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 류시화 시선집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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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1월의 중순...
누군가는 떠나는 가을 남아있는 가을이란 표현을 하던데
딱 그만큼의 가을인 것 같습니다. 그런 가을에 시집 한 권...참 좋은 것 같습니다.
그 시집이 독자들이 애송하고 시인이 선정한 시집, 시선집이라면 더더욱.
1980년부터 2012년까지 그렇게 시와 함께한 삶의 시간들도 고스란히 담겨있는 98편의 시가
오롯이 담겨있습니다. 항상 긴 기다림 이후에 나오는 류시화 시인의 시가 담겨있기에
꼭꼭 눌러가며 읽었네요. 포스트 잇을 붙이기도 하고 노트에 필사해보기도 하면서
시를 따라가다보니 삶을 위해 조여왔던 나사를 느슨하게, 숨겨왔던 욕심들을 내려놓게 하는
마음의 여유가 슬며시 찾아옵니다.

p.69
<별에 못을 박다>

 

어렸을 때 나는
별들이 누군가 못을 박았던
흔적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었다

 

별들이 못구멍이라면
그건 누군가
아픔을 걸었던 자리겠지


p.133
...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 가슴 안의 시를 듣는 것
그 시를 자신의 시처럼 외우는 것
그래서 그 가 그 시를 잊었을 때
그에게 그 시를 들려주는 것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
세상의 단어들이 바뀌었으리라
눈동자는 별을 잡는 그물로
상처는 세월이 지나서야 열어 보게 되는 선물로
목련의 잎은 꽃의 소멸로
죽음은 먼 공간을 건너와 내미는 손으로
오늘 밤의 주제는 사랑으로

-<만일 시인이 사전을 만들었다면>중

마침표가 없는 시들은 내 마음의 상상력을 풀어놓게 하고 그렇게 시가 내게로 오네요.
'시를 쓰거나 읽는 것은 영원한 사춘기'라고 말씀하신 어느 노시인의 말처럼
언감생심 쓰지는 못하더라도 따라 써보고 읽는 것만으로도 탁해진 마음이
조금은 순수해지는 것 같습니다. 시가 점점 더 좋아지는 요즘입니다^^

 

"나의 시가 기댈 곳은 '시를 읽어 내는'독자의 눈과 마음뿐'"이라고 말하는
너무나 겸손한 시인...가을에 외로움을 많이 느끼는 건 앞만 보고 달려오는 동안
미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해서라는 말처럼 마음이 외로워지는 가을,
그 외로운 공간을 류시화 시인의 따뜻한 시로 채워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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