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천(抱天) 3막
유승진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포천을 읽다보면 역사인물백과사전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인물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중간중간 소개글도 있지만 무엇보다 인물들과의 관계가 서로 얽혀있어 우연이 아닌 필연적인 운명을 느끼게 됩니다. 결코 부러지지 않는 선비의 기개를 느낄 수 있는 인물을 몇 분 만나는 것으로 3권이 시작됩니다. 토정 이지함,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 선생은 조선의 3대 기인으로 일컬어진다고 합니다. 그 중 아비의 잘못을 간곡히 권하며 끝내 세상을 등진 선비 정렴, 천재로 불리고도 남을 그의 재능과 인품이 빛을 보지 못한 아쉬움과 p.12"십년의 권력을 가지시오. 난 천년의 신념을 가지겠소!" 죽음 앞에서도 흐뜨러지지 않는 신념을 보여준 사관 안명세의 지조에 숙연함을 느낍니다.
그토록 어지럽던 시대에 벼슬을 포기하고 은거에 들어간 인물이 무척이나 많았음을....그런 혼탁한 세상에는 민초들은 무언가에라도 의지하고 싶었겠지요.
포천은....
시간순으로 차분하게 기술하는 책이 아니라 이야기 사이사이에 야담과 얽힌 이야기가 연결고리처럼 이어져 있습니다. 앞뒤가 들어맞는 일치감은 점쟁이 이시경의 예언처럼 신기할 때가 많습니다.
김유신이나 백범 김구, 임꺽정의 스승이 입적한 칠장사, 모두가 이야기의 연결고리가 되고 2권에서 그냥 마을에 내려오는 설화 정도로 알고 지나쳤던 '범에게 아들을 잃은 할멈의 이야기'가 또 조만간 스승을 만날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으로 이어집니다. 1권에서 이시경이 아들의 관운을 점쳐준 할머니가 그 유명한 한석봉의 어머니였다니! 이런 재미있는 만남의 인연, 그리고 장인 권율과 사위 이항복의 주고받는 복수일화 등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이 만났답니다. 담 넘어 살구나무의 주인을 주장하는 당찬 아이, 이항복의 일화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임진왜란의 명장 권율 장군의 카리스마와 충신 이항복의 의외의 모습, 야담이니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유쾌한 일화도 만날 수 있는^^게 이 책의 매력!
한가위가 오기 전 스승 전우치를 찾아야만 하는 이시경은 함께 동문했던 토함 이지함을 찾아오고,
정도령 일당이 명나라 사행길에서 돌아오는 박영준 일행을 습격할거라는 걸 알게 된 이시경은 마음이 급해지는데....[정감록]을 쓴 격암노사를 찾으러 울진으로 향합니다. 잔혹한 고문을 했던 고도리와 김복순이 결탁, 점점 이시경을 죄어오는데 이이제이(적을 이용해 적을 잡는)전술, 또다른 도적무리 산진두령을 설득해서 정도령 무리를 막으려던 이시경은 결국 김복손 무리에게 잡히고 맙니다. 고도리의 술수에 의해 김복손 또한 죽음을 맞고 기억하기도 싫은 고문의 당사자 고도리에게 잡혀갈 위기에 처한 이시경의 앞날은? 또 설레와 함께 간 귀여운 딸 초희는 어떻게 되었는지......궁금함과 걱정에 4권을 만나러 가야겠어요.
얼마전 방영되기 시작한 사극'해를 품은 달'이라는 드라마에서 무녀가 나옵니다. 물론 사극의 배경이 된 조선의 왕도 허구의 인물이라고 하고 유교를 숭상하던 성리학의 조선에서 무녀가 궁을 무시로 드나드는 것은 역사적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지만 큰 일을 도모하거나 앞일이 궁금할 때 무녀를 통해 하늘의 뜻을 알고자 하려는 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짐작됩니다. 세자빈이 될 인물의 관상을 본 무녀가 그 뜻을 알려준 후 '하늘의 뜻을 알았으니 이제부터는 사람의 몫'이라는 말이
나오지요. 어쩌면 우리 인간은 하늘의 뜻을 짐작만 할 뿐, 아니면 자신의 희망대로 해석할 뿐.....진정한 운명은 스스로의 손에 달려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한낱 점쟁이라 말하지만 스승의 위패 앞에서 더 이상 비겁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이시경이 어떻게 헤쳐나갈지 기대해봅니다.
P.186 "늦출 순 있지만 막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