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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의 유년 - 프랑스 만화가, 우연히 만난 미국 노인의 기억을 그리다.
에마뉘엘 기베르 지음, 해바라기 프로젝트 옮김 / 휴머니스트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앨런의 전쟁>전작이 있었다. 역시 만화가 에마뉘엘 기베르가 우연히 미국에서 만난 노인 앨런 코프의 이야기, 열여덟 살에 제2차 세계대전에 파병된 소년병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고 한다. 지옥같은 전쟁터의 공포보다는 오히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잔잔하게 담겨있다고.
시간을 더 거슬러 이번에는 앨런의 어린시절의 기억과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앨런의 유년>이 나왔다. 예순 여덟 노인, 앨런이 기억하는 그의 어린시절은 전쟁이 일어나기 전 자신의 고향인 미국 남부에서의 소박한 일상 그리고 할아버지 가족과 외할아버지 가족, 친척들의 평범하고 따뜻한 가족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평범한 한 노인의 이야기, 그 진실하고 소박한 삶의 이야기들이 또 우리들로 하여금 잔잔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우리의 삶 역시 매일매일의 일상이 쌓이고 쌓여 만들어내기에 함께 공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미생에서 바둑판 위에 의미없는 돌은 없다는 말처럼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고 자신만의 삶이 있듯이 앨런의 삶이 보여주는 그의 인생의 소중함과 존재의 이유가 한 컷 한 컷에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 같다.

'전쟁 전 미국이라....이거 참 감회가 새롭네요.'로 시작되는 이야기....
잔잔하고 평온한 일상, 4년마다 몰아치는 태풍의 피해 이후에도 다시 일상으로 자연스레 돌아오는 마을의 풍경이나 가족모두 함께 해변으로 떠나는 휴가지 풍경, 컬러영화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 할머니가 사주신 작은 상자, 어린 손자의 짓궂은 장난에도 너그러운 외할아버지의 인자함,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의 결혼50주년 기념파티에서의 가족들의 화목한 모습,....보는 사람도 함께 미소짓게 하는 유쾌하고 따뜻한 기억들은 물론 어린 앨런에게 잊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은 엄마의 죽음까지도 진솔하고 담담하게 그려져있다.


앨런의 기억과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묘사한 듯 섬세한 작가의 드로잉, 두 사람의 교감과 우정이 전해져오는 따뜻한 책이다. 책으로 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미처 만나지 못하고 떠난 앨런의 이야기를 더이상 들을 수 없는게 안타깝다.
묻혀질 뻔한 한 노인의 유년의 기억들을 젊은 만화가가 예술로 탄생시킨 책<앨런의 유년>
나이를 뛰어넘은 우정이 담겼기에 더 특별한 책이 된 것 같다. 만화르포작가 조 사코도 그런 말을 했지만 글보다는 그림속에 자신의 생각이 더 투영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만큼 앨런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함께 공감했기에 그의 유년시절의 기억을 더 생생하게 그림으로 남길 수 있지 않았을까...예전에 엄마가 곧잘 하시던 "내 이야기 쓸려면 책 한권으로도 안돼...." 그 어떤 문학도 한 엄마의 인생앞에 엎드려야 한다고 했던가. 엄마의 유년시절은 커녕 엄마가 하고픈 이야기, 못다 들어드려서 죄송했는데 이 젊은 작가는 우연히 만난 노인의 기억들을 이렇게 멋지게 남겨주었다. 앨런 또한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외할아버지 조지 핸슨에 대해 더 많이 알아보려고 하지 않은 게 후회된다고 했는데 귀기울여 보면 우리 부모님의 기억 속에도 책 한 권의 이야기가 담겨있겠지.
p.153 "저는 그냥...어머니를 떠올리는 게 더 좋았습니다.
네, 맞아요. 그냥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우리에겐 추억이 많았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