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힐 듯이 재미있는 책, `페이저터너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정유정 작가! 아직 28은 읽지않았습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좋아하는 건 오래오래 아꼈다가 읽고픈 욕심 때문일 정도로....정유정 작가의 책은 기대감과 설렘으로 기다리게 되는 책입니다. 소설을 쓰기 전의 꼼꼼한 현장취재와 직접 체험, 공부는 물론˝초고의 흔적이 탈고 때까지 남아 있으면 그 소설은 실패˝라고 믿는 작가의 지독한 노력이 만들어 낸 작품들, 장면묘사를 위해 스케치북에 몇 번이고 그림으로 옮기는 작가의 열정이 녹아있는 소설, 그 속에서 우리는 온몸이 저릿한 이야기의 힘과 절망 끝에서 부여잡을 수 있는 희망을 만나게 됩니다. 요즘 표현으로 웃픈.....<내 인생의 스프링캠프>, <내 심장을 쏴라>에서도 절박하고 힘든 상황에서도 우리를 웃게 만드는 절묘한 대사가 팽팽했던 긴장감을 일시에 툭 해제시켜 버리고 맙니다. ˝제 발 저림병˝, ˝신경 쓰여 병^^˝ ˝성깔은 개의 경지, 성적의 신의 경지˝ ˝루스벨트는 군기가 잔뜩 든 신병처럼 내 아랫배에다 엉덩이를 절도 있게 내려놨다. 숨이 턱 막혔다. 큼직한 호박이 천장에서 아랫배로 곧장 떨어져 버린 것 같았다.˝ 똑같은 24자 자음과 모음, 한글을 쓰는데도 우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언어들의 화려한 조합을 보며 감탄하고 나도 모르게 책을 부여잡고 떠나지 못하게 하는 흡입력에 책페이지가 끝나도 쉽게 책을 내려놓지 못하고 맙니다. 읽으면서 이야기의 끝이 종내 궁금해 미치지만 강렬한 긴장감과 이야기에 끌려 마지막 부분을 펼쳐볼 시간마저 아까워 마지막페이지를 찾는 행동조차 하지 못하게 만드는....다 읽고 난 후 다시 처음부터 읽으면 그냥 스치듯 지나갔던 부분마저 다 작가의 치밀한 이야기 구조의 씨줄날줄 속 이야기였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고 맙니다. 책 곳곳에 카메오처럼 나오는, 작가 스스로 스승으로 삼았던 레이먼드 챈들러의 책<높은 창><필립 말로 시리즈>마저 찾아읽게 만드는 마력의 소설입니다. 언젠가 TV에서 바이러스가 화자가 되어 인류의 질병에 대한 도전을 말하는 다큐를 보았습니다. 조류독감이나 구제역처럼 동물과 동물로만 전염되는 바이러스가 결국 동물에서 사람으로, 또 사람사이에도 전염시킬 수 있는 방법만 찾는다면 인간을 점령시킬 수 있다는 바이러스의 말을 들었을 때 온몸에 소름이 돋는 공포를 느꼈습니다. 이 막연했던 공포가 정유정 작가의 28에 고스란히 담겨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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