주름진 여자들의 내면을 돋보기보듯 들여다보는 것 같다. 앞서 살았던 엄마들의 삶, 또 내가 살아내야 할 미래의 삶, 그리고 현실과 마주하고 있는 현재의 삶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p.158 완(N) 첨으로 엄마의 늙은 친구들에게 호기심이 갔다. 자신들의 영정 사진을 재미삼아 찍는 삶들, 저승 바다에 발목을 담그고 살아도, 오늘 할 밭일은 해야 한다는 내 할머니, 우리는..모두..시, 한, 부.

정말, 영원할 거 같은 이 순간이, 끝나는 날이 올까? 아직은 믿기지 않는 일이다.

 

(N)나중에 희자 이모에게 물었다. 늙은 모습이 싫다며 왜 화장도 안 하고 사진을 찍었냐고? 희자 이모가 말했다. 친구들 사진 찍을 때 보니, 오늘, 지금 이 순간이 자신들에게는 가장 젊은 한 때더라고.

 

'오후가 되어서야 풍경이 새삼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곧 떠날 사람이기 때문이다. 여행지가 가장 좋아지는 순간은 그 곳을 떠나기 직전이다' 어떤 책의 한 문장처럼 우리 삶도 여행이라면 떠날때가 다가온, '우린 담에 여기 다시 올까?' '우리가 내년에 이 광경을 볼지 말지..모르는 인생 아니냐' 저승이 코앞이라며 서로를 위로하는 목소리에는 이 순간의 삶을 가장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그들만의 애잔함이 담겨있다. 노인이라는 단어 속에 성별조차도 희석시켜 버렸던 흰머리 희끗한 여자친구들의 우정속엔 소녀같은 설레임은 물론 감히 우리가 넘볼 수 없는 경험의 결실, 지혜로움이 있었다.

'그때가 제일 좋을 때다''우리 때는...'이렇게 시작하는 시니어 세대의 일방적인 잔소리에 화가 난 젊은 세대들은 그들의 말에 귀를 닫고 서로에게 "철없는 것들""꼰대"로 부르기를 망설이지 않았다.
서로를 탓하며 세대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서로에 대한 공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요즘의 현실에서 '다만 늙은 자'로 치부되는 우리 엄마 세대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 드라마였고 작가의 바람처럼 기꺼이 그들을 '디어 마이 프렌드(친애하는 친구)'로 느끼게 하는, 더불어 엄마가 보고싶어지는 대본집이었다.

 

p.206 완(N)...민호는 오랫동안 이모를 안았단다. 언젠가 엄마를 이렇게 안고 싶어도,
안지 못할 날이, 반드시 오고야 말 테니까.

 

드라마를 보며 특히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는 단순히 보는 드라마에서 끝나는 게 아닌 마음속에 기억되는 대사들로 인해 '읽는 드라마'로 불리지 않는가. 그런 드라마의 대본집, 지문까지 담겨있어 드라마 장면장면이 생생히 되살려지는 대본집으로 읽으니 더 색다른 느낌이었다. 처음에 동작이나 표정, 감정까지 표현하는 지문이 생소했지만 읽을수록 이 지문을 생생하게 살려내는 배우들의 연기력에도 감탄하게 됐다. 대본집을 먼저 보고 뒤이어 드라마를 봤는데 어쩜 작가의 대본을 이토록 풍부하게 살려낼까! 주름진 얼굴 그대로 살아온 내력을 그 역할에 충분히 표현해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 드라마를 더욱 감동적으로 전해주는 것 같았다. 드라마만 봤으면 흘려 보냈을 감동적인 대사들을 활자로 붙잡아두어 음미할 수 있는 것도 대본집을 만나는 의미인 것 같다.
1권밖에 보지않아 궁금증이 더해지는 2권, 드라마로 먼저 만나볼까, 기다려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중인데 당당한 독립을 선언한 정아이모의 홀로서기도 궁금하고 "엄마..그때 왜..나 죽일라고 그랬어?"  완이가 삼십여년 동안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엄마를 향한 무거운 질문은 어떤 대답을 들을 수 있을까? 남자가 아닌 우정을 택한 희자이모의 사차원적인 귀여움은 어디까지 발산할 수 있을까? 너무 궁금해서 드라마 다시보기로 먼저 볼까싶다^^

노희경 작가의 책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