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책이다 - 시간과 연민, 사랑에 대하여 이동진과 함께 읽는 책들
이동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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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심야책방(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다녀왔습니다. 밖은 깜깜한데 책이라는 공통관심으로 함께 밤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어요. 책과 어쩌면 가장 잘 어울리는 단어가 밤일지도.... 그래서 <밤은 책이다>라는 제목이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7'책을 정말 사랑한다면....책에 관련된 모든 것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고 저는 믿습니다. 책에 담긴 이야기, 책에 서린 정신, 책에서 나는 냄새, 책을 어루만질 때의 감촉, 책을 파는 공간, 책을 읽는 시간 등이 모두 모이고 모여 책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이루어낸다는 것이지요....그렇게 사랑에 습관이 더해질 때 마침내 책은 제게 말을 걸어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데에는 이유가 없다고 하지요. 책에 관한 조건없는 끌림을 말하는 작가와 함께 청소년기부터 작가의 현재까지 함께 한 책과의 만남을 읽으며 저도 함께 책과의 세상으로 기분좋게 이끌려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읽었던 책은 공감으로, 아직 읽지 못한 책은 미리보기로^^

 

책에 관한 대부분의 책들이 책을 읽은 작가의 생각이나 느낌이 주이고 그 책의 문장 몇 구절만 보여주는데 반해 이 책 속에는 책의 내용 중 일부를 고스란히 한 페이지 이상 할애해서 보여줍니다. 맛있는 음식을 내가 먹어보니 이러저러해서 맛있었다가 아니라 "자 한 입 먹어보세요" 라고 하는 듯이^^ 한 큰술 푹 떠서 보여주며 자신의 소회를 길지도 짧지도 않게 보여주는데 편안한 라디오 DJ의 향취가 묻어나서인지 그의 잔잔하고 매력적인 목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책을 이야기하며 조금씩 내밀어 보이는 그의 이야기도 잔잔한 울림을 전합니다. 마이클 커닝햄의 <세월>속에서 클라리사가 오랜 친구에게 끝내 하지 못했던 말의 진한 후회와 슬픔을 전하며 아버지 임종 전 "아버지, 사랑해요."아버지를 안고 해준 마지막 인사, 그 마지막 말에 감사하며 매순간 감사하며 살아야겠다는..... , 돌아가시기 전 아버지께 빌려준 <혼불>세 권, 펴보지도 못한 채 유품으로 정리하며 그 세 권의 빈 자리가 아프게 다가오는....묘하게 책의 일부와 작가의 이야기가 닿아 있어서 어디가 책의 내용이고 어디가 작가의 글인지 구분이 모호할 때도......때로는 화두를 던지고 우리에게 생각할 쉽표를 주는, 책이 스며든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책 제목과 잘 어울리는 크리스토퍼 듀드니의 <밤으로의 여행>을 시작으로 1964년, 서울의 겨울이 담겨있는 <무진기행>까지 참 많은 책을 만났습니다.

p.190 "여행을 떠난다고 새 하늘과 새 땅과 새 바다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여행지의 풍광이 유독 멋질 수도 있겠지만 그곳이 멋지게 느껴질 수 있는 더 근본적인 이유는 일상에서는 우리가 하늘과 땅과 바다를 눈여겨 보지 않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니까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은 발견이 아니라 재발견입니다. 떠날 때의 흥분과 돌아올 때의 관조. 여행지에서, 우리는 우리의 마음 속을 찬찬히 비로소 들여다봅니다."
저에게는 이 책도 그런 듯합니다. 이 책 속의 책들도 발견이 아니라 작가의 글과 사진으로 인해 재발견된 기쁨을 누린 책입니다. 그가 건네주는 한 숟갈로는 감질나는, 그래서 그 책들을 통째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밤이 긴 겨울에 더없이 어울리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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