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 한국사 : 15세기, 조선의 때 이른 절정 - 조선 1 ㅣ 민음 한국사 1
문중양 외 지음, 문사철 엮음 / 민음사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텍스트만 담은 미니북은 들고다니며 읽기에 딱 좋답니다. 미니북포함 아이학교에 기증하기 위한 책까지 총4권^^]

 


민음한국사의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조선시대를 다루는 역사관련책의 시작이 대개 고려말의 혼란과 이성계의 회군으로 조선왕조를 여는 데 반해 이 책은 명 태종, 환관 정화의 대항해 이야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유럽의 대항해가 시작되기 훨씬 전 획기적인 항해술과 천문항법으로 중국해안부터 아프리카까지 바다의 실크로드를 개척한 대원정, 하지만 몽골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명분으로 대항해가 중단되고 농업생산에 주력하면서 바다를 기점으로 세계와 교역하는 대신 대륙에 머무르는 중국의 한계를 먼저 말해주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국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조선 역시, 무역이 아닌 농업과 성리학을 중심으로 유럽의 역동적인 흐름과는 다른, 다소 정체된 역사의 흐름에 동참하게 됨을 이야기합니다.
화약, 나침반, 인쇄술 세계3대발명품과 연결해서 보여주는 15세기 초반의 세계역사, 대포의 등장으로 흔들린 봉건사회, 기사제도의 붕괴, 절대왕정의 도래, 인쇄술의 발달로 인한 대량출판, 지식의 공유로 인한 종교개혁의 혁명, 나침반의 발달로 인한 유럽의 대항해의 시작을 언급하면서 세계사의 큰 흐름을 먼저 보여주어 한국사와 세계를 겹쳐보이게 해줍니다. 또 각 연도별 조선의 연대가 표시되어 있어 따로 찾거나 암기하지 않더라도 중국이나 세계의 역사적 사건과 동시간대 조선의 역사를 바로 떠올릴 수 있어 자연스레 통넓은 역사를 바라보게 합니다.

 

1392년 조선의 건국, 큰 흐름은 태조이성계의 건국부터 시작하지만 연도별 구성이 아닌 건국초기의 조선이 세계속에서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지, 조선을 세계는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늘 조선을 중심에 두고 역사를 바라본 이전의 역사책과는 달리 한 번은 조선을 중심으로, 또 한 번은 세계속에서 바라보는 접근이 색달랐습니다.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국내에 남아있지 않아 아쉽지만 조선의 자부심이 담긴 지도​]
특히 고지도 중 하나쯤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에 담겨있는 조선의 세계관과 가치, 한·중·일 뿐 아니라 아라비아 반도, 아프리카, 유럽대륙이 실제와는 동떨어져 있지만 그려져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 지도를 꼼꼼하게 짚으면서 들려주는 이야기는 조선을 좀 더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때 이른 절정'이라 이름 붙여진 세종시대! 과학기술, 정치제도, 농업기술, 예악, 한글창제,...절정의 문화를 꽃피운 세종시대의 역사 또한 풍부하게 실려있습니다. 토지분급제도에 따른 문제점을 개혁하기 위한 세종의 여론조사, 여론조사를 했었다는 사실은 어렴풋 들은 적이 있었지만 이렇게 자세한 자료와 함께 보니 토지의 절대면적이 아닌 수확량, 비옥도를 고려한 상대면적, 또 풍년흉년을 등급으로 나누는 건 물론 촌민으로 불리는 일반백성의 의사까지 수용한 세심함과 세종의 애민사상, 민주적 절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농업국가였던 조선에서 너무나 중요한 토지와 세금에 관한 기록을 아주 세세하게 다루어놓으니 다른 자료를 찾지않아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세종의 최대치적이면서 현재의 우리들도 누리고 있는 자랑스러운 문자, 한글의 제작과정과 반포, 표기까지의 논쟁, 보급과정도 빠짐없이 담고있습니다. 또 계유정난으로 시작된 세조의 집권에서, 정당성이 결여된 집권의 태생적 결함이 양산한 공신, 어쩔 수 없이 소수의 대신들에 의지하면서 자신이 추구한 왕권강화의지와는 달리 권력이 아래로 쏠리는 역사적 아이러니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p.232 "15세기 후반의 역사는 계유정난이라는 정치적 격동으로 시작해 <경국대전>의 완성으로 조선적 체계를 마련하는 모색과 발전의 과정이었다." 15세기의 시작을 알리고 또 성종시대 삼사의 기능과 균형을 언급하면서 15세기의 조선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형제를 죽이고 왕위를 찬탈했지만 강력한 집권위에 부국강병의 토대를 마련한 공통점이 있었던 당태종 이세민과 조선태종 이방원의 닮은꼴, 중국과 일본의 토지제도, 조선의 악기들, 훈민정음 보급과정, 조선과 중국의 대간 비교 등 중간중간 '15세기의 초점'에서 다루어지는 역사속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부록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풍부한 책뒤에 수록된 자료들, 15세기 조선표류민 최부의 여행기 <표해록>을 통해 최부가 제주 앞바다에서 표류하면서 해적을 만나는 위험천만한 표류끝에 14일만에 중국에 도착, 중국 각지를 거쳐 압록강을 건너 돌아오기까지의 천신만고의 여정을 담은 견문일기, 15세기에 활약한 국가들, 15세기를 이끌고 간 인물들,15세기에 처음 나온 물건들, 마지막까지 충실하게 15세기를 담아두었네요. 다음 권이 <16세기, 성리학 유토피아> 조선시대를 관통한 정치이념이자 통치이념이기도 한 성리학을 주제로 다룬 조선시대 후기를 담은 다음권이 기대됩니다.

 

절정과 도약시기였던 15세기의 조선, 주변국가였던 중국, 일본 더 나아가 세계속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었고 더구나 우리가 선입견처럼 갖고 있었던 역사지식에 대한 의문과 다른 접근법도 만날 수 있었던 통넓은 역사책이었습니다. 자연스런 역사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하면서도 정확하고 풍부한 역사적 자료, 상반되는 이론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사실까지 첨부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여백을 주는, 작은 글씨체가 조금 아쉽지만 부담스럽지 않게 술술 읽히면서도 알찬 역사책입니다. 알찬 내용과 탁월한 구성으로 한국사를 제대로 담은 책, 역시 믿을만한 출판사, 민음사에 대한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출간즉시 진즉에 구입한 책임에도 이번에 고등학교로 진학한 딸아이의 학교에 기증하고 싶은 좋은 책이라 출판사의 서평단에 신청해서 한 권 더 갖게 된 책입니다. 작년 교과서 선정을 앞두고 혹시나 하는 걱정을 하게 된 왜곡교과서 논란, 그래서 역사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 이때 좋은 책이야말로 역사교육의 시작이 아닐까 싶네요. 민음한국사 책이 아이의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의 손길을 기다릴 걸 떠올리니 든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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