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
윤신영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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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바삐 앞으로 내달리는.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기 바쁜 현대이기에
주변의 풍경과 소중한 것들이 조금 느리게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커지는 요즘.....
그렇기에 쓸쓸한 가을 <사라져 가는 것들의 안부를 묻다>는 제목부터가 끌렸던 책이다.
과학분야 전문출판사이기에 딱딱한 내용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첫페이지
인간이 박쥐에게 보낸 편지글의 시작,
p.19 "당신이 떠난 텅 빈 동굴을 생각하며 이 편지를 씁니다."에서 해제되고 만다.
무엇보다 과학문외한인 내게도 정보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전문서가 아닌
읽으면서 함께 공감하게 되는 따뜻한 글이라서 술술 읽혔다.

 

항상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희생이 따른다는 사실...
동물들의 입장에서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위험, 특히 대부분의 위험이 인간에 의해
벌어지고 심지어 환경을 위해 확대되고 있는 풍력발전소 등의 재생에너지 시설 때문에
박쥐나 물범이 희생되고 있다는 데이터는 놀라웠다.
인간이 박쥐에게, 박쥐가 꿀벌에게.....끝내는 사라진 종족 네안데르탈인이
현재의 인류에게 보내는 릴레이 편지는 내게는 인간이 그동안 지구상의
동물들에게 했던 약탈에 대한 반성문 같기도 했다.
멸종위기 동물인 박쥐나 고래에 대한 미안함은 물론 그동안 농작물에 피해를 주니까
아니면 도시미관을 해치니까...유해여부까지 철저히 인간의 시각에서 선정했고
그 부분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무심한 시선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꿀벌의 근면함과 더불어 열심히 노력해도 기울어진 운동장인 불평등의 사회에서
약자가 더 힘들 수 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을 투과해 보여주고 인간문명을 비판하는
이 책은 과학인문이라는 분야로만 한정하기에는 더 넓고 깊은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서양의 철학서, 중용, 주역 등 동양의 고전까지 다 언급하며 이야기해줄 수 있는
작가의 독서범위와 지식영역에 감탄하기도 했지만 과학적 지식을 뒷받침해주는
많은 논문과 자료들로 인해 객관성을 검증하게 되고 진행중인 과학적 논란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p.124"저를 더 연구해주세요. 그리고 보호대책을 마련해 주세요....
저는  호랑이처럼 사라지고 싶지 않으니까요..."
동물들의 입을 빌려 수없이 말하는 것처럼 단기간의 관심이 아니라
오랜기간 연구하고 자료를 축적해서 함께 살아갈 방향을 찾아달라는 애절한 부탁,
진정한 강함이란 약한자를 억누르는 야만상태가 아니라 약자와의 공존을 택하는 거라는
중용의 구절처럼 지구상 존재하는 대형 포유류 중 가장 개체수가 많은 인류이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던 우리 인간이 결국 해야할 숙제가 아닐까.....

 

책에서도 여러번 언급하지만 생태계를 뒤바꾸는 잔혹한 능력을 가진 인간,
필요이상의 약탈을 하는 건 인간밖에 없는 것 같다.
강풀작가는 길고양이에 대한 언급에서 고양이는 밥이 모자라면 힘센 고양이가 다 차지하지만
넉넉하게 주면 결코 싸우지 않는다고, 밥이 남아 도는데도 싸우는 건 인간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밥이 모자람에도 나누어 먹는 것도 인간 밖에 없다며
야만성과 최상의 선을 함께 가진 유일한 동물이 인간이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작가 역시 이상희 인류학과 교수가 주목한 것처럼 우리 인간 안에
내재된 협력적인 성향, 공존을 지향하는 유전자가 있을거라는 희망적인 말을 해주기에
분명 우리안에 해답이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게 한다.
이들의 안부를 묻고 함께 살아가기에 너무 늦지 않기를.....

 

<꿀벌의 민주주의><철학자의 늑대><인도의 철학><도도의 노래>....
더 읽고 싶은 책들을 소개받은 것도 이 책의 고마운 덤이다.

 

"만약 우리 모두가 그들에게 귀 기울이고  그들을 돕기 시작한다면,
그때 우리는 모든 생물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멋진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제인 구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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