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을 위한 세계 문학 에세이 - 청소년의 지성과 감성을 키우는 허병두 선생님의 문학, 삶, 여행 ㅣ 해냄 청소년 에세이 시리즈
허병두 지음 / 해냄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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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갖고있는 책에 대한 기억과 감성은 거의 청소년기에 접했던 책들에 의해 좌우된 것 같다.

낙엽만 굴러가도 까르르 웃고, 수시로 우울에 빠지던 감성이 가장 풍부했던 시기에 만났던 책들이 나이든 지금도 여전히 떠오르는 걸 보면 십대의 문학과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공부가 아닌 책으로 세상을 만나게 하고 싶었는데 저작권 기부운동을 제자들과 펼치고 계시고 "책 한 권이 아이의 인생을 바꿉니다."라고 늘상 말씀하시는 따뜻한 허병두 선생님의 책이라 더욱 반갑게 읽었다. 

일본의 하이타니 겐지로 작가부터 토베 얀손까지 시간을 거슬러 우리를 감동시키는 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이었다. 작가 자신 에스파냐와 돈 키호테의 이야기를 쓰다 결국 참지 못하고 2주간 에스파냐 여행을 다녀온 것처럼 참을 수 없는 끌림으로 책과 함께 다녀온 문학여행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 뜨거운 열정과 설렘이 책을 읽는 우리들도 역시 책속으로 떠나게 만드는 것 같다.


진정한 자유인 <그리스인 조르바>의 작가 니코스 카찬자키스의 묘비명"나는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지중해의 짙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그의 묘비명을 읽는 설렘은 얼마나 클까....돈 키호테와 산초를 만나러 떠나는 에스파냐 여행, '스탕달신드롬'을 불러일으킨 피렌체의 거리를 걷고, 알제리에서 프랑스인이면서도 아프리카를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걸고 아프리카의 독립을 외친 아프리카의 상처에 공감하고 함께 저항한 프란츠 파농을 기억하고, 사라진 고대도서관을 세계의 아름다운 기부로 새롭게 문을 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 들르고, 애거스 크리스티의 책을 품고 '오리엔트 특급 열차'에 몸을 싣기도 하고 이스탄불의 골목길을 걷기도 하며 때로는 비행기로, 기차로, 자전거로 여행의 묘미인 변수에 따라 또 작가의 마음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문학여행.... 


p.223 "나는 파묵을 만나려고 무작정 그의 거처를 찾아가고 있다. 물론 그는 나를 모른다. 그와 약속해 둔 것도 아니다.하지만, 그러면 또 어떤가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되돌아오면 그만이다. 미리 약속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을 진행한다면 출장을 온 것일 테지. 그러나 나는 여행을 하러 왔고 여행을 하고 있을 따름이다.....여행자들에게 불손함이란 없다. 그저 자유로움만이 있을 뿐이다."


책 내내 흐르는 자유로움과 설렘이 변화무쌍한 청소년들의 정서와 참 잘 맞을 것 같다. 내 딸아이를 비롯해서 청소년들은 하고 싶은 일도 가보고 싶은 곳도 무궁무진해야 할 때이다. 비록 입시라는 틀에 갇혀 힘들어하지만 그 아이들의 꿈과 자유를 위한 여행승차권이 되어줄 책과의 만남을 즐겁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청소년을 위한~' 이라고 제목에 쓰여있지만 미처 읽지못했던 책의 세계로 이끄는 매력까지 짧은 독서력의 나에게도 참으로 도움이 되는 책이었다. 

괴테가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 칭송했던 단테의 <신곡>

허병두 작가 또한 중학교때 멋모르고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고 고등학교 때에는 겨우 끝까지 읽기는 했으나, 무슨 뜻인지 종잡을 수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해 아직 읽지못한 학생들에게 안도감과 동질감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청소년들에게 독서의 중요성을 일깨우고 책을 소개하는 다소 딱딱한 책들과는 달리 허병두 선생님의 이 책에는 여행을 통해 그들의 자취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곳에서 작가 자신이 느낀 감동과 설렘이 생생하게 담겨있어 책을 권한다는 느낌보다는 그 열정과 설렘이 자연스레 책으로 이끄는 것 같다. 너무나 맛있게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을 보면 나도 모르게 저거 먹고 싶다는 군침이 도는 것처럼 책에 또 그나라의 문화에 푸욱 빠져있는 모습을 보며 뭔데 저렇게 빠져들지? 하는 호기심이 생기는....

갑자기 바뀐 행선지에서 민박집에서 선물받은 책, 폴란드에서 퀴리부인의 자취와 함께 여전히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로 자신을 반갑게 맞아주는 고교 동창친구와의 만남...계획하지 않은 여행지에서 예기치 않은 만남이 주는 즐거움도 함께 담겨있는, 문학의 향기와 사람의 따스함이 담겨있는 문학에세이다. 생생함과 자유로움이 가득한 문학에세이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책 따라 여행을 떠나고픈 충동에 들썩이게 될 듯~


p.156 "바닷가의 모래가 부드럽다는 것을 책에서 읽기만 하면 다 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내 맨발로 그것을 느끼고 싶은 것이다. 감각으로 먼저 느껴보지 못한 일체의 지식이 내겐 무용할 뿐이다."-앙드레 지드<지상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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