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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 ㅣ 창비청소년문학 52
존 코리 웨일리 지음, 이석연 옮김 / 창비 / 2013년 8월
평점 :
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은 다양하게 읽히는 면이 있는 책이다. 창비의 청소년문학답게 열일곱 미국청소년의 톡톡 튀는 생동감이 주는 신선함도 있고 실체가 없는 무언가에 거짓희망을 담고 떠들썩한 어른들의 모순도 만날 수 있고 어긋난 우연의 예측할 수 없는 반전까지 책표지의 짧은 리뷰에 실린 말처럼 다층적이야기 구조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눈길 끌만한 사건이라고는 일어난 적 없는 외딴 시골 한적한 마을, 미국 남부의 소도시 릴리에 '컬런'이라는 17살 고등학생의 일기장을 보는 듯한 전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컬런의 표현에 의하면 릴리는 죽기 직전에 잠시 머물고 싶은 그런 곳, 시간을 잃어버린 듯 정체된 마을에 어느날 외지인이 멸종위기의 새를 보았다며 나타나고 컬린의 남동생 가브리엘이 갑자기 사라지는데.....
'나는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시체를 보았다.' 충격적인 첫문장과는 달리 열일곱살, 그 나이 특유의 염세주의와 이상주의가 교차하는 컬런의 일상이 톡톡 튀는 표현으로 가족, 친구의 이야기와 함께 보여진다. 또 한편에서는 강압적인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지칠 정도로 종교에 헌신했어야 했던 청년 벤턴의 좌절과 자살, 그리고 벤턴의 룸메이트였던 캐벗의 변화를 보여준다.
룸메이트의 갑작스런 자살 후 그의 유품에서 발견된 메모로 인해 그의 인생의 방향이 꼬이는 캐벗과 갑자기 사라진 동생으로 인해 혼란과 우울의 시간을 보내는 컬런, 그리고 그 두사람 사이의 예상하지 못했던 교집합 엘마
컬런과 캐벗, 엘마를 교차해서 보여주는 소설은 표면적으로는 보여지는 '실종된 동생'에 대한 추리와 동생의 부재로 인한 가족간의 상실과 아픔 외에도 온 마을에 광풍같은 열기를 불러일으키는 나사로 딱따구리새를 통해 보여지는 시골마을 아니 어른들의 거짓희망과 소동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보는 대로 믿는 아이들은 그 새의 존재를 부정하는 데 반해 보는 것도 믿지 못하는 어른들이 실체가 불분명한 새를 이용해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위해 나사로 딱따구리에 대한 거짓희망으로 마을을 들뜨게 하는 아이러니....
다소 무겁고 우울하고 철학적인 내용이지만 십대 청소년의 숨길 수 없는 생기가 숨을 불어넣고 읽는내내 동생 가브리엘은 도대체 어디로 사라졌을까 하는 궁금증과 나사로 딱따구리에 대한 호기심이 책의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끌고간다. 우리 삶이 사소한 실수로 어긋날 수 있듯, 반전있는 결말이 주는 묘한 허탈감까지 모든 것이 돌아오는 곳은 여느 청소년 책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학교폭력, 왕따, 성적이 주를 이루는 우리의 청소년문학과는 달리 옮긴이의 말처럼 '진지하게 삶을 생각할 시간' 충분히 방황할 시간과 여유를 주고 있는 미국청소년 문학의 다양성을 만난 것 같다.
미국 작가 존 코리 웨일리의 첫 소설, 하지만 5년간 중학교 교사 생활을 한 작가라서 그런지 십대에 대한 묘사가 세밀하고 생생하다. 창비에 대한 믿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열일곱살 딸아이의 나이와 비슷한 청소년 이야기라 공감폭도 클 것 같아 선택한 책이다.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의 폭도 꽤 있어 고등학생의 자유로운 성생활과 자유분방함은 거리감이 상당히 있었지만 고맘때의 불안과 냉소와 우정까지도 분명 십대 아이들의 이유있는 고민이 담겨있고 읽을수록 생각하게 만드는 여백이 있는 책이다.
p.227 동생 가브리엘 컬런에게 했던 "형, 우리는 아직 인간을 포기해서는 안 돼. 누구에게나 새 출발의 기회가 있는 거 알아? 홍수가 난 다음의 노아처럼 다시 시작하면 돼. 인간이 아무리 악해지더라도 어떻게든 새롭게 출발할 기회는 있는거야."
컬런이 늘 제목만 써놓고 내용을 쓰지 못하는 책의 마지막 제목 <89.희망은 어디에서 되살아날까>
책을 읽은 내게는 '희망은 어디에서고 살아난다는 의미'로 읽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